학살을 멈출 수 없는 이유

소년이 온다를 읽고서

by 뚜벅뚜벅

총소리가 났다. 오금이 저려 그쪽으로 가지 못한 채, 그 총구가 너를 향할까 봐 도망간 자신을 부끄러워한 너는 집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당연히 비어있을 정대와 정미 누나의 문간방의 방문을 열었다. 단짝인 정대가 총을 맞는 모습을 보았으나, 믿기지 않아서 도청으로 향했다.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신군부 세력을 거부하고 민주화를 요구한 시민봉기라는 말은 덧붙인 것이다. 이 덧붙인 말만 기억하는 나는 네가 당한 아픔은 네가 당한 그 순간 멈췄고, 시취를 견뎠던 너는 나와 다르다고 구별하며 읽다가 맥이 탁 풀리는 순간이 있었다. 시신 훼손이 너무 심해 구별할 단서라곤 물방울무늬 치마를 입고, 매니큐어를 칠한 발톱이 있던 그 시신이 오종종한 앞니를 가지고 남동생을 돌보던 정대 누나인 정미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부터는 이 소설을 읽고 있는 나도 이미 너와 같은 시공간을 헤매게 되었다.

총을 받았지만 총을 쏘지 않은 시민군 중에는 도청을 나와 살아남았지만 살아남은 그날로 멈춰버린 은숙 언니가 있다. 여자같이 희고 약해서 다시 돌아오지 않아도 된다고 여자들을 도청 밖으로 무사히 보내는 길잡이를 한 진수 오빠를 따라 도청 밖으로 나갔다. 시민군의 명예를 위해 여자들이 도청에서 죽어서는 안된다는 누가 내린 명령인지도 모르는 말에 죽을 수 있는 명예를 얻지 못한 채 살아남은 죄책감에 은숙 언니의 젊은 현재는 멈췄다. 도청 분수대도 물줄기를 뿜어내서는 안 된다. 축제가 아니니까. 은숙 언니네 일행을 내 보내고 다시 돌아가 살아남은 진수 오빠와 영재는 고문기술자가 힘들지 않지만 당하는 사람은 두려워서 똥오줌을 지리는 고통과 시민군의 명예를 스스로 부정하도록 꼼꼼하게 설계된 고문을 받았다.

죽은 자와 그날로 멈춰진 현재를 살아가는 그들의 희생을 산 자가 기억해야 한다. 2024년 12월 3일의 계엄은 광주시민군이 막았다. 광주시민군을 기억하는 오늘날의 시민군이 막았다. 그러나 학살은 아직도 이어진다. 죽은 사람은 있으나 죽인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기에 막을 수가 없다. 2009년 용산, 2014년 진도 팽목항, 2022년 이태원과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학살은 계속되고 있다. 총 쏘는 자가, 몽둥이를 든 자가 누구인지를 피를 쏟으며 마지막 힘을 쏟아 눈을 밀어올려 쳐다보던 그 뜬 죽은 자의 눈을 우리는 가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학살을 멈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