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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신애 Feb 21. 2024

스무 살의 소리 없는 죽음


  새벽 5시 40분  '20대 무명녀 CPR이요!!' 다급한 목소리로 K-TAS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체계) 간호 선생님이 접수 종이를 전달해 주었다. 나는 빠른 손가락으로 접수를 하고, 다른 업무 중이었다.


  그리고 구급차가 도착한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사망소식이 들렸다. 고인은 한강에 투신했고 스무 살이었다. 보통은 입원수속을 하거나 퇴원을 하는데.. 아직 생을 마감하기엔 꽃 같은 시기인데.. 아무리 감정을 욱여넣으려 해도 눈물이 났다. 그리고 차라리 본인을 데려가라는 보호자의 통곡소리가 내 마음에 크게 울렸다. 딸의 죽음 앞에서 무력한 보호자에게 남은 건 사무치는 고통이다. 어떤 이야기가 그 아이의 삶에 칼날을 들이밀었는지 모르지만, 올라가는 길은 평안하길

간절히.. 바란다.


  죽음은 병원에 근무하면서 많이 보게 되는데 의연해지지가 않는다. 해가 거듭될수록 더 아린다. 감정에 빠지지 말고 내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한 명의 순간을 지킬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그렇게 고인의 아픔을 기억하며 추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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