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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우리

by 조아마

끈적이도록 더운 밤

잠이 든 네 곁에

부러 내 온기를 붙여 눕는다


베개 위에 모로 얹힌 네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 보다가

머뭇머뭇 입을 달싹이다가

묻는다


"당신한테 제일 오래된 건 뭐야?"


어둠 속에서 살금

뜨이는 네 눈을 본 듯한데

갑자기 입술이 뜨끈하다


소리도 없이

격정과는 아득히 먼 접촉이

나비처럼

살포시 앉았다가 왔던 데로 돌아간다


너에게 나보다 오랜 것이 왜 없으랴

나에게도 너보다 오래된 것이 숱하리라


그러나 숱하게 지워지고

가장 오래된 너만 남는다

천 년처럼 묵어진다


너는 말 안 통하던

속썩이던 네가 아니고

들썩이는 심장을 견디며

내가 기다리던 너도 아니고


그저 덩그러니 너이다

고유한 덩어리이

오래된 너는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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