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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옥 Jul 21. 2023

하버드는 뭐 아무나 가나?

호텔방에서도 공부시키는 미국 학부모

"미국에서 키우니 좋겠어요. 좀만 하면 아이비리그도 갈 수 있잖아요."


그 "좀만"의 기준은 아마도 한국 입시생들이 학원을 다니고 과외를 받으며 공부하는 시간에 비한 것일 것이다.


나의 아이들이 이런 말을 듣고 혹시라도 아이비리그를 꼭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기지 말았으면 한다. 그 “조금”도 못해서 미국 입시에 실패했다고 자책하지 않기를 바란다. 사실 미국 입시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어렵다. 아이비리그는 말처럼 쉽게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미국의 입시

한국에서처럼 밤새 공부하면 하버드 지원할 수 있는 성적이야 갖춰지겠지만, 공부만 잘해서는 지원조차도 못한다. 고등학교 4년 내내 전 과목 A를 받는 것은 그저 기본일 뿐이다. 내신 외에도 SAT, 음악, 스포츠, ACT, 봉사활동, 동아리활동, 각종 대회 수상경력, 에세이, 추천서, 면접 등 다양하게 "우수" 해야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지원하는 모든 학생이 다 잘하기에 이 경쟁을 뚫고 합격을 하려면 어느 정도 운도 따라주어야 한다. 다른 아이비리그 명문대들도 비슷하겠지만 특히 하버드는 내가 컨트롤하기 힘든 부분도 고려대상이다. 가령,

부모님이나 형제가 하버드 동문이면 합격이 유리하다.

출신고의 선배가 하버드를 진학했는지 또한 고려한다.

부모님의 재산, 저소득층, 한부모, 추천서 또한 합격률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기부입학도 있기에...

내가 지원하는 해에 이 모든 변인들이 도와줘야만이 입학이 가능한 것이다.


하우스키퍼의 눈

청소를 하다 보면 훔쳐보려 하지 않아도 객실 안에 있는 물건들을 보게 된다. 물건들을 보면 대충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 성별, 연령은 쉽게 알 수 있고 때론 방문 목적, 직업까지도 알 수 있다. 나의 시선이 가장 많이 가는 곳은 주로 책상 위에 있는 물건들이다.

 

“미국에도 공부를 하는 학생이 있구나!”


청소를 하면서 책상 위에서 본 의외의 물건은 공부자료이다. “미국은 공부를 안 시킨다"는 선입견이 잘못됐다는 걸 증명해 주는 물건들이다. 모든 학부모들이 대한민국 학부모처럼 학구열이 높은 건 아니지만 미국도 공부를 시키는 부모는 시키고 할 놈은 다 한다.

PSAT 모의고사 문제집

오늘은 PSAT 문제집을 보았다. 아마도 9학년이거나 10학년이지 않을까 싶다. PSAT는 미국의 수능이라 할 수 있는 SAT 만큼이나 중요한 시험이다. 각 주에서 상위 1% 학생을 10학년때 보는 PSAT로 필터링하기 때문이다.


미국 명문대 입학 준비

미국 고등학생들도 명문대를 진학할 생각이 있다면 9학년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성적관리를 할 것이다. 학군별로 분별해 내기 어려운 내신 외에, 객관적으로 실력을 검증받을 수 있는 PSAT는 첫 번째 입시 관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문대 진학에 진심인 학부모라면 상위 1% 명단에 올려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PSAT를 준비시키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하는 가정이 있으니 이런 문제집도 출판되고, 출판사 측에서도 해마다 계속 새로운 버전을 출판해 내며 수익을 내고 있지 않은가.


저학년도 공부시킨다

고등학생만 입시를 위해 공부시키지는 않는다. 보이지는 않지만 미국도 시키는 가정은 저학년부터 공부를 시킨다. 얼마 전에는 청소하다가 책상 위에 놓인 독해와 수학 문제집을 보았다. 한국에서도 많이들 쓰고 있는, 미국에서 가장 흔한 스펙트럼 (Spectrum) 문제집이 연필과 함께 놓여있었다.

스펙트럼 문제집

미처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출력한 듯한 종이 뭉탱이를 본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 기탄 문제집 마냥 곱셈문제가 빼곡히 채워져 있는 종이였다. 너덜너덜했던 것이 아마도 여행 중에 수케이스에 갖고 다니며 틈틈이 풀었겠지 싶었다.


공부는 인종을 넘어

미국으로 이민온 학부모라면 아이비리그를 한 번쯤은 꿈을 꾸어보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이민온 한국, 중국, 인도 가정만 명문대를 준비시키는 게 아니다. 본의 아니게 객실을 들락거리는 사람들을 자연스레 볼 수가 있기 때문에 내 눈으로 확인한 결과, 그 문제집의 주인들은 모두 백인 가정의 자녀들이었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유별난 면이 있긴 하지만 문제집이 특별한 인종만을 대상으로 제작되는 건 아니다. 공부는 어느 민족이나 어느 인종이나 하기는 한다. 다만 학구열이 어느 정도인지는 학군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다.


호텔방에서도 공부시키는 미국 학부모

미국이라도 "좀만" 해서 하버드를 갈 수 있다는 생각은 매우 잘못된 착각이다. 여유롭게 가족사진을 찍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추억의 기념품을 고르고 즐겁게 여행을 하는 도중에도 호텔에 돌아와서는 공부를 하는 미국 가정도 있다. 누군가는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영화를 보며 푹 쉴 시간에, 이들은 보이지 않는 호텔방에서도 공부를 하는 것이다. 

대충 즐기며 "좀만" 열심히 한다고 쉽게 성공하는 사람은 없다. 성공이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늘 꾸준하게 달려온 사람들의 결과물이다. 호텔방에서도 공부를 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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