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당당한 나만의 삶...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 대한민국, 하지만 행복지수는 OECD 최하위권에 머문다. 이 아이러니의 원인은 끊임없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우리 사회의 모습에 있다. SNS 속 화려한 타인의 삶과 나의 고단한 현실을 비교하며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진정한 행복은 남과의 비교가 아닌, 나만의 속도와 기준을 찾는 데서 시작된다. 어제의 나보다 나아진 오늘을 발견하고, 소박한 일상에서 만족을 찾을 때 비로소 우리는 비교의 감옥에서 벗어나 당당한 나만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한여름 동네 카페 창가에 앉아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마셨다. 늦은 오후의 강한 햇살이 강한 습기 부유시키며 비스듬히 쏟아져 들어오는, 그런 평범하고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무심코 랩톱을 두드리던 손을 멈추고 멍하니 밖을 내다보다, 길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 속 한 남자에게 시선이 멎었다. 잘 다려진 셔츠, 손목에 감긴 세련된 시계, 망설임 없는 걸음걸이. 그가 어떤 삶을 사는지 알 턱이 없지만, 잠시나마 내 안에서는 익숙하고도 낡은, 보이지 않는 줄자가 스르륵 펼쳐졌다. '나'라는 기준점에서부터 그를 향해 뻗어 나가는 줄자. 나는 지금 어디쯤 서 있는가. 그는 얼마나 여유로워 보이는가. 이 무의식적인 측정은 거의 반사작용에 가까워서, 멈추려 해도 어느새 내 삶의 좌표를 타인의 풍경 속에서 찾고 있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생각의 끝에 남은 것은 쌉싸래한 커피 맛과 닮은 씁쓸함이었다.
우리는 참 이상한 시대를 살고 있다. 물질적으로는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누리면서도, 마음은 늘 어딘가 허기져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 행복지수는 50위권 밖이라는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자, 이제는 '어떻게 사는가'의 문제가 우리를 짓누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어떻게'의 기준은 불행히도 내 안에 있지 않고, 타인의 삶에 있는 경우가 많다. SNS를 열면 보이는 친구의 해외여행 사진, 동창회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승진 소식, 명절에 무심코 던져지는 친척의 자식 자랑까지. 우리의 일상은 타인의 삶이라는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는 일의 연속이며, 마치 끝없는 궤도를 달리는 사회적 쳇바퀴 위에서 숨을 헐떡이는 것만 같다.
그 거울 앞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의 모습을 재단한다. 그의 연봉과 나의 연봉을, 그녀의 집 평수와 나의 집 평수를, 그들의 자녀가 다니는 학원과 나의 자녀가 다니는 학원을. 비교는 더 나은 삶을 향한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를 조급하게 만들고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독이 된다. 문제는 그 비교의 대상이 온전한 실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타인의 가장 빛나는 순간, 정성껏 편집된 행복의 단면만을 보고 그것을 그의 삶 전체라고 착각한다. 그의 고뇌와 실패, 무수한 밤을 채웠을 불안과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나는 나의 고단한 현실과 타인의 화려한 허상을 비교하며 스스로를 영원히 채워지지 않을 갈증 속으로, 불행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셈이다.
언제부터였을까. 나만의 속도를 잃어버리고, 세상이 정해놓은 트랙 위를 허덕이며 달리기 시작한 것이. 잠시 멈춰 서서 내 발밑을 들여다볼 용기가 필요하다. 타인의 박수갈채가 아닌, 내 심장의 소리에 귀 기울일 시간이 필요하다. 행복은 결코 남과의 비교를 통해 얻어지는 상대 평가가 아닐 것이다.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나아진 오늘의 나를 발견하는 기쁨, 몇 날 며칠을 고심해 고른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만족감,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따뜻한 눈빛. 행복은 아마 그런 것들 속에, 내 삶의 주도권을 오롯이 내가 쥐고 있다고 느낄 때, 지극히 개인적이고 온전한 나만의 경험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카페를 나서자 한여름 밤의 습한 저녁 공기에 숨이 막혔다. 아까 보았던 그 남자는 이미 인파 속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이제 나도 나만의 길을 걸어야 할 시간이다. 마음속 보이지 않는 줄자를 조용히 접어 서랍 깊숙한 곳에 넣어두기로 한다. 그것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을지라도, 적어도 매 순간 꺼내 들지는 않으리라 다짐한다. 대신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의 감각에, 스쳐 지나가는 바람의 향기에, 그리고 내 안에서 울리는 작은 목소리에 더 집중하리라. 그렇게 나만의 단단한 땅을 딛고, 나만의 보폭으로 걸어갈 때, 비로소 우리는 비교의 감옥에서 벗어나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진정한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