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먕씨의 하루, 그리고 나고야

하루

by Myang

아직 겨울이라는 것을 실감하는 중이다.

또다시,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감기는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나 때만 되면 잘도 걸리는 것 같다.

따듯하게 입고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대체 왜 또 감기에 걸린 걸까?

면역력이 문제인가? 운동을 너무 안 하나?

목 보호도 잘하고 다녔던 것 같은데 대체 이유가 뭘까?

콧물에게 하루 종일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중이다.

친구말로는 콧물이 나와야 감기가 떨어진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 걸까?

그렇다면 기꺼이 콧물이 나오는 것을 감사히 여기리라.


감기 덕분에 오늘 하루는 집안에서 보내게 되었다.

그래도 하루에 한 번은 콧바람을 쐬어주려고 했는데 오늘은 안 되겠다.

몸은 으슬으슬 춥고, 코는 말썽이고, 목도 건조하고. 이 상태로 밖에 나갔다가는 며칠간 앓아누울 것만 같았다.

참자.


외출을 하지 않는 날이면 내가 일본에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게 된다.

집안을 가득 채운 가구와 집기들이 모두 한국에서 가져온 것이고, 늘 집에서 만드는 음식도 한국 양념으로 만든 음식이기 때문에 집안의 냄새로 한국 냄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일본 안의 작은 한국이다.

물론 창밖의 풍경은 한국이 아님을 깨닫게 해 주지만.


아침부터 쉬엄쉬엄 집안일을 하고 오후에 잠시 짬이 생겨서 책을 한 권 꺼내 들었다.

일본에 오기 전 서점에 들러 책 표지가 예뻐서 구매했던 "카페 도도에 오면 마음의 비가 그칩니다."라는 시메노 나기의 책이다. 책은 아주 잔잔한 내용이다. 카페 도도에 오는 손님의 사연과 주인장의 요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유튜브에서 책 읽을 때 듣기 좋은 음악을 검색해서 들으며 따뜻한 커피를 한잔 홀짝 거리며 책을 읽었다.

창 밖으로 부서지는 햇살이 좋았다. 책 읽기 딱 좋은 날씨다.

햇살이 좋아서 그런가?

'컨디션만 좋았어도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책을 봤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책을 읽다 마음에 와닿은 문장이 있어서 메모를 했다.

'올라가지 못할 때는 내려와 달라고 하면 된다.' '상처를 받았다면 그때마다 씻어서 흘려보내면 된다.' (카페 도도에 오면 마음의 비가 그칩니다 중에서.)


어쩌면 그냥 스쳐 지나갔을 문장일지도 모르는데 오늘은 왠지 위의 문장에서 눈길이 멈추었다.

왜일까?

지금 내 마음이 말캉말캉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저 짧은 문장에 마음이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덮으며 잠시 멍하게 창밖을 바라봤다.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하루.

이렇게 또 일본에서의 하루가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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