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먕씨의 하루, 그리고 나고야

아이스크림

by Myang

날씨가 춥다.

기온은 그다지 낮지 않은데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그런가 체감 온도가 낮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겨울이 끝나가나 했었는데, 왜 다시 겨울이 시작되는 기분이 드는 거지?

나고야의 겨울은 분명 그다지 춥지 않다고 했었는데..

눈도 별로 안 오고..

올해는 이상기온인 건가?

춥고, 눈도 제법 오는 느낌이다.


일본의 공휴일. 느지막하게 일어났다. 나는 백수이지만 남편은 아니니까.

휴일의 늦잠을 즐기는 남편을 따라 나도 같이 늦잠을 잤다. 부부는 일심동체니까. (이럴 때만?)

아침과 점심 사이 그 어느 즈음에서 떡볶이를 만들어 먹었다.

야심 차게 사리면도 넣었다. (한국에서는 쉽게 사서 먹을 수 있는 사리면이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으니까.)

배부르게 떡볶이를 먹고 외출을 했다.

아직 감기 기운이 있어서 바람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꽁꽁 싸맸지만, 강한 바람을 이길 수는 없었다.

바람이 매섭다.


오후 시간은 카페에서 일본어 공부를 하면서 보냈다. 따뜻한 카페라테를 마시며 창밖으로 잔뜩 웅크리고 바람에 맞서 걸어가는 사람들도 보고, 일본어 단어도 외우고, 문장도 읽어보고.

언제나 그렇듯 카페에서의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간다.

내가 카페를 좋아해서 그런 걸까?


저녁은 뭘 먹을까 남편과 이야기를 하다가, 카츠동을 먹으러 갔다.

집 근처에 있는 프랜차이즈인데 식사 시간이면 언제나 손님이 많아서 웨이팅이 제법 있는 곳이다.

오늘은 공휴일이라 그런가? 한적하다. 덕분에 웨이팅도 없이 먹을 수 있었지만, 직원도 적어서 음식 나오는 시간이 평소보다 조금 오래 걸렸다.

기다림 끝에 나온 카츠동은 역시나 맛있다. 함께 곁들여 먹는 무장아찌도.

평소라면 빠른 속도로 먹었을 테지만 오늘은 손님이 없었기 때문에 느긋하게 이야기도 하며 식사 시간을 즐겼다.

역시 천천히 느긋하게 먹을 때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다.


저녁을 맛있게 먹은 후, 디저트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오늘의 디저트는 말차아이스크림이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우리가 좋아하는 말차카페가 있다. 말차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인데 말차 맛이 정말 진하다.

일본에 와서 좋아하게 된 것 중의 하나가 말차다.

특히 이 집의 말차아이스크림은 적당한 단맛과 찐한 말차맛의 조화가 좋다.

그래서 종종 남편과 말차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으면 이곳에 온다.

다른 곳에서도 몇 번 먹어봤지만 역시 여기 말차 아이스크림이 우리 입맛에는 제일 맞았다.

오늘은 초콜릿 소프트 아이스크림도 같이 주문했다. 말차 아이스크림이 맛있으니까 초콜릿 아이스크림도 맛있지 않을까 하는 무한 긍정 회로가 작동을 했기 때문이다.

역시 초콜릿 아이스크림도 맛있었다.

적당히 진한 초코맛과 아이스크림의 식감이 말차 아이스크림 못지않게 부드럽고 쫀득하다고 해야 하나? 밀도가 높아서 식감도 좋고 맛도 좋다. 물론 와플콘도 맛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오며 가는 사람들을 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별것 아닌 이야기에 웃고. 그렇게 우리의 저녁 시간을 마무리해 본다.

먹고 나서 보니 본의 아니게 과식을 할 것 같았다. 배가 너무 불렀다.

아이스크림 두 개는 욕심이었나? 나 지금 다이어트 중 아니었던가?

뭐 그래도 맛있게 먹었으니 그걸로 됐다.


2주 정도 구마모토에 다녀온 후 일상의 리듬이 조금 깨진 느낌이 든다. 다시 정신 차리고 돌아가야지.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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