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먕씨의 하루, 그리고 나고야

초콜릿과 책 읽기

by Myang

오늘도 나고야의 날씨가 이상하다.

해가 드리운 아침. 오늘은 맑으려 나부다 해서 빨래를 해가 드는 쪽으로 옮겼다.

오전에 일본어 수업을 듣고 창밖을 보는데 갑자기 눈이 날리기 시작했다.

어제보다 더 강한 바람이 부는 듯했다.

눈이 날리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은 걸 보면.

오늘도 맑은 날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해가 더 쨍해지더니 눈이 그쳤다.

무슨 일이지?

지구가 정말 많이 아픈가 보다.


해가 떴으니 일광욕을 하기 위해 (비타민 D를 섭취해야지) 외출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섰다.

집 앞까지는 좋았는데 골목을 조금 벗어나니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이러다 날아오는 간판에 맞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바람이 너무 강했다.

숨 쉬기도 어려울 정도로.

괜히 나왔나 하는 생각을 하다 인파가 많은 곳으로 걸어갔다.

곧 다가오는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이곳은 지금 온통 초콜릿 천국이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지나고 나니, 1월 중순부터 밸런타인데이 장식을 여기저기 하기 시작했다.

이벤트를 정말 좋아하는 나라인 것 같다.

여기저기 핑크핑크, 초코초코, 사랑이 넘친다.

초콜릿을 하나 사볼까 싶어서 여기저기 기웃기웃 거려 본다.

캐릭터 초콜릿, 공룡 초콜릿, 반창고 초콜릿 등등 신기하고 귀여운 초콜릿들이 여기저기서 유혹을 했다.

하나 사줘야 하나? 어떻게 하지?

먕씨는 지금 갈등 중.

귀여운 초콜릿을 살 것인가, 아니면 무난하지만 맛이 보장된 초콜릿을 살 것인가.

아- 너무 어렵다. 고뇌의 시간이다.

커피나 한잔 하면서 잠시 숨 돌리기를 하고 골라야겠다.


스타벅스에 가서 라테를 한잔 마시려고 했는데 가는 곳마다 자리가 없다.

나만 스타벅스를 만만하게 보는 게 아닌가 보다.

테이크아웃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 번화한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스타벅스에 갔다.

다행히 자리가 몇 개 있었다.

스타벅스 라테 아이스 숏사이즈를 한잔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며칠 전부터 다시 시작된 책을 읽는 시간.

글자와 마주하는 이 시간이 다시 좋아지기 시작했다.

왜 그동안 멈췄을까? 한 때는 매일 책을 읽으며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즐기는 걸 좋아했던 나였는데.

잠시 이곳이 어디인지 잊고 책 속으로 들어가 머리를 식힌다.

책을 읽는 중간중간 목으로 넘기는 커피가 유난히 맛있게 느껴진다.

언젠가부터 카페에 가면 공부를 했다. 공부를 하기 위해 카페에 간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이제는 종종 공부가 아닌 책 한 권을 들고 차 한잔을 마시며 휴식을 취해야겠다.

누구에게나 조금의 쉼은 필요하니까.


그렇게 잠시 스타벅스에서 쉼표를 찍고 다시 초콜릿 사냥을 떠났다.

결국 내 손에는 무난하지만 맛이 보장된 초콜릿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이런 나, 재미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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