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 재류관리국과 구약소
어느덧, 일본으로 이주한 지 한 달 반이 지났다.
가족체재 비자로 발급받은 나는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었다.
몰랐다.
재류카드 뒷면에 '자격 외 활동허가' 도장이 있어야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일본에 입국하며 재류카드를 발급받은 후, 일주일 정도 지난 어느 날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는 '자격 외 활동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런.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있기 때문에 재류카드를 발급받을 때, '자격 외 활동허가신청서'를 미리 작성하여 같이 제출을 한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나중에 출입국 재류관리국에 가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기에 그 번거로움을 해야 했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오전 9시 서둘러 집을 나섰다. 전철을 타고 낯선 동네로 떠났다. 혼자서 처음으로 일본 관공서에 가는 날이라 살짝 긴장이 되었다. 신청서를 미리 작성도 하고, 가는 길에 간단한 일본어 문장 연습도 머릿속으로 계속 되뇌어봤지만 긴장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다행히 나고야의 출입국 재류관리국은 전철역 바로 옆에 있어서 찾아 가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1층에 있는 인포메이션으로 가서 준비했던 일본어를 말했다.
"자격 외 활동허가를 받으러 왔어요. 어디로 가야 하나요?"
신청서를 보여주시며 "신청서를 작성하셔야 해요."라고 말씀하셨다.
"신청서는 작성해서 왔어요."라고 얘기하니, "아! 2층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마지막으로 인포메이션을 나왔다.
다행히 문제없이 대화를 할 수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니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미 대기를 하고 있었다.
신청서 작성하는 곳에서 안내를 해주시는 분에게 다시 한번 "자격 외 활동허가를 받으러 왔어요."라고 얘기하며 신청서를 보여주었다.
해당 창구를 안내해 주시며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순번이 되어 해당 창구로 갔다. 신청서, 여권, 재류카드를 제출했다. 신청서를 보시더니 미작성된 란을 확인해 주시며 작성하는 법을 알려주셨다.
순간적으로 한자가 생각나지 않아 당황했다.
"죄송하지만, 한자가 기억이 안 나요. 알려주실 수 있나요?"
"아! 네. 잠시만요."
친절하게 메모지에 한자를 적어주셨다.
휴~ 다행이다.
어렵게 신청서 작성을 마치고 번호표를 받은 후 대기석에서 번호가 호출되기를 기다렸다.
30분 정도 시간이 흐른 후 드디어, 번호가 호출됐다.
재류카드 뒷면에 "자격 외 활동허가" 도장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이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뭔가 뿌듯했다.
일본에 오면 재류카드와 마이넘버카드를 발급받아야 한다. 기존에는 마이넘버카드를 발급받지 않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았지만, 올해부터는 보험증 대신 마이넘버카드에 보험 기능이 추가되었기 때문에 마이넘버카드를 발급받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재류카드 발급 후, 구약소에서 주소등록을 하고 마이넘버카드 신청을 온라인으로 했다. 신청은 온라인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신청을 한다고 바로 마이넘버카드가 발급되지는 않는다. 신청을 한 후 한 달 정도 지나면 마이넘버카드 발급 우편물을 받을 수 있다. 우편물 안에 있는 서류는 보관을 해야 하고 (나중에 마이넘버카드를 받으러 갈 때 구약소에 갖고 가야 함) 우편물 안의 안내문에 적힌 대로 온라인으로 마이넘버카드발급 요청을 한다. 다시 2주 정도 지나면 우편으로 마이넘버카드 수령가능 통지서가 온다. 통지서에는 수령지와 수령가능 기간이 적혀있다.
오늘, 바로 그 통지서를 갖고 마이넘버카드를 받기 위해 구약소에 가는 길이다.
구약소에도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 역시 신청서 작성하는 곳에는 안내해 주시는 분이 한분 계셨다.
마이넘버카드를 받으러 왔다고 얘기하니 작성할 서류를 알려주시며 번호표도 발급해서 전달해 주셨다.
신청서류를 작성하고 해당 창구 앞의 대기석에 앉아 순번이 되기를 기다렸다.
아침부터 긴장하면서 돌아다녀서 그런지 따뜻한 공기에 몸이 스르르 녹기 시작하니 졸음이 몰려왔다.
이런.
졸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실패.
어느새 나의 고개는 아래위로 좌우로 요동을 쳤다. 꾸벅꾸벅.
한참을 졸다 보니 번호가 호명이 되었고 해당 창구로 갔다.
작성한 서류와 통지서를 제출하고 기다리니 비밀번호를 입력하라고 했다.
전산 화면에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드디어 마이넘버카드를 받았다.
외국인이 기 때문에 재류기간이 끝나기 전에 갱신을 해야 한다고 알려주셨다. 그것만 주의하면 된다고.
마이넘버카드 발급까지 무사히 완료.
이제 통장 개설만 남았다.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통장 개설은 쉽지 않다던데.
하나하나 일본 생활을 위한 준비를 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어렵긴 하지만 하나하나 준비가 될 때마다 스스로 뿌듯함을 느낀다.
이렇게 살아가는 거지 뭐.
실수도 하고, 긴장도 하고, 하나씩 배워가면서 조금은 느린 속도로 그렇게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며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