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먕씨의 하루, 그리고 나고야

아르바이트

by Myang Feb 25. 2025

드디어 새로운 일상이 시작되었다.

우연한 기회가 닿아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계속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달 반정도 일단 해보기로 했다.

새로운 일상의 시작은 역시 설렘으로부터.

단순한 일이고, 많은 돈을 버는 건 아니지만 혼자서 보내던 평일의 하루가 달라졌다는 사실이 심장을 뛰게 했다.

나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 준비를 하고, 오랜만에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출근 중"

이 세 글자가 왜 이리 낯설고 기분이 좋을까?

몇 달 전까지만 나의 일상이었는데 말이다.

발걸음도 가볍게 출근길을 나섰다.

괜히 미소가 지어진다. 내가 이렇게 일을 좋아했었나? 하는 착각이 들었다.

사람이란 참 아이러니하다. 일을 할 때는 출근이 하기 싫어서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뭉그적 해보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일을 잃고 나니 일에 대한 갈망이 생기고, 일이 다시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미소를 지으니 말이다.

주 3일, 총 15시간. 

일주일 168시간 중 15시간이 나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고,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주었다.

일본에 온 후, 늘 남편의 이야기를 듣는 입장이었는데 이제 새로운 이야기를 남편에게 재잘거리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같이 일하는 직원들과 나누는 대화가 너무 즐거웠다. 의사소통이 100%로 되지는 않지만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어가며, 바디랭귀지를 하며 하는 대화가 새롭고 재밌었다.

일본어에 자신감도 생기고. 

다들 상냥하게 대해주고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이해하기 쉽도록 천천히 이야기를 해 준다.

착한 사람들이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면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간다. 

5시간이 지나고 퇴근하는 시간. 

"おつかれさまです。”  

수고하세요.라는 인사를 하고 아르바이트 장소를 나온다.

그리고 보내는 세 글자.

"퇴근 중"

이유 모를 뿌듯함이 몰려온다. 


일본이라는 낯선 곳에서 느리지만 낯선 생활에 하나하나 천천히 적응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런 것 같다.

작은 것을 할 때마다 내가 기특하게 느껴진다.

스스로 계속 응원을 하며, 잘하고 있어. 잘했어. 기특해. 그래 그렇게 하는 거야. 등등 계속 혼잣말을 하게 된다.

아르바이트라는 것이 나에게 이런 설렘과 활력을 안겨줄 줄은 몰랐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즐겁게 출근을 하고 기분 좋게 퇴근을 했다. 

내가 일을 하는 15시간이 왠지 모르게 소중하게 느껴졌기 때문인 듯하다.

일을 하기 위해 오가는 이 길이, 이 시간이 즐겁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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