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야마 여행 첫 번째 이야기
결혼을 하기 전, 남편과 약속을 했었다.
일 년에 세 번은 꼭 둘이 여행을 가기로 말이다.
우리의 생일과 결혼기념일.
그렇게 우리는 결혼을 한 후, 매년 세 번은 꼭 여행을 떠났다. 때로는 해외로 때로는 국내로. 어디든 기념 여행을 다녔다.
일본으로 이주한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나의 생일을 맞이하여 일본 국내 여행을 가기로 했다.
우리가 선택한 여행지는 마쓰야마다.
5박 6일간의 여행.
딱히 정한 일정은 없었다. 그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것을 보고, 휴식도 같고, 유유자적 여행을 하기로 했다. 발길 닿는 대로..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걸 찾아서 먹고 싶은 걸 찾아서 여행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
나고야에서 마쓰야마는 비행기로 약 1시간 정도 걸렸다. 마쓰야마로 가는 비행기는 프로펠러가 달린 작은 비행기였다. 기내에 기내용 캐리어를 실을 수 없는 비행기였다.
이렇게 작은 비행기는 처음 타는 거라 조금 긴장이 되었다. 요즘 비행기 사고가 많아서 더 긴장을 했던 것 같다.
어둠이 깔린 저녁 시간에 마쓰야마공항에 도착을 했다. 공항이 이렇게 한산할 수 있는 건가? 정말 사람이 없었다.
우리의 미션은 짐을 찾고 나온 후부터 시작되었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이동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첫 번째 미션이었다.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던 터라 막막했다. 공항철도는 당연히 없었고, 리무진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 마지막 시내버스는 가버렸다. 리무진 운행시간은 비행기 도착시간에 맞춰졌으나 나리타에서 오는 비행기가 40분 지연되면서 우리는 찬바람이 쌩쌩부는 공항에서 40분을 기다려야 했다. 3월 하순이었으나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바람은 더 찼고 결국 남편이 택시기사님과 함께 리무진을 기다리고 있던 일본 부부와 합의를 해서 네 명이 함께 절반 가격으로 택시를 타고 호텔로 이동하게 되었다.
20분이면 오는 숙소를 그렇게 우리는 1시간 넘게 걸려서 오게 되었다. 9시가 넘어 체크인을 하고 근처 편의점에 가서 맥주를 샀다. 한잔씩 하고 뻗어서 자기로 했다. (새벽 3시가 넘어 겨우 잠이 들었다. 왜지?)
그렇게 마쓰야마의 첫째 날 밤이 끝이 났다.
다음 날.
결국 우리는 오전이 다 흘러간 시간 눈을 떴다. 어제저녁 공항에서 맞았던 찬바람 덕분인지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다 그래도 점심은 먹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외출 준비를 했다.
호텔을 나서니 햇살이 따사로웠다. 어젯밤과는 너무나 다른 날씨. 몇 시간 만에 겨울에서 봄이 된 느낌이다.
햇살에 이끌려 숙소 앞에 있는 공원을 걸었다. 햇살도 좋고, 파란 하늘은 더 좋고, 한가로이 각자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도 좋고, 유유자적 강을 떠다니는 백조는 이쁘고, 몽글몽글 피어나기 시작한 벚꽃은 더 이뻤다.
공원을 거닐다 점심을 먹으러 수타우동집에 갔다. 허름한 가게 안은 손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쫄깃한 면발과 담백한 국물의 조합이 정말 끝내줬다. 바삭한 튀김은 말해 뭐 해. 두 개 먹고 싶었지만 한 개밖에 남지 않아서 하나를 둘이서 나눠 먹었던 유부초밥은 꿀맛이었다.
든든하게 점심을 먹고 남편이 구경을 가보고 싶다던 중고게임팩을 파는 곳을 찾아갔다.
가는 길에 마쓰야마의 꽃인 귤로 만든 음료를 파는 가게에서 생귤주스와 귤소프트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달콤하고 시원한 디저트를 먹으며 룰루랄라 중고게임팩 가게로 가는 길.
우연히 예쁜 벽을 만나서 사진을 찍었다.
- 그래. 여행은 이런 재미지.
벽에 새겨진 문구처럼 좋은 하루가 되는 기분이다.
좋아하는 게임팩을 보며 이 게임은 이거고, 이건 내가 어렸을 때 했던 게임이고 등등 신나 보이는 남편을 보니 괜히 덩달아 신이 났다. 잘 모르지만 관심을 갖고 남편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어쩌다 아는 게임이 나오면 맞장구도 치고 추억 팔이도 같이 하고.
해가 뉘엿뉘엿 지는 마쓰야마의 오카이도의 어느 길을 걸으며 함께 웃고 서로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며 저녁을 먹으러 갔다. 안타깝게도 저녁 메뉴는 생각보다 맛이 없어서 실망스러웠지만 뭐 어떠랴. 이 또한 여행의 묘미지.
생각했던 맛과 다른 저녁을 먹으면서도 마냥 좋아서 웃는 우리.
오늘 참 많이 웃었다.
무계획 여행도 나쁘지 않지만 내일은 계획을 세워보기로 하며 호텔에서 일정을 짜고 미리 기차표도 예매를 했다. 내일은 일찍부터 하루를 시작해야 하기에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과연 내일, 계획되로 여행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