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야마 여행 - 두 번째 이야기
마쓰야마의 하루가 밝았다.
역시, 우리는 일어나지 못했다.
어제 잠들기 전, 오늘의 여행계획을 세우고 기차표까지 예매했지만 여행대신 늦잠을 선택했다.
다행히 인터넷으로 구매한 기차표는 직접 활성화를 하는 날 사용이 가능한 표였기 때문에 내일로 여행을 미뤘다.
또다시 느지막하게 시작된 여행. 그래도 어제보다는 일찍 하루를 시작했다.
"야노스시"라는 곳에서 "야노벤또" 를 먹기로 했다. 야노벤또는 하루 딱 10개만 판매하는 것이어서 예약이 필요하지만 운이 좋으면 예약 없이도 먹을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우리는 이 사실을 식당에 도착해서 알았다. (뭔가 허술하다.)
가게 오픈 전에 도착해서 잠시 기다리니 직원분이 나오셨다. 예약을 했는지 물어보시고 자리 안내를 해주셨다. 야노벤또가 가능한지 여쭤봤더니 다행히 가능하다고 얘기해 주셔서 벤또 2개를 주문했다.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아시고는 얼음물과 숟가락까지 챙겨주셨다. (센스 최고!!)
야노벤또는 밥, 도미회, 튀김, 야채조림, 조갯국 등으로 구성이 되었으며 삼단 도시락에 정갈하게 담아 주셨다. 모든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신선하고, 바삭하고, 담백하고, 깔끔하고. 탁월한 선택이었다며 우리를 칭찬했다.
든든하게 밥을 먹고 산책을 겸하여 마쓰야마성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물을 하나 사고 만발의 준비를 한 후 마쓰야마성으로 향했다.
마쓰야마성을 오르는 방법을 리프트, 케이블카, 그리고 두 다리로 걸어 올라가기가 있다. 우리는 두 다리로 걸어서 올라가기로 했다.
공원을 가로질러 성으로 올라가는 길은 경사가 생각보다 가팔랐다.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숨은 차 올랐고 종아리는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중간 즈음 오르니 땀이 줄줄 흘렀다. 중간중간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없었다면 성에 가는 길이 더 힘들었을 것 같다.
이렇게 힘들어하는 나와는 달리 주변에 회사원으로 보이는 분들은 구두를 신은채 너무나 여유롭게 성을 오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의 운동부족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먕아, 운동 좀 하자!)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오른 마쓰야마성.
위에서 내려다보는 마쓰야마의 모습이 새로웠다. 공기가 조금 더 맑았다면 (여기도 미세먼지가) 더 멀리 보였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정상까지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기분이 좋았다. 상쾌했다.
성 내부에는 들어가지 않고 성 주변을 둘러본 후 올라온 곳과 반대 반향으로 성을 내려왔다. 반대 방향은 산길이었다. 흙내음과 산들바람이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는 길이었다.
잔뜩 무거워진 다리를 잠시 쉬게 해 주기 위해 사이펀커피를 마시러 갔다. 처음 마셔보는 사이펀 커피. 어떤 맛일지 궁금했는데 맛보다는 커피가 내려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더 있는 커피였다. 자그마한 카페 안에 퍼지는 커피 향도 좋고. 휴식을 취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쉬었으니 다시 걸어볼까?
마쓰야마 종합공원에 유럽풍의 전망대가 있다고 하길래 보러 가기로 했다. 오늘은 걷고 또 걷는 날인가 보다.
전망대니까 당연히 높은 곳에 있겠지? 그랬다. 유럽풍의 전망대는 마쓰야마성만큼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산책로를 따라 걸어 올라가다 보면 눈앞에 나타나는 유럽풍의 건축물 하나.
푸른 잔디와 하나의 건축물이 전부이지만 마쓰야마성보다 오히려 더 깊은 인상을 안겨주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 계단을 올라 제일 위 층인 3층에 오르면 창을 통해 마쓰야마를 360도로 볼 수 있다. 도시의 모습, 바다, 산. 제각각의 모습을 한 마쓰야마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뉘엿뉘엿 해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공원은 한적하고 너무 좋았다. 잠시 바다가 보이는 벤치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숨을 고른다.
오늘 하루도 제법 재밌는 여행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멍하게 아래를 내려다본다. (언제 내려가지?)
해가 지기 전에 숲길을 내려가야 했다. 서둘러 발길을 돌려 배고픈 배를 달래주러 가기로 했다.
내일은 꼭!! 기차를 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