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에서 만난 봄
어느덧, 벚꽃이 만개한 나고야.
어느 순간 따스한 기운이 감돌더니 하나 둘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만개한 벚꽃을 만날 수 있었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하는 하나미(花見-꽃구경)를 하기 위해 나고야의 벚꽃 명소 중 하나인 츠루마이공원을 찾았다.
멀리서 보이는 츠루마이공원 입구는 사람으로 인산인해였다.
-이런. 내가 생각한 꽃놀이랑은 전혀 다르네?
벚꽃나무가 있으면 그 아래는 어김없이 파란색 돗자리가 깔리고 온갖 음식을 먹으며 자신들만의 하나미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벚꽃을 보러 온 것인지, 사람을 보러 온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처음 보는 광경에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수많은 인파를 뚫고 요래조래 사진도 찍어보고, 떨어지는 벚꽃 잎을 잡아보기도 하며 우리만의 하나미를 즐기기 시작했다.
공원 뒤쪽으로 가니 벚꽃나무가 없었고 벚꽃나무가 없는 만큼 사람도 없었다. 한적했다.
잠시 그곳에서 숨 고르기를 하며 경쾌한 타격소리가 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어린 친구들이 연습야구경기를 하고 있었다. 눈부신 햇살 아래 활기차게 경기를 하는 모습이 제법 박진감이 넘쳐 보였다.
넋을 잃고 잠시 경기를 감상했다.
-오~ 저 친구 공이 꽤나 빠른데? 소리가 달라.
-그러게, 잘하네.
-(경쾌한 타격음이 들리고) 와!! 제대로 맞았다.
-오~ 제법인데? 어? 도루한다.
-어머? 진짜네? 어머!! 세이프야!! 대단한데?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남편과 한동안 야구경기를 즐겼다. 우리 하나미 온 거 맞지? 하하하
다시 공원 산책을 했다. 벚꽃도 물론 예쁘지만 부서지는 햇살아래에 파랗게 빛나는 나무를 올려다보는 것도 좋았다. 파란 하늘이 모든 풍경의 마무리를 지어주었다.
역시, 하늘은 파래야지.
츠루마이공원은 생각보다 넓었다. 연못도 있고, 분수대, 야구장, 축구장, 놀이터 등 다양한 시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나중에 벚꽃이 다 지고 조금 한적한 시기가 되면 오롯이 공원을 즐기기 위해 다시 한번 오자고 약속을 하며 뭔가 아쉬움이 남는 하나미를 마무리지었다.
돗자리를 펴고 앉아서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걸 미리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미리 알았다면 일찍 와서 좋은 자리를 골라 돗자리를 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시원한 바람과 떨어지는 벚꽃 잎을 맞으며 하나미를 더 많은 시간 즐길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내년에 한번 즐겨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