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먕씨의 하루, 그리고 나고야

일본생활 - 게으름

by Myang

백수 6개월 차.

드디어 올 것이 왔다.

게으름.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게을러지기 시작했다.

일본어 공부도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단어는 더 외워지지 않고.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고 날씨도 오락가락 흐린 날도 많아지고.

이런저런 핑계가 늘어나면서 나의 게으름도 깊어져갔다.

이를 어쩐다.

게으름을 다잡아 볼까 싶어 계획도 세워보지만 이겨내지 못했다.

세웠던 계획은 속수무책으로 어긋나갔고 침대와 한 몸이 되기 일쑤다.

점점 늦게 일어나고, 점점 멍 때리는 시간이 늘어나고, 하루 종일 유튜브나 한국 예능을 틀어 놓으며 시간을 흘러 보내기 일 수다.

큰일이다.

머릿속으로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맴도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의지가 없어서 그런 걸까?

7월까지 살을 빼서 남편이 사준 원피스를 입을 계획이었는데 가망이 없어 보인다.

게을러짐이 깊어질수록 살도 붙기 시작했다.

총체적 난국이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시 일을 하고 싶었는데 인간이란 참 적응을 잘하는 것 같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백수 생활에 적응을 한 것 같다.

그래서 게으름이라는 녀석이 찾아온 게 아닐까 싶다.

다시 마음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오늘도 창문 밖을 보며 멍을 때려본다.

아.. 여긴 어디? 나는 누구?

.

.

.

.

.

.

.

.

어디긴 어디야. 나고야지. 누구긴 누구니? 먕이지.

정신 차리자.

다시 힘을 내서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보자.

그런 의미에서 일본어 단어를 좀 외워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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