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야마여행 - 세 번째 이야기
드디어, 떠나게 된 시코쿠 여행.
오전 9시 기차를 타기 위해 일찍 일어나기에 성공했다. 좀처럼 일찍 못 일어났던 마쓰야마.
오늘은 일어나서 다행이다.
여행 준비를 하고 호텔을 나섰다. 승강장에 올라가기 전 JR마쓰야마역 1층에 있는 세븐일레븐에서 따뜻한 커피를 샀다. 미리 샀던 바움쿠헨과 바나나까지 야무지게 챙겨서 기차에 올랐다.
다행히 미리 줄을 서서 자리에 편하게 앉아서 갈 수 있었다. 덕분에 편안하게 준비한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아침을 먹고 창밖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덧, 시코쿠의 첫 번째 여행지 인 우치코역에 도착했다. 우치코역은 작고 아담했다. 아침부터 햇살이 강했다.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걷다 보니 3월 중순인데도 초여름 같은 더위가 몰려왔다.
마을 여기저기를 걸으며 사진도 찍고, 무료로 개방된 옛 일본 주택에 들어가 구경도 하고 집 안쪽에 있는 정원에 앉아 쉬기도 하며 쉬엄쉬엄 우치코를 즐겼다.
작은 마을이어서 그런지 여행객을 제외하고는 주민들이 그리 많이 보이지는 않았다. 아주 조용한 곳이었다.
정신없이 걷다 보니 어느덧 기차시간이 임박했다.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는 시모나다역까지 다녀오려면 11시에 오즈로 가는 기차를 타야 했다. 언제 우리가 이렇게 멀리까지 걸어왔지?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땀은 등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기차 탈 수 있을까?
승강장에 들어서는데 기차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정말 젖 먹던 힘을 다해 계단을 올랐다.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헉헉 거리며 기차에 올랐다. 성공했구나. 잘했어.
좀처럼 호흡은 잦아들지 않았고, 온몸에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머리를 질끈 동여 묶고 땀을 계속 닦다 보니 오즈역에 도착했다.
오즈역은 오즈성과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에 나온 의자로 변한 소타, 일명 소타 의자를 볼 수 있는 카페가 있는 곳이다. 옛 일본의 거리도 볼 수 있고.
오즈성에 가기 길에 점심을 먹기로 했다. 오즈 역시 우치코만큼 조용하고 작은 도시여서 식당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오즈성 가는 길에 발견한 일본음식전문점에 들어가 점심을 먹었다.
오야꼬동과 도미밥정식을 주문했는데 둘 다 맛있었다. 나중에 안 거지만 그곳은 우나기 전문점인 듯했다. 뭐 그래도 맛있었으니까 뭐 어떠랴.
든든하게 점심을 먹고 오즈성으로 향했다. 이미 일본의 3대 성인 오사카성, 나고야성, 마쓰야마성을 모두 가본 후여서 그런가? 그다지 감흥은 없었다. 그냥 시원하고 성 주변으로 흐르는 강을 보고 있는 게 좋았다.
잠시 바람을 맞으며 쉬다가 반대편에 있는 관광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옛 정취를 간직한 거리는 카페, 음식점, 기념품샵 등 다양한 작은 가게들이 있었다. 옛 느낌이 물씬 풍기는 가로등도 이뻤다. 시간 여행을 온 느낌이었다.
이래서 소도시 여행을 하나보다. 그냥 골목길을 걸을 뿐인데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히 특별한 게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소타 의자가 있는 카페는 뒤편의 잔디마당에 야외테이블이 있었다. 잔디마당에서 뜨거운 햇살을 피해 파라솔에 앉아 살랑살랑 부는 산들바람을 맞으며 시원하게 커피 한잔을 마시니 너무 좋았다. 좋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카페에서 나오는 길에 소타 의자와 인증샷도 찍고 다시 길을 걸었다. 가류산장에 가서 강가를 산책하다가 시코쿠의 마지막 여행지인 시모나다역으로 가기 위해 다시 이요오즈역으로 향했다.
이번엔 여유 있게 기차역에 도착했다. 시모나다로 가는 기차는 1량짜리 작은 열차였다.
마쓰야마의 마스코트가 잔뜩 그려진 귀여운 열차였다. 덜컹덜컹 거리를 기차는 중간중간 작은 간이역에서 쉬다가 다시 움직이기를 반복했다.
드디어 도착한 시모나다역.
기차에서 내리려는데 마치 유명 연예인이라도 온 듯이 줄지은 사람들이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우리를 계속 찍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우리가 타고 온 열차를 찍는 것이었다.
시모나다역은 바다가 보이는 역으로 역 승강장에 있는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인생사진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시모나다역을 오가는 기차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기차가 들어서기 전까지 줄을 서서 각자의 인생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기차 시간에 맞춰 직원분이 나오셔서 사람들을 제지를 하고 인생사진을 찍기 위해 줄 서 있던 사람들은 해를 등지고 들어오는 기차를 향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아무도 없는 바다가 보이는 역 안으로 들어서는 열차를 찍는 것도 멋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역에서 사진을 찍고 다면 근처 해안공원에 뒤편에 배를 바다로 옮기기 위해 조선소에서 사용했던 철로가 있는 곳에서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바다로 향하는 기찻길을 상상하며 사진을 찍는다.
이 두 곳에서 인생사진을 찍고 시모나다역에서 석양을 보는 것으로 시코쿠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해가 어둑어둑해진 시간 다시 마쓰야마역으로 돌아와서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
빠듯하게 꽉 찬 하루를 보냈구나.
내일은 느긋하게 즐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