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먕씨의 하루, 그리고 나고야

일본생활 - 가족방문 1탄

by Myang

아빠의 생신을 맞이하여 딸과 함께 생신을 보내고 싶으시다는 아빠의 말에 가족들이 총출동하여 나고야에 왔다.

만남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안고 공항으로 가족을 만나러 가는 길.

괜히 미소가 지어지고 심장은 계속 두근두근거렸다.

한국에서도 25살 무렵부터 계속 가족과 떨어져 지냈었지만 한 달에 두세 번은 꼭 집에 내려갔었기에 이렇게 오랜 시간을 떨어져 지내보는 건 처음이다.

그래서 그런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자주 스멀스멀 올라온다.

자주 영상통화를 하지만 전화로는 부족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 건지 종종 전화를 끊고 나면 그리움이 더 커지고 혼자 눈물을 삼키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다.

가족과도 같은 나의 친구와도 그렇다. 담담한 척 통화를 하지만 통화 후 밀려오는 쓸쓸함은 어쩔 수가 없다.

다행인 건지 금세 털어버리긴 하지만.

아무래도 통화하는 순간 나는 순간이동을 해서 잠시 한국에 다녀오나 보다.


어쨌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마치 연인을 만나러 가는 사람처럼 설렘을 잔뜩 끌어안고 공항에 도착해서 가족들이 나오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긴 기다림이 끝나고 멀리서 개구쟁이이지만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조카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모, 어??!! 고모다!!

-상우야~~

와락 품에 안기는 녀석. 못 보는 사이에 부쩍 살이 올라서 오동통하다. 그래도 내 조카라 그런가? 마냥 귀엽기만 하다.

이어서 함박웃음을 지으시며 두 팔을 활짝 들어 올리시며 나오는 아빠, 눈시울이 붉어진 엄마, 미소 지으며 나오는 오빠, 여권을 챙기느라 정신없이 나오는 올케언니.

사랑하는 나의 가족을 드디어 만났다.

3박 4일간 함께 나고야에서 여행을 할 예정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까 매 끼니를 꼭 챙겨야 하는 우리 아빠를 위해 밥을 먼저 먹고 이동하기로 했다.

공항을 나서자마자 조카가 물었다.

-고모! 그런데 고모차는 어딨어?

-응? 이제 고모차 없어. 지하철 타고 가야 해.

-응? 왜 없어?

-음.... 고모가 백수라 그래.

-백수? 백수가 뭐야?

-일 안 하고 집에 있는 사람. 고모 요즘 일 안 해서 돈이 없어.

아기였을 때부터 가족들과 이동할 때만 늘 자기는 고모차를 타겠다던 조카. 여전하구나.

나중에 고모가 차 사면 꼭 초대할게. 기다려!


첫 번째 관문이 발생했다. 갑자기 느닷없이 딸기모찌가 먹고 싶다는 조카.

어느새, 떼쟁이가 된 조카는 입맛이 상당히 까다로운 아이인데 갑자기 공항에서 딸기모찌를 찾기 시작했다.

엄마는 돈가스, 아빠는 스테이크가 드시고 싶다고 하시고, 오빠랑 올케언니는 아무거나.

갑자기 찾아온 멘붕의 순간.

식당을 찾는 게 쉽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역시 처음부터 난관이구나.

먼저 조카를 달래기 위해 오빠와 딸기모찌를 찾아 떠났다. 기념품샵에 가서 물으니 파는 곳을 안내해 주었다.

한 개에 800엔. 와... 너무 비싼 거 아니니?

모찌를 사서 돌아오니 엄마는 햄버거를 드시겠다며 조카와 둘이 있을 테니 가서 라멘을 먹고 오라고 했다.

점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모찌와 과자를 조카에게 건네주고 엄마의 도움으로 나머지 가족들과 대만라멘을 먹으러 갔다. 칼칼한 음식을 좋아하는 아빠에게 맞을 것 같아서 선택한 식당이다.

오빠는 시원한 일본의 생맥주가 가장 먹고 싶다고 했었기에 자리에 앉자마자 생맥주부터 주문했다.

기분 좋게 맥주와 라멘, 볶음밥으로 조금 늦은 점심을 먹었다.

일본에서 가족들과 이런 시간을 보내게 될 줄이야. 나도 모르게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멘붕이 오고, 뛰어다니느라 땀이 나긴 했지만 그래도 나, 행복한 것 같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가족들에게 집을 구경시켜 주기 위해 집으로 향했다.

일본집이 신기한지 조카는 여기저기 (작아서 딱히 구경할 것도 없는데) 돌아다니며 이건 뭐야? 이거? 어? 이건 왜 이래? 계속 질문을 늘어놓았다.

부모님과 오빠, 올케언니는 생각보다 집이 작지 않다고, 구조도 괜찮은 것 같다며 실제로 보니 조금은 안심이 되시는 듯했다.

시원한 물과 음료를 마시며 잠시 집에서 쉬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 가족들이 와 있다. 좋구나.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은 날이다. 눈에 담아 마음속에 넣어놔야지. 나를 만나기 위해 먼 길을 달려와준 고마운 가족.


새벽부터 움직여서 피곤이 한가득인 듯해서 오늘은 집에서 가까운 나의 단골 산책코스인 노리타케의 숲을 가기로 했다. 노리타케는 올케언니가 가보고 싶다고 말했던 곳이기도 하다.

노리타케로 가는 길에 조카는 지치지도 않는지 겁도 없이 계속 앞질러 뛰어갔다. 부모님은 마치 아는 동네 산책이라도 나오신 듯 앞질러 걸으셨다.

그 모습을 보며 올케언니와 마치 우리가 부모님이 사시는 동네에 놀러 온 기분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웃었다.

가족들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며 노리타케로 가는 길.

자주 혼자 걷던 그 길이 풍성하게 느껴졌다. 지난번 제일 먼저 나를 만나러 와준 친구와 걸어갔을 때도 그랬었는데.

이 길의 풍경을 나눌 사람들이 또 생겼구나.

다행히 오늘도 날씨가 좋아서 노리타케는 싱그러움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붉은색의 벽돌로 지어진 건물과 싱그러운 나무들, 햇살에 부서지는 분수, 여유롭게 공원을 즐기는 사람들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우리도 사람들 사이에 물들어 노리타케를 맘껏 즐겼다. 조카는 뭐가 그리 신났는지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바빴고, 한 장이라도 더 많은 사진을 남기기 위해 계속 부모님께 여기로 와봐요, 여기 앉아봐요. 서로 마주 보시고요. 찰칵찰칵 사진 찍기 바쁜 나. 조카를 따라다니느라 바쁜 오빠 부부.

개구쟁이 조카덕에 웃고, 웃음 많은 부모님 덕에 웃고, 은근히 웃긴 오빠 때문에 웃고, 조근조근 얘기가 잘 통하는 올케언니덕에 하루 종일 내 얼굴은 그야말로 웃음꽃이 만발이다.

잠시 카페에 앉아 휴식을 하는 동안 오빠네는 쉬지 않는 조카와 함께 쇼핑몰 구경을 떠났다. 카페에서 부모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시간이 천천히 가기를..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해졌고 배꼽시계가 울리기 시작했다. 다시 시작된 미션. 각자 먹고 싶은 메뉴를 정한 후 주문을 했다. 점심보다는 능숙하게 저녁을 해결했다.

지인에게 선물할 물건을 사기 위해 쇼핑을 잠시하고 출장에서 돌아온 남편을 만났다.

드디어 다 모인 가족들. 길에서 반가운 인사를 끊임없이 나누고 만남을 축하하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간단한 안주와 술을 한잔 기울이며 우리의 만남을 다시 한번 축하하고 웃고 떠들며 일본에서의 첫 번째 날을 마무리했다.

호텔까지 모셔다 드리고 방 체크를 한 후, 남편과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고 나니 하루 종일 긴장했던 몸이 스르르 녹아내렸다. 하지만 쉴 수 없다. 내일을 위해 준비를 해야 한다.

잠들기 전까지 일정 체크를 다시 한번 하고 잠자리에 든다.

내일도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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