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먕씨의 하루, 그리고 나고야

한국 - 엄마랑

by Myang

어느덧, 한국에 들어온 지 한 달이 조금 지났다.

시댁에 있던 시간을 제외하고 한 달 정도를 엄마랑 둘이 오후 시간을 보냈다.

오랜만이다.

엄마랑 단 둘이 시간을 보내는 건.

아빠가 출근하시고 아빠 차를 빌려서 오후에는 엄마랑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카페 투어도 했다.

매일매일 주변에 예쁜 카페들을 다니고, 엄마가 가고 싶었던 곳에도 가보고.

사진도 많이 찍고, 얘기도 많이 하고.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 하나했다.

행복했다.

특별히 뭔가를 하지 않아도 그냥 행복했다.

엄마랑 얘기하는 것도, 엄마의 웃는 얼굴을 보는 것도, 엄마의 웃음소리를 듣는 것도...

마냥 행복하고 좋았다.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이런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아쉽다.

소중한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가고 아쉬움은 커져만 간다.

엄마가 좋아하는 망고스무디 맛집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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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말해 헤어질 시간이 다가올수록 엄마가 걱정되었다.

긴 오후 시간을 혼자 보낼 엄마를 생각하니 쓸쓸하진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허전함이 클까 봐 걱정이다.

나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어느 날 저녁, 이모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통화를 하시 던 엄마가 눈시울이 붉어지셨다.

- 그렇지, 아무래도 허전하겠지, 안 그래도 걱정이야.

느낌이 왔다.

내 얘기구나.

통화가 끝나고 엄마에게 물었다.

- 이모가 뭐래? 나 갈 때 되니까 허전해서 어쩌냐고 물어봐?

- 응. 너 가고 나면 허전해서 어쩌냐고. 걱정된다고 그러네.

- 엄마, 내가 연락 자주 할게. 마실 자주 다니시고 그래. 집에 혼자 있지 말고

- 알겠어. 걱정하지 마, 엄마 괜찮아.

엄마는 괜찮다는데 괜찮지 않다는 걸 우린 아니까. 둘 다 잠시 다른 곳을 봤다. 서로의 얼굴을 보면 눈물이 날 거라는 걸 아니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드라마 얘기를 하며 서로의 감정을 숨겼다.

괜히 엄마의 손을 잡아본다. 우리 엄마 손이 많이 거칠어졌네.

좋은 쪽으로 생각하자.

내가 일본에 가지 않았다면 아마 엄마랑 이렇게 긴 시간을 함께 지내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싶다.

한국에서는 회사도 다녔고, 집에 거의 혼자 내려온 적이 없었고 오더라도 2-3일 정도밖에 안 있다 가고 했으니까.

그래.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하자.

떠나기 전 날에는 엄마가 제일 좋아했던 카페에 가서 망고 스무디도 마시고, 수국 축제도 보고 수국과 함께 사진도 많이 찍었다.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까마득한 옛날 같다. 희한하다.

그리움인 건가?

엄마 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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