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먕씨의 하루, 그리고 나고야

나고야의 여름

by Myang

여름이다.

일본의 여름. 덥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었는데 정말 무덥다.

7월이 시작되면서 다시 나고야로 돌아왔다.

7월 초 대재앙의 무시무시한 소문을 뒤로하고 돌아온 일본은 무겁고 뜨거운 공기로 나를 맞아주었다.

蒸し暑い。

7월의 대재앙은 아무 일도 없이 그냥 조용히 지나가 어느덧, 7월 중순을 넘어섰다.

대재앙은 없었지만 무더위는 있었다.

덥다.

문을 열면 숨이 턱 막히는 무더운 공기가 여름임을 알렸다.

외출하기 전 챙길 물건들이 많아졌다.

땀을 닦을 손수건, 열을 식혀 줄 휴대용 선풍기 그리고 가장 중요한 햇빛을 막아 줄 양산.

3종 세트를 모두 챙겨서 외출을 한다.

양산은 지금껏 한 번도 쓴 적이 없었지만 지인이 양산은 필수라며 지난봄부터 계속 준비하라고 얘기를 해주었다. 일본어 선생님도 양산이 꼭 필요하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렇게 준비한 양산은 정말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여름 나기 물건이 되었다.

양산 하나가 이렇게 큰 도움을 줄 줄이야.

여전히 번거롭기는 하지만 아주 자연스레 외출할 때 양산을 챙긴다.

양산을 쓰면 확실히 내리쬐는 햇빛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덜 덥기도 하고 덜 눈이 부시기도 하다.

햇빛이 너무 강해서 눈을 제대로 못 뜰 때가 있는데 양산을 쓰면 그렇지 않다.

여기에 선글라스까지 착용하면 금상첨화다. 천하무적. 너무나 편안하게 눈을 뜨고 걸을 수 있다.

비록 흐르는 땀은 주체할 수 없지만 말이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서 아침부터 주기적으로 열사병 주의 알림이 울린다. 지진이나 태풍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재난어플을 설치했는데 요즘은 계속 열사병 알림만 울린다.

정말 덥다.

한국도 일본만큼 더운 것 같기는 하던데.. 세계 여기저기 이상기온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하니 이러다 정말 지구가 망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운동도 하고 구경도 할 겸 거의 매일 외출을 했었는데 요즘은 덥다 보니 문 밖을 나서는 게 망설여진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밀려오는 뜨거운 공기가 가끔 등을 떠밀어 다시 문을 닫고 들어오게 만드는 때도 있었다.

더위를 피해 쇼핑몰에 가보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은 것인지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놀란 적도 있다. 요즘은 적정 온도 설정으로 엄청나게 시원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만히 앉아 있으면 적당히 시원하다. 그 맛에 자연스레 쇼핑몰로 발길이 옮겨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것인지 그래도 시내 쪽에 살고 있다 보니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이 곳곳에 있다.

나고야역의 지하도는 정말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역 주변의 많은 건물들과 이어져있고 지하쇼핑몰도 몇 개 있어서 지하로만 다녀도 한참을 걸을 수 있다. 제법 운동도 된다.

지하도에 줄지어 있는 상점들로 인해 시원하기까지 하다. 다양한 상점들이 있기 때문에 쇼핑, 식사, 디저트 등 대부분의 것을 지하에서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지하도로 향한다.

집에서 지하도 입구까지 그리 멀지 않기 때문에 아주 잠깐 땀을 흘리면 된다. 이 정도는 쉽지.

햇빛만 피해도 덜 덥기 때문에 원래도 사람이 많은 지하세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고 있었다.

정말 무서울 만큼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나 지하철역과 맞닿는 구역은 인파에 치이기 않게 조심해야 한다.


IMG_3323.jpeg

시원한 음료를 한잔 마시며 더위를 식혀본다.

앞으로 남은 여름도 이런 생활의 연속이겠지? 땀을 흘리고, 더위를 피해 쇼핑센터로, 지하로, 카페로 향하고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땀을 식히고.

무사히 아무 탈 없이 일본에서의 첫여름을 이겨내 보자.


아!! 일본의 여름은 더위도 더위지만 무엇보다 길에서 종종 만나는 바퀴벌레가 정말 싫다.

너무 크다.

일본어 선생님이 단어 공부를 할 때, 일본의 바퀴벌레가 정말 크다고 얘기를 해 준 적이 있었다. 그동안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잊고 있었는데 여름이 시작되면서 밤에 산책을 하면 심심치 않게 거리에 매미만 한 바퀴벌레가 기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정말 적응이 되지 않는다. 너무 크고 징그럽다.

어서 빨리 여름이 지나가기를 바라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먕씨의 하루, 그리고 나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