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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나부 Sep 09. 2024

8장. 돈 MONEY

신뢰와 믿음 그리고 정직 / 티나의 반성



신뢰와 믿음 그리고 정직



매달 말일에 다음 달 목표를 세우긴 했지만 달성할 때도 있고 그러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꾸준하게 매출이 늘어나고 있었다.

수강료 납부기간은 월말까지 지만 늦어져도 월초에는 대부분 납부를 하였다.

하지만 수강료가 미납되었다고 공지를 해도 미납인 상태로 학생을 계속해서 보내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그렇다고 수강료가 미납되었으니 학원에 나오지 말라고 매몰차게 말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간혹 수강료를 한두 달 미납한 채로 말도 없이 이사를 가버리는 일이 종종 생겼다.

그 금액이 대부분 50만 원이 넘지 않아 피치 못할 사정이 있겠지 생각하고 잊어버렸다.


한 번은 자매 둘의 수강료를 석 달이 넘게 미루고 말도 없이 이사를 가버리는 일이 생겼고 미납된 금액이 100만 원이 넘었다.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를 분양받아 이사했다는 소문만 들려왔다.

이번에는 그 금액이 컸기 때문에 나는 마치 빌려준 돈을 떼인 것처럼 그 생각만 하면 속상하고 화가 치밀었다.

매몰차게 하지 않은 나 자신에게도 화가 났다.

한 달이 지났는데도 그 생각만 하면 화가 치밀어 올라 속상했다.

연락처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전화해 쏘아붙일 수도 있었지만 학원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을 낼까 걱정되어 그러지도 못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화나고 속상한 마음만 붙들고 있었다.

나는 원망하는 마음, 신뢰에 대한 배신감과 상실감으로 괴로웠다.

그만 생각하자고 다짐을 해도 잘 되지 않았다.     


어느 날 책장에서 법정 스님의 ‘무소유’란 얇고 작은 책이 눈에 들어왔고 무엇에 끌린 것처럼 그 책을 뽑아 들고 읽기 시작했다.     


'무소유' 21페이지에


"사실,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날 때 나는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었다. 살 만큼 살다가 이 지상의 적에서 사라져 갈 때도 빈손으로 갈 것이다. 그런데 살다 보니 이것저것 내 몫이 생기게 되었다. 물론 일상에 소용되는 물건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꼭 요긴한 것들만일까? 살펴볼수록 없어도 좋을 만한 것들이 적지 않다. 중략, 그것은 정말 지독한 집착이었다."


이 책을 다 읽고 괴로웠던 마음을 떠나보낼 수 있었다.

사람은 세상에 나올 때도 빈손으로, 갈 때도 빈손으로 간다. 처음부터 그것은 나의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줄 마음이 없었던 돈을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집착했구나. 그리고 그 집착으로 나를 괴롭혔구나.

내 것도 아닌 돈에 마음을 두고 원망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아까운 나의 에너지를 허비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돈보다도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을 탁하고 아는 순간 난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것을 깨닫게 해 주신 법정 스님께 감사했다.     


이상하게도 돈은 더 많이 벌려는 노력이 지나쳐 집착을 하게 되면 돈이 더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냥 단순하게 일을 즐기며 신나서 할 때 돈도 기분 좋게 나에게로 왔다.          




티나의 반성



그 일로 인해 문득 정직하지 못했던 나의 실수가 생각이 났다.


나는 퇴근 전에 항상 장부 정리를 했다. 나간 돈과 들어온 돈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수강료가 미납된 경우는 수강료 납부일이 지났음을 알리는 문자를 월말과 월초에 보냈다. 그 연락을 받은 한 학생의 학부모가 지난 월말에 수강료를 봉투에 넣어 보냈다고 답장을 보내셨다. 나는 다시 그 봉투를 찾아보았지만 그 봉투는 어디에서도 보이지가 않았다. 나는 봉투를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나 이 상황으로 인해 아이가 야단을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봉투에 대한 기억이 없 나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러다 수개월이 흘렀고 어느 날 서랍 깊숙이 봉투 하나를 발견했다. 그 학생의 이름이 적힌 봉투를 발견한 것이다.

그제야 수업이 바빠 정신이 없이 받은 그 봉투를 급하게 서랍에 넣고 수업에 돌아갔던 기억이 났다.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러나 어리석고 용기가 없었던 나는 수개월이 흘러 발견한 봉투에 대해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나는 늦게 그것을 발견했더라도 그 학생과 학부모에게 그 사실을 말하고 아이의 누명을 벗겨주어야 했다. 반드시 그랬어야 했다.

그 당시 나는 바보같이 둘도 없는 소중한 기회를 날려 버렸고 이미 수년이 지나 버렸다.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가 있을 때 반드시 잘못을 바로잡아야 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나는 그 과보를 학원을 운영하는 내내 받았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라도 그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게 된다면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용서를 구하고 싶다.


나의 모든 생각과 행동의 결과가 지금 내 앞에 펼쳐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모든 것들이 내 책임이라고 알려주는 것 같다.


"뿌린 대로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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