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내가 교습소 자리를 알아볼 때 마음에 둔 자리가 있었다. 사거리 코너에 있는 은행 건물로 등촌 3동에서 학원 입지조건으로 매우 좋아 보였다. 그 은행 건물은 1층엔 은행과 약국, 2층엔 병원과 미술학원, 3층엔 음악 학원과 보습학원, 4층엔 독서실이 있었다. 처음 내가 교습소 자리를 알아보러 다닐 때 부동산 중개업자는 그 건물에는 임대 물건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게다가 보증금과 월세도 높았기 때문에 애초에 생각도 하지 않았던 자리였다.
그런데 부동산에서 그 건물 3층에 임대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가 130만 원으로 매물이 나왔다고 했다. 평수는 40평으로 학원 규모의 사업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자리는 마음에 들었지만 40평 규모를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겁이 났기 때문에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난 사업을 시작함과 동시에 순수익의 40%를 유보금으로 꾸준하게 저축해 두었고 통장에는 2,500만 원이 있었다. 교습소 보증금 500만 원과 유보금 2,500만 원을 합하면 3,000만 원을 마련할 수는 있지만 임대 보증금 3,000만 원을 빼면 내부 설비와 인테리어 공사를 할 비용이 남지 않게 된다.
하여 난 부동산에 보증금을 2,000만 원으로 내려 줄 수 있는지 물어봐 달라고 했고 다음날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140만 원으로 계약이 가능하다고 했다.
갑자기 심장이 쿵쾅쿵쾅 요동을 치며 날뛰기 시작했다. 이 선택이 맞는 것인지 아닌지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몇 시간 후 난 선택을 했다.
나는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계약을 하기 위해 부동산으로 향했다.
교습소에서 학원으로
2006년 5월 상가 임대계약을 하고 기존 시설은 철거업체를 불러 철거를 했다. 철거비용 100만 원은 건물주로부터 받았다. 이미 설치된 구형 에어컨은 인수해 쓰기로 했다.
하지만 난 40평을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가구와 집기 등을 채워 넣어야 했지만 임대보증금을 빼고 나면 남는 돈은 1,000만 원뿐이었다.
여러 인테리어 업체에 연락해 견적을 뽑아 보았다. 하지만 견적은 업체마다 천차만별이었고 견적은 대략 2,500만 원에서 4,500만 원이 나왔다. 내가 가진 돈으로는 턱없이 부족했고 나는 대출을 받아야 할지 고민해야 했다.
며칠을 고민 끝에 나는 대출을 받지 않고 인테리어를 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것은 방산시장에서 자재를 구입하고 인부를 따로 고용해 직접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것이었다.
내가 낸 견적은 1000만 원이 약간 넘게 나왔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학원 운영과 인테리어 공사 일을 병행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다.
두드리면 열린다
그렇게 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일산 지사에서 연락이 왔다. 인테리어를 도와주실 분이 계시니 견적을 한번 받아보라는 것이었다.
그날 오후 1시쯤 작업복 차림의 키는 작지만 다부져 보이는 50대 중후반쯤으로 보이는 인테리어 사장님이 교습소로 찾아왔다. 그는 이전할 3층 상가를 쭉 둘러보고 다짜고짜 가진 돈이 돈을 얼마나 있냐고 물었다.
난 자신 없는 목소리로 1,000만 원이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잠시 후, 그는 나에게 놀라운 제안을 했다. 그는 900만 원에 인테리어 공사를 해주겠다고 했다.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니 그는 웃으며 남은 100만 원으로 이사 비용에 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