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했던 적이 있는 그녀도 남매를 키우고 있다. 나의 아이들과 한 살씩 차이가 나서 종종 어울려 놀기도 했었다.
그녀의 가족은 도시 사람들이었고 우리 가족은 시골 사람들이었다.
몇 년 전 나의 친정에도 그녀는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마루에 앉아 심각하게 콩을 까던 그녀의 딸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태생이 도시녀인 그녀, 태생이 시골사람인 나,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그런대로 잘 지내왔던 것 같다.
근무지에서 만나 함께 일하면서 점심도 같이 먹으러 다니면서 그때 마침 서로 집이 가까워 집에 가서 놀기도 했던 사이다.
그녀가 육아 휴직을 하는 동안 종종 연락도 하고 우리집 근처에 오면 지나는 중이라며 연락도 하곤 했었다.
닮은 점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판이한 것 같기도 한 사람들이다. 어느 한 쪽을 더 신경쓴다고 해서 물론 누가 옳고 그르다고 할 수 없다. 그저 사람들이 사는 방식이 다를 뿐인 거다 .
"얘들아, 가족은 공동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야. 머위 나물은 너희도 잘 먹으니까 같이 껍질 좀 벗기자.작년에도 해 봤잖아. 엄마가 다시 알려 줄게. 보고 잘 따라 해 봐."
라고 운을 떼고 아이들에게 할당량을 쥐어 주었다.
"엄마, 나 이거 혼자 다 하면 안돼? 이거 재미있는데."
딸은 별 걸 다 욕심낸다.
"엄마, 이거 꼭 다 해야 해? 너무 많지 않아?"
역시나 아들은 일단 한 번 제동을 걸어 주신다.
"외할머니가 항상 하시는 말씀 또 해 줘? '눈같이 게으른 게 없고, 손같이 부지런한 게 없다.' 알지? 많아 보여도 하다 보면 결국 끝나. 시작도 하기 전에 그러면 기운만 빠져. 일단 한 번 해 봐."
친정 엄마가 내가 어릴 적부터 노동요로 부르던 예의 그것을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물론 남편에게도 말이다.
어린이는 실컷 놀아야 한다.
그러나 공부는 안해도 되지만, 집안일은 같이 해야 한다.(언젠가 집안일이 하기 싫어 차라리 공부를 하겠다고 내뺄 날이 올 것이다.)적어도 우리 부부는 수능과 대학 입학이 우리집에서는 필수는 아니란 점에 합의했다.
돕는 게 아니라 '같이' 말이다.물론 아이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다.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는 선에서다.
어려서부터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버릇이 들면 나중에 '못된 것만 배워서 손가락 하나 까딱 하지 않는 어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무엇보다도 만에 하나 아이들이 결혼이라도 하게 된다면 상대방에게 무조건 바라기만 하거나 상대가 해 주는 일들을 당연하게 여기는 그런 불상사만은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애쓰는 사람 따로 있고 누리는 사람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가족이라면, 적어도 한 집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많은 부분에 있어 공유하고 함께 해야 할 것이다.
남이 해 주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고마워 하는 마음은 커녕 그에 들어간 수고며 정성 이런 것들에 대해 귀하게 생각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우리가 먹는 음식 하나도 씨앗에서 밥상에 오르기까지 거저 되는 건 하나도 없다.
물론 그깟 머위나물 먹고 싶으면 껍질 벗겨진 걸 사서 먹든지 그것도 아니면 머위 나물 완제품을 사서 먹으면 그만이지 웬 청승이냐고 그럴 수도 있겠으나, 나는 아이들과 많은'경험'을 해 보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 당연히 주어지는 게 없다는 걸 알게 하고 싶은 것이다.
아들은 머위 껍질을 벗기고 며느리는 그것으로 나물을 만들고, 이 얼마나 단란한 모습인가. 물론 그 반대 역할도 좋다. 벌써부터 내가 다 흐뭇하다.
만약 혼자 살더라도 끼니 정도는 스스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란다.
지금 나는 내 아이들이 1인 가구로 산다는 가정 하에 내 모든 살림 비법을 다 전수하고 싶을 지경이다.
"나 어렸을 때 엄마가 도와달라고 해서 집안 일 많이 도와줘 봤어."
라고 말하는 성인 남성이 우리 집에 한 분 계신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매의 눈으로 관찰한 결과 상당히 의심이 가는 부분이 많다.
그는 뭔가 단단히 착각한 게 틀림없다.
어려서부터 해 본 솜씨가 전혀 아니다.
이건 어려서부터 '아무것도 안해본 솜씨'다.
꿈 속에서만 도왔나 보다.
나의 아이들은 단순히 집안일을 같이 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자기 주도적 살림'을 할 수 있도록 내가 힘쓸 것이다.
자기 주도적 학습이 빛을 발하는 시대에 참으로 바람직한 목표 설정이 아닐 수 없다,고 나만 혼자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