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골에서 이번에 다섯째 아이를 낳아서 축하금을 2천만 원 받았대. 아이들을 정말 좋아하는 부부인가 봐."
"엄마, 왜 아기를 낳는다고 돈을 줘? 아기 낳는 게 무슨 대단한 일이야?"
"요즘엔 좀 그럴 수도 있지. 출산율이 엄청 낮잖아. 우리나라는 이제 둘이 결혼해서 한 명도 안 낳을 수도 있는 거지. 하지만 일부러 안 낳는 사람도 있고 낳고 싶어도 못 낳을 수도 있고. 어디까지나 그 사람들 선택사항이니까."
"왜 못 낳을 수도 있는 건데?"
"사정이 있으면 그럴 수 있는 거지. 결혼하는 것도 의무라기보다 선택사항이고 아기를 낳는 것도 선택사항이라고 볼 수도 있고."
"아, 그런 거였어?"
"넌 어때? 아기 낳으면 돈을 준다고 하면 낳을 생각이 있어?"
"응, 나 낳을래."
뉴스 기사를 보다 흘리듯 한 말이었다.
딸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순간 나는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싶었다.
"합격아, 너 아기 낳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 줄 모르지? 한 번 태어나면 어떻게 할 수 없어. 정말 아기 낳는 일은 신중해야 돼. 아이 키우는 거 절대 쉽지 않아. 물론 예쁘고 행복하기도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야. 예쁘지만 힘들어. 아직은 엄마 말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
"엄마는 우리 키우는 거 힘들어?"
"솔직히 힘들 때도 있고 보람 있을 때도 있고. 아무튼 항상 좋기만 한 건 아니야 자식 기르는 일은. 이건 직접 경험해 봐야 알아. 아무리 말해줘도 안 겪어 보면 몰라, 정말."
"그래? 그럼 나 아기 안 낳을래."
"그건 나중에 커서 네가 알아서 해. 하지만 정말 정말 신중해야 된다."
이런 종류의 말을 하면 남편은 옆에서 핀잔을 주기 일쑤다.
"애들한테 그런 쓸데없는 소리는 왜 해?"
"그게 왜 쓸데없는 소리야? 세상에서 제일 쓸데 있는 소리가 이 소리야!"
이렇게 우리 부부는 생각이 많이 다르다.
그래서 중간에서 아이들이 약간의 혼란을 경험하곤 한다.
"합격아, 아이는 돈으로만 키우는 게 아니야. 물론 돈이 있어야 키울 수 있지. 하지만 자식을 키울 때는 돈 말고 또 다른 많은 것들이 필요하고 의무적으로라도 해야 하는 것들이 있고 아무튼 복잡해. 엄마는 정말 너희 둘 키워보니까 10년 조금밖에 안 됐지만 아직도 제일 힘든 게 아이 키우는 일이야. 진짜 쉽지 않아. 엄마가 하고 싶은 말은 신중해야 한다는 거야. 부모라면 책임감이 있어야 하고 자식들에게 떳떳하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하고 그래야 아이들도 그 모습을 보고 자라는 거야. 부모가 바르게 살지 않으면서 자식보고 말로만 똑바로 살라고 하면 그건 말이 안 되잖아. 엄마도 사실 너희가 보고 있으니까 은근히 신경 쓰이는 게 많아"
"에이, 그냥 나는 아기 안 낳아야겠다."
"엄마가 너보고 아기 낳지 말라고 이런 말 하는 건 아니야. 너도 생각을 좀 해봤으면 좋겠다 이거지. 남들이 결혼한다고 해서 따라 하고 결혼했으니까 아기 낳아야 한다는 의무감에 별생각 없이 아기를 낳고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이야. 엄마 말 무슨 말인지 알겠지? 그리고 만약 결혼을 하게 된다면 남편이랑 잘 상의를 해 봐야 하고. 먼저 그런 일에 합의를 하고 결혼하는 것도 괜찮겠지?"
"응, 알았어."
"하지만 엄마는 너희가 엄마 아들 딸이란 걸 항상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낳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엄마 마음 알지? 물론 힘들 때도 있고."
"알죠. 나도 엄마가 우리 엄마라서 좋아."
내가 해 놓고도 5학년 어린이에게 해도 괜찮은 말인가 싶기도 했다.
자식 낳는 일을 어찌 돈으로 유혹해서 될 일이란 말인가.
설마 물욕에 눈멀어서 자식을 낳는 사람이 세상이 있으랴마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언정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은 아니라고 늘 느꼈다.
저조한 출산율에 지자체마다 셋째는 얼마, 넷째는 얼마라며 경쟁하듯 출산 축하금을 홍보하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씁쓸할 때가 있다.
어렵고 정말 어렵다.
힘들기는 세상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힘들다, 자식 키우는 일은.
물론 내가 이 한 몸을 온전히 다 바치고 아이들에게 모든 걸 걸고 거기에만 매달리는 사람은 절대 아니지만, 적당히 한다고 하는데도 만만치 않다.
부모라는 극한 직업, 왜 아무도 미리 말해주지 않았을까.
항상 생각해 왔다.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축하금에 눈멀어 자식 낳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다고.
물론 어느 정도 금액이면 낳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사람들마다 생각은 다른 법이고, 다만 나는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다는 것뿐이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충분히 그 어려움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에.
사람 하나 만드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가끔 얼마나 거대한 무게감으로 나를 짓누르는지, 자식만큼은 부모 뜻대로만 할 수 없다던데, 내가 과연 아이들을 잘 길러낼 수 있을까 머리가 복잡해지기도 하지만, 다만 키울 뿐이며 그러면서도 한 번씩 이게 맞는 걸까 생각이 들면서 머릿속이 헝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