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관)님아, 그 선을 넘지 마오, 전 의원면직했어요

사무관님의 사무분장표가 궁금합니다.

by 글임자
22. 8. 23. 호박 넝쿨보다도 쉽게 선을 넘는 분이 계신다.

< 사진 임자 = 글임자 >



* 사건 발생 일시 : 2022년 9월 1일


"자기야, 사무관님이 어제 뭐라는 줄 알아?"

알고 싶지 않다.

듣고 싶지 않다.


운을 저렇게 떼는 것 보니 내가 들어서 썩 유쾌한 내용은 아닐 것이란 판단이 든다.

"내가 어떻게 알아? 회식에 같이 간 것도 아닌데."

"자기가 들으면 웃을 텐데."

"안 들을게. 웃기지도 않을 테니까."

"안 듣고 싶어 하니까 말 안 할게."


아직까지 술이 덜 깬 것인가.

혼자 주거니 받거니 하는 묘기를 보인다.


"아빠, 궁금하게 해 놓고 말 안 하면 어떻게 해? 무슨 말이야? 빨리 얘기해 봐요."

9살 인생이 적절히 끼어들어 준다.


"아니, 엄마가 안 듣고 싶어 하니까 그렇지."

"말을 꺼냈으면 얘기를 해야지. 하다가 말면 어떡해요?"

"엄마가 안 궁금해하잖아."

필시 술이 덜 깬 것이다.


"어제 말이야. 사무관님이 회식자리에서 그러시더라고."

말 안 하겠다더니 몇 초 만에 입이 근질거린 것이다.


전날 아침에 황태 해장국에 콩나물 팍팍 넣어 줬는데도 여태 술이 안 깨다니,

다음엔 콩나물을 봉지째 넣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교장 선생님이 나 육아휴직 한 얘기 듣자고 하셨거든. 근데 사무관님이 내가 휴직하는 동안 '육아도 별로 안 한 것 같다'라고 그러시는 거야. 그래서 내가 솔직히 '육아는 별로 못했죠.' 이랬어."

"말은 똑바로 해야지. '못한 게 아니라 안 했다.'라고 해야 맞는 거 아냐?"

"중간에 집사람이 일을 그만둬서 육아는 별로 못했어요, 이랬는데."


다음에 나올 말이 예상이 된다,

충분히.

또 시작되려는 것이다.

또 사골이 고아지려는 순간이다.

우리고 또 우릴 것이다.


무릎 꿇고,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안된다고 반대했어야지.
절대 일을 그만두면 안 된다고
끝까지 못하게 말렸어야지.
(남의 사무관님의 말씀 1)

아, 무릎까지 꿇고
바짓가랑이를 잡았어야 됐을까요?
(남의 편의 말씀 1)
난 우리 집사람이
옛날에 육아 휴직하겠다고 했을 때
절대 휴직하지 말라고
끝까지 말렸어.
그래서 휴직 못하게 했어.
(남의 사무관님의 말씀 2)

아, 그렇게 말렸어야 하구나.
(남의 편의 말씀 2)


남편을 탓하는 것인가?

끝까지 나를 말리지 못한 그를?


그 사무관님에 그 행정실 직원이다.

나의 기쁨, 나의 고통,

사회생활 정말 잘한다.

잘하는 걸까?


나는 그 사무관님이 내 남편이 아니란 사실에 안도하며,

내가 그의 아내가 아니란 사실에 또 한 번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간절히 바랐다.

저런 시아버지나 장인을 내 아이들이 행여라도 만나지 않게 되기를 말이다.

만나게 되면 많이 속상할 것이다.


남의 일에도 저렇게 '절대 못하게'하는데 오죽하랴 싶다.

'절대, 절대'를 외치는 사람은 남의 입장 같은 것은

절대 안중에도 없을 가능성이 있다, 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중간에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저런 말을 듣고 온 날이면 남편은 또 의원면직한 것에 대한 미련이 고개를 쳐들고,

나는 시달린다.

그렇잖아도 종종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언행을 하고 있는데.


잠시 남편이 육아휴직을 하겠다고 했을 때 달가워하지 않았던 것 같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분이 나의 의원면직을 언급한 것이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남편에게서 들은 것만 해도 서 너 번, 복직한 지 이제 두 달인데 말이다.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 자꾸 내 얘기를 하고 다닌다.


사무관님의 사무분장표에는 아마도 '남의 가정사 간섭하기'

업무가 새로 추가되었나 보다.

내가 평가할 일은 아니지만 가능하다면 그 부분에 관해서는 점수를 최하점으로 매기고 싶다.

적절하지 못한 업무다.


당사자의 일이 아니잖아요.

직원의 아내 일이잖아요.


사무관님,

약주가 과하셨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