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 공무원의 갑질

정말 진짜로 사무관님! You raise me up~

by 글임자
22. 12. 7. 그저 다를 뿐이잖아요.

<사진 임자 = 글임자 >


"참, 진짜, 우리 사무관님은 왜 그러시나 몰라."


모르면 모른 채로 그냥 살아.

알려고 하지 마, 제발.

그리고 그 얘기도 나한테 전하지 마 제발 제발.


데자뷔, 또 시작할 거지?

그는 취했다.

멀쩡한 사람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취해서 술주정을 하는 것뿐이다.

나는 최면을 걸었다.


"올해 해외여행 가실 건가 보더라. 그러면서 나한테 뭐라고 하셨는 줄 알아?"

무슨 사무관 배 장학 퀴즈야 뭐야?

왜 자꾸 나한테 문제를 내?

내가 알아야 해?

궁금하지 않은데.

둘만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평생 간직해 그냥.

그 문제 나는 전혀 풀고 싶지가 않아.


"나보고 '너는 어떡하냐? 부인이 공무원 그만둬서 해외여행도 못 가고' 이러시는 거 있지."


아!

이것은 말이 아니다.

막걸리다.


"나 일 그만둔 거랑 해외여행이랑 무슨 상관인데?"

"나한테 자기 보고 파트타임으로라도 일하라고 하시는 거 있지."

내가 전해 듣기로는 알바라도 해야 할 집은 우리 집이 아니라 그 집 같은데, 왜 또 멀쩡히 잘 살고 있는 나한테 불똥을 튀기는 거지?


"내가 속으로 그랬지. 파트타임으로 일할 사람이었으면 애초에 일 그만두지도 않았을 거라고."

그래.

꼭 정규직 일자리만 일인가 뭐, 파트타임이라도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내가 다른 일을 하려고 일을 그만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자세한 내막은 모르는 그분은 걸핏하면 남의 편 보고

"부인한테 일 하라고 해라, 다른 데 취직하라고 해라."

하는 건 기본이고,

"혼자 벌어서 어떻게 살래?"

이렇게 말씀하신다는 것이다.


교사인 아내와 둘이 맞벌이를 하면서도 맨날 '없다 없다.' 이렇게 말씀하신다는데 그런 걸 보면 둘이 벌든 혼자 벌든 씀씀이의 문제지 맞벌이 외벌이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맞벌이로 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맞벌이가 다 여유로운 것도 아니고 외벌이라고 무조건 힘든 것도 아닌데, 맞벌이든 외벌이든 각자 형편껏 나름대로 살고 있을 터인데 어쩜 그리도 직원의 가정사에 애정이 넘치시는지.

하지만 과유불급이라 하였다.


"아니, 꼭 수 천만 원 있어야만 해외여행 갈 수 있어? 맞벌이 아니면 해외여행은 꿈 깨라 이거야? 내가 언제 해외여행 타령이라도 했어? 형편이 되면 가고 안되면 안 가고, 형편에 맞게 살면 되는 거지. 왜 꼭 본인 기준에서만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야? 지금 당장 꼭 해외여행 가야 되는 것도 아니잖아. 내가 해외여행 가고 싶다고 노래한 것도 아니고. 남이 해외여행을 가든 이민을 가든 무슨 상관이실까?"

"그러게 말이야. 나도 그냥 네, 이러고만 말았어."


사무관님,

정말 누워있던 저도 벌떡 일어나게 만드시는군요.

저를 일으켜 세우시고 또 쓰게 만드십니다그려.

또 한 번, 내가 그분의 아내가 아니란 사실에, 그분이 나의 남의 편이 아니란 사실에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무탈하게 지내다가 그분이 한 번씩 불을 지피면 잠잠하던 남의 편도 내가 일을 그만둔 것에 대해 원망의 소리를 시작하기 때문에 더 고약해지는 것이다.

그분은 남의 편의 '원망의 소리 메이트'


"오늘 회식에 누가 왔는지 알아?"

"아니, 전혀 알고 싶지 않아."

"다른 학교 실장님도 오셨거든."

뭐야, 그럼 또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남의 부인 얘길 했단 말이야?

설마?!

그 얘기하려고 굳이 남의 편을 포섭해 데려갔단 말인가?

하지만, 설마가 남의 가정사에 불화의 씨앗을 살뜰히도 심어준다는 사실을 나는 아주 잘 안다.

그동안의 경험에 의해.


"난 처음 보는 사람인데 사무관 님하고도 별로 안 친한 것 같더라. 그래서 어색하니까 나도 불렀나 봐."

"눈치 없이 그 자리에 또 낀 거야? 그냥 해 본 말인데 옳다고나 하고 따라간 거 아니야?"

"응, 나도 가서 보니까 좀 그런 것 같더라. 나도 가기 싫었지. 원래 그런 자리 나 안 좋아하잖아. 괜히 낀 것 같아."

"그냥 해 본 소리에 눈치 없이 따라왔다고 싫어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자리 좋아하지도 않고 스트레스만 받으면서 왜 자꾸 따라가? 이야깃거리 당사자가 필요해서 그런 거야?"

"그랬을지도 모르지 정말. 나도 진짜 그런 자리 불편하고 싫은데 말이야. 참, 내일 나보고 아침에 태우러 오래."

"또? 아무리 윗분이라도 그렇지, 무슨 대리 기사 부르듯이 회식 때마다 너무 하는 거 아냐? 버스 노선 좀 알려주지 그랬어?"

"전에 대우받던 그런 게 있어서 그런지 쉽게 안 바뀌나 봐."

"그땐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잖아."

"내 말이 그 말이야."


세상에는,

믿기 힘들지만

설마설마했는데,

기원전 3,000년 정도에 멸종한 줄 알았는데 당연하다는 듯이 직원에게 출근길에 태우러 오라는 윗분이 (일부)계신다고 한다.


윗분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직원에게 태우러 오라고 말씀하신다.

"와 줄 수 있느냐?"

가 아니다.

지금 때가 어느 땐데 회식할 때 집으로 모시러 가, 다음날 출근할 때 또 모시러 가, 비위 맞춰 가며 기사 노릇까지 해, 남의 편이지만 참 안됐다.

고생이 참 많다.


남의 편은 전에도 회식이 있는 날이면 사무관님의 댁까지 모시러 가서 함께 회식 장소에 가고, 회식이 끝나면 댁까지 모셔다 드리고, 다음날 모시러 가서 출근길에 함께 했었다. 그런 날이면 그는 너무너무 불편했다고 내게 한참이나 하소연을 하곤 했다.

어라? 그 사람은 사무관님의 수행비서도 아닌데?


나는 한 번도 그런 경험이 없었지만 같은 남성들끼리는 그런 경우가 있는가 보다.

이래서 직장 생활이 쉽지 않다는 거다.

나갈 직장도 없는 아내에게 술주정을 되풀이하는 남의 편에게 알알이 맺힌 응어리가 어느 정도 풀릴 때까지 들어줘야 할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느라 내게까지 그 피로감이 몰려왔다.

적당히 맞장구도 쳐 주어야 했으므로.


"나보고 해외여행이라도 가려면 자기 보고 알바 나가래."

"술 마시고 들어오면 해장국 끓여줘야 하니까 일할 시간 없다고 전해줘."

"아무튼 올해 안에 해외여행 한 번 가시긴 할 건가 봐."

"그래. 혼자만 해외여행 가시기 미안해서 그러시나 보네. 그럼 우리도 해외여행 한 번 가게 천만 원만 땡겨 달라고 말씀드려 봐. 난 지금은 알바 안 한다고. 알았지? 내일 꼭 전해!"

"그런 말을 어떻게 해?"

"그리고 다른 건 몰라도 중요한 건, 지금 나 해외여행 못 가서 안날나지 않았다고 그 말은 꼭 전달해 줘. 그렇게 걱정 안 해주셔도 된다고. 해외 바람 쐬고 싶으시면 마음껏 쐬고 오시라고. 외벌이네는 얌전히 집안 건사하고 잘 있을 테니까 맞벌이 부부 공무원 두 분이서 오붓하게 실컷 즐기고 오시라고."


공무원 맞벌이만 해외여행 가야 한다는 법이라도 어디 있나?

공무원 외벌이면 해외 출국 금지라도 당하는 걸까?

난데없는 맞벌이와 외벌이의 대결 구도에 할 말을 잃었다.


얼굴도 한 번 본 적 없는 그분과 나는 전생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갑자기 나의 까마득한 전생이 궁금해지는 아침이다.


그나저나 사무관님,

저의 의원면직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저의 동의 없이 아무에게나 무단으로 자꾸 입방아에 올리시면 법적 조치를...


* 갑질 : (작스러운 남의 가정사 오지랖에 사람을) 질(리게 함)

(글임자 사전)



- 2022년 어느 멋진 (술 취한 회식) 날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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