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사무관님의 간헐적 오지랖
오지랖직 사무관님의, 직원을 위한 사골
22. 11. 7. 자르고 끊고 싶다.< 사진 임자 = 글임자 >
이 나이에 공무원퇴직 ・ 2022. 9. 30. 22:36(nasoseon의 블로그 글 일부 인용)
"어제 교육청에서 무슨 점검을 하러 직원 두 명이 왔는데 말이야."
"얘기 안 해줘도 돼."
"옛날에 사무관님이랑 같이 청에서 일했었나 보더라고."
"관심 없어."
"그 직원들이 7급일 때 사무관님이 6급이었고 같이 근무했나 봐."
"얼른 먹고 출근이나 해. 오래간만에 일찍 좀 가 봐."
만들어 둔 요구르트에 무화과를 잘라 넣고 남편 앞에 들이밀었다.
일단은 들어도 그만, 안 들으면 더 그만인 남의 얘기하는 그 입부터 막을 요량으로 재촉했다.
요즘 남의 편의 출연 횟수가 잦아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그는 오늘 아침 7시부터 엊그제 술이 덜 깼는지 느닷없는 만담을 하기 시작했다.
"사무관님이 점검 끝나고 그 직원들 갈 때 되니까 밥이라도 사주고 싶었나 봐. 같이 근무했던 직원들이니까. 근데 당연히 차석만 가고 나는 거기 안 낄 줄 알았는데 나까지 가자는 거야.'해장해야지' 이러면서."
남편은 그런 자리에 억지로 끌려가는 거 질색팔색 하며 싫어한다.
하긴 좋아할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긴 하다.
모르는 사람들도 낀 자리에, 윗사람들만 있는 그런 자리에 걸핏하면 불려 다니고 따라다니고 끌려갈 수밖에 없었던 과거 행정실 차석 시절을 떠올리며 진저리를 쳤었다.
"차석이 나보다 5살은 더 많고 하니까 내가 제일 어려서 내 차로 모시고 갔거든."
예나 지금이나 그는 참으로 만담 하기를 좋아한다.
항상 용건만 간단히 말하는 나와 달리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세세하게도 보고하기를 좋아한다.
공무원의 직렬 중에 '만담직'이 있었다면 그는 임용된 지 얼마 안돼 진작에 최연소 사무관을 달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그는 현재 밖에서는 할 말 다 못하고 퇴근 후 애먼 아내만 붙잡고 일장연설을 늘어놓는 애처로운 행정실의 교육행정직 7급일 뿐이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눈치였다.
저렇게 시동을 슬슬 거는 걸 보면 말이다.
음, 감이 온다, 와.
"가서 밥 먹을 때 사무관님이 그 교육청 사람들은 나를 모르니까 소개해 줬단 말이야."
"별로 안 듣고 싶은데 내가 계속 들어야 돼?"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니까 소개해 주고 싶었나 봐."
"내가 들을 얘긴 아닌 것 같은데?"
"처음에 '여기는 누구고 지금 7급인데' 그러더니 뭐라고 하신 줄 알아?"
"아니. 알고 싶지 않아."
불길하다.
올 것이 또 온다.
뻔하다.
"갑자기 '부인이 공무원이었는데 그만뒀어' 이러시는 거야."
또 시작했다.
남의 편의 사무관님의 남의 편 아내 이야기.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무관님이 어쩜 살뜰히도 저리 챙겨 주시는지, 잊을 만하면 꺼내고 잊을만하면 또 꺼내고 지치지도 않을까?
"어쩐지 귀가 근질근질하더라니 또 내 얘기 꺼냈어? 벌써 몇 번째야?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어?"
"그러게. 저번 회식 때도 하고."
"날 언제 봤다고 내 얘기를 옛날 직원들한테 그렇게 착실히 보고하는 거야?"
"그러니까 말이야. 근데 그 말을 듣는 순간 그 두 사람 입이 쩍 벌어졌어. 엄청 놀라더라."
엄청 놀랐다고 본인이 혼자 착각한 것은 아닐까.
아니지, 엄청 놀라기를 기대했겠지.
그리고 엊그제 회식 때 사무관님도 과음하셨을 테고 아직까지 술이 덜 깬 게 틀림없어.
술 때문이야.
술은 미워하되 과음한 사람은 미워하지 말아야 하는 건가?
아니다. 술은 사람이 마시는 거니까 사람을 미워하자.
"입이 떡 벌어져가지고 놀라면서 나한테 그러는 거야. '왜 안 말렸냐'고 '우선 휴직부터 시켰어야지 왜 그만두게 놔뒀냐'고 그러는 거 있지."
CCTV를 돌려 볼 수도 없고 그 말의 진실 여부가 의심스러웠으니, 그냥 남의 편이 하는 말이려니 하고 만다.
"왜? 그 사람들한테 내가 생활비 달라고 할까 봐 그랬을까?"
"나도 할 말은 많지만 그냥 별말 안 했어."
별말 안 하진 않았으리라 확신한다.
"근데 처음엔 좀 그랬는데 이젠 적응하고 잘 살고 있는데 또 갑자기 그 얘기하니까 좀 황당하면서 기분이 또 좀 그렇더라고. 그때 생각이 나면서 또 뭐가 확 올라오고."
엊그제 술주정이 다시 시작되는 기분이었다.
1월 초 의원면직을 놓고, 그 미친 짓이라는 결혼을 한 이래 갈등이 극에 다다랐었고, 한바탕 소란스러웠던 그때 일이 떠올랐는지 남의 편이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때 자긴 일 그만둔다고 하고 치과 가서 있는데 눈물이 갑자기 나는 거야. 앞으로 나 혼자 우리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부담스러우면서."
그 사람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거 아니다.
충분히 이해도 하고 혼자만 너무 부담감을 느끼게 될까 봐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럭저럭 별문제 없이, 사고 없이 지금껏 1년 가까이 지내고 있는데, 단란하지는 못해도 평화롭지는 못해도 탈은 (크게) 없다.
그런데 어찌하여 아무 상관도 없는 남의 사무관이 난데없이 돌팔매질을 해서 분란을 일으키는 것이냔 말이다.
"안 되겠구만. 내가 그 사무관님이랑 면담을 한 번 하든지 해야지. 왜 자꾸 남의 가정사에 참견이지? 한두 번도 아니고. 자기는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 앞에서까지 남의 가정사를 굳이 떠벌리느냐고."
"나도 좀 그렇더라. 그 사람들은 나를 알지도 못하는데 말이야."
"아니 본인 가정에나 그렇게 신경을 쓰실 일이지. 직장 일도 많고 바쁠 텐데 이젠 신경 안 써도 된다고 전해줘."
"거 봐. 사람들은 다 똑같이 말해. 다들 왜 안 말렸냐고 그러잖아. 그만 못 두게 했어야지 그러면서."
휴전 중이었나?
다시 2차전을 또 해야 하는 건가?
남의 편은 또 한 번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내게 큰소리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나도 3달 넘게 브런치를 하며 나의 입장을 옹호하는 이들도 있다는 사실을 굳이 그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
언젠가 나도 들고일어나 봉기할 것이다.
때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아직 회원이 많이 모집되지 않아 때가 늦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니 오해는 금물이다.
사무관님,
사무관님만 아니면 이 가정은 그런대로 무난하게 탈 없이 잘 살고 있어요.
괜히 분란 일으키지 마시어요.
남편도 이제 마음 다잡고 잘 적응해 나가고 있는데 왜 그토록 잔인하신가요?
사무관님의 말 한마디에 직원의 가정불화가 재발됩니다.
그나저나 사무관님의 직렬은 '오지랖직'이신가요?
그래도 그렇지 사무관 자리에 앉으면 직원의 가정사를 정녕 남들에게 널리 알릴 의무라도 생기는 것인가요?
라고 메일이라도 띄우고 싶었다.
남편이 어딘가에 아이디랑 비번을 적어 둔 게 있을 텐데 끝내 찾지 못해 혼자만 끼적인다.
기를 쓰고 의원면직 말렸던 남의 편보다 다 끝난 일 가지고 은근히 진한 사골 우려내듯 우리고 또 우리는 그 사무관님이 더 얄미운 걸 어쩌랴.
세상에는 놀랍게도,
믿기 힘들지만,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공무원을 그만둔 직원의 아내 이야기로 걸핏하면 사골을 우려 주시는 고마운 사무관님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 사골을 사약 보듯 하리라.
당치도 않다.
그분의 직렬이 '오지랖직'이라면 근평 S등급은 떼어 놓은 당상이다.
그날 그분의 간헐적 오지랖은 지구 온난화에 적잖이 기여를 하고 말았다.
갑자기 남편이 열을 마구 올리는 바람에 적어도 1도는 올랐을 것이다.
가뜩이나 빙하가 2003년 이후 4배나 빠르게 녹고 있다는데 행정실에서까지 보탤 필요는 없지 않을까?
우리나라 사람들 정말 오지랖 넓은 사람 많고 이것저것 다 참견해야 직성 풀리는 사람들 많다지만 속세를 떠나 조용히 잘 살고 있는 내게 웬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저렇게 한 번씩 내 사연을 들춰주시는지 도무지 이해 안 되지만, 이해할 만한 가치도 없다.
그럴 때 보면 어떤 사람은 참 이기적이란 생각이 든다.
자신은 하고 싶은 말 한다지만 당사자에겐 불편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전혀 상관도 없는 남에게 떠벌리는 것, 사무관이 아니라 세상 물정 모르는 9급 신규자 시보만도 못한 행동처럼 보인다.
시보 시절에는 말과 행동에 조심성이라도 있지.
나름 관리자 위치에 있으면 그만한 그릇이 되어야 할 터인데 동네 마실 나갔다가 시간이나 때울 요량으로 수다 떠는 것도 아니고 참.
또 당사자의 남편인 직원이 직접 얘기하는 거랑 나랑은 전혀 상관도 없는 남이 얘기하는 거랑 절대 같은 수는 없지.
물론 나는 둘 다 마음에 안 든다.
"그 얘기 오래도 간다. 집에 가서 사모님한테도 당장 했겠지? 그 사모님은 학교 가서 또 했겠지? 들은 사람들은 또 다른 사람들한테 했겠지? 다음번에 인사발령 나서 다른 데로 가면 또 거기서 얘기하겠지?"
인간 SNS 수준인걸.
유산균 잘 키워 만들고 덜어서 또 새로 만들고 종가의 씨간장이 대대로 이어가듯 그렇게 멀리멀리 퍼져 나가겠지?
남의 의원면직 사연 배포 금지령이라도 내려야겠다.
우선 내 고충을 알리는 게 먼저겠지.
어디다 건의하면 될까?
고충위? 국민신문고?
걸핏하면 민원인들이 으름장 놓던 단골 그곳이 가장 강력한 후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