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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Aug 31. 2023

하마터면 '또' 결혼할 뻔했다.

그런 말 하면 못써!

2023. 8. 30.

< 사진 임자 = 글임자 >


"얘들아, 결혼식장 온 거 같지? 아빠 또 결혼해야겠다, 엄마랑."


이 양반이 말이면 다인 줄 아시나?

어디서 할 말 안 할 말 구분 못하고 아무 말대잔치야 지금?


"음악이 결혼식장 음악 같지 않아? 어때?"

그 양반이 옹알이를 할 때 나는 설거지를 하고 있었고, 남매는 열심히 구구단을 90초 안에 외우기 대결 중이었다.

"아빠 다시 엄마랑 결혼해야지."

이러면서 내 등뒤로 다가오는 몹쓸 양반이 한 명 있었다.

이 양반이 정말 보자 보자 하니까 못하는 소리가 없으시네?.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어디서 막말이야? 말이면 다 같은 말인 줄 알아?"

프로 쇼핑러인 그 양반이 새로 들인 블루투스 스피커를 놓고 실컷 대중가요를 듣다가 팝송을 듣다가 마지막에 클래식을 듣더니 느닷없이 한 소리였다.

아무리 실언이었다고 치더라도 정말 너무 했다.

게다가 아이들까지 듣는 데서 그런 말을 하다니.

이런 법은 없느니라.

"누가 누구랑 또 결혼한다는 거야 지금? 그거 불법이야. (=법 없이는 못사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니지.)잡혀 간다고!(=누가 잡아 갔으면 좋겠다.) 한 번이면 됐지 뭘 또 해?"

말이 씨가 된다는 그 흔한 말,

그 순간 나는 그 말이 가장 두려웠다.

"됐어! 나도 안 해. 누가 할 소리!"

그 양반이 발끈했다.

뭐야, 이런 걸 고급 전문용어로 '북 치고 장구 친다.'라고 한다지 아마?

좀 과격한 표현으로 느껴지긴 하지만, '혼자 다 해 먹는다.'라는 말도 서슴지 않겠다.

혼자 결혼한다고 했다가, 안 한다고 했다가, 혼자서도 주거니 받거니 잘하는 어른이가 바로 그 양반이시다.

새삼스레 사람이 콧구멍이 두 개인 이유를 드디어 알았다.

기가 막히면 코로 숨을 쉬라는 조물주의 섬세한 배려였다.

"저녁 잘 먹고 무슨 쓸데없는 소리야? 은혜를 원수로 갚아도 유분수지 말이야. 말 조심해!!!"


하여간 느닷없이 말인지 막걸리인지 모를 해괴망측한 소리 하는 건 알아줘야 해.

갑자기 또 무슨 바람이 들어서 그런 말을 한 게지?

아차차, 어젯밤 좀 그 양반 과음을 했었지, 참.

그럼 내가 이해해야지.

그럴 수도 있지.

술이 잘못했지.

너그럽게 이해해야지.

술이 덜 깬 것일 게야.

맨 정신으로는 절대 못할 말이지.

아무렴.

해서는 안 되는 말이고 말고.

가족끼리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알만한 양반이 왜 이러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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