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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Sep 19. 2023

이장회의, 그건  또 뭔가요?

갈 길이 멀다.

< 사진 임자 = 글임자 >

2023. 9. 15.


"전 직원은 9월 이장회의 자료를 오늘 3시까지 제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난데없이 메일이 서무로부터 날아왔다.

이장회의라니, 난 이제 출근한 지 며칠 안된 신규자라고요.

분명히 한글로 된 메일이었지만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다고요.


9월 1일 발령을 받고 얼마나 출근했을 때였을까.

"임자씨, 메일을 안보네.  확인하고 자료 보내 주세요."

업무를 익히느라(솔직히 익히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는 시늉은 했지만) 메일이 오는지 가는지도 모르고 매일 얼떨결에 근무를 해 나가던 어느 날이었다.

일도 잘 못하고 서툰 신규자가 답답했는지 메일을 확인해 보라며 서무가 직접 내게 말했다.

열어 보라고 하니까 일단 열어 보기는 한다.

달랑 제목 그 한 줄만 확인하고 자료를 주라는 건가?

내용은 텅텅 비었잖아?

별 말도 없이? 이게 무슨 소린가?

아차, 붙임 문서를 열어 봐야지.

각 계별로 뭐가 이러쿵저러쿵 정리돼 있는 일들이 제법 된다.

근데 이제 어떻게 하라는 말이지?

"저기요, 주사님. 이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예요?"

모르니 어쩔 수 없다.

무조건 여쭤본다.

바쁜 옆 자리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해야만 한다.

"응.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어쩌고 저쩌고..."

계별로 각자 담당 업무 중에서 마을에 꼭 전달해야 하는 사항들을 간단명료하게 적어서 제출하면 된다고 하신다. 음, 일단 들으니 감이 온다.

하지만, 문서 작성은 또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거지?

"거기 서식 있지? 거기 맞춰서 내용만 바꾸면 돼. 임자씨는 이번에 이장회의 자료 낼 거 있어?"

있어도 없다.

뭘 알아야 자료를 만들든지 어쩌든지 하지.

"그거 있잖아. 이번에 공문 온 거 그거 하나 넣어야겠네. 그걸로 해."

담당자인 나보다 다른 분이 더 잘 아신다.

신규자라는 무기를 앞세워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이렇게 사방에서 도움을 받아 또 그렇게 직장생활을 연명해 갔다.


주간업무를 제출하던 어설픈 실력으로(그래봤자 딱 한번 해봤다.) 다른 분들이 주신 자료로 붙여 넣기 하면서 첫 이장회의 자료를 만들었다.

아, 공무원의 세계는 자료 만들고 붙이고 저장하고 발송하기가 8할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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