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걸 뭐하러 해? 가서 뭐 하는 건데? 굳이 거기서 하루 자고 와야 돼? 하루만 갔다고 온다고 뭐가 달라져? 유난스럽게 무슨 템플 스테이를 간다고 그래? 난 그런데 가는 사람 진짜 이해 안 되더라."
난 댁처럼 말하는 사람이 진짜 이해 안 됩디다!
알았어! 알았어.
그건 니 생각이고.
나는 맹세코 옆에 있는 그 사람에게 들으라고 한 말이 아니었고 그냥 나온 말이었다.
가고 싶다는 건 그냥 내 생각이라고.
지난 주말에 가족 카톡방에 느닷없이 큰오빠가 사진을 올렸다.
거실에 있다가 사진을 보고 아이들에게 보여 주며 툭 내뱉었다.
첫째 조카와 새언니는 빠지고 큰오빠랑 둘째와 막내아들만 같이 다녀왔나 보다.
내 숙원사업 중 하나가 조용히 템플 스테이 한 번 다녀오는 것이다.
그걸 오빠가 해내다니!
나는 언제쯤 해낼 수 있으려나.
템플 스테이 한 번 해 보고 싶다.
피정을 다녀오고도 싶다.
그냥 하루 이틀 현재의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은 때가 누구나 있지 않은가 말이다.
"애가 둘이나 있는 가정 주부가 가기는 어딜 간다는 거야?"
그 사람은 가정 주부면 절대 집을 벗어나면 안 된다고 태곳적부터 생각해 온 사람이다.
직장 생활할 때도 교육 일정이 이틀 이상 있으면 '굳이 가야겠느냐'라고 처음엔 무조건 못 가게 하는 편이었다.
자식도 있는데 어딜 가냐며.
그게 그런 말을 들을 일인가 싶으면서도 어이없고 내 상식에서는 이해 불가였다.
내가 언제 그 사람이 며칠간 교육 가는 일에
"뭐 하러 굳이 그렇게까지 해? 자식이 둘이나 있는 애 아빠가 가긴 어딜 간다고 그래?"
하면서 제지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맹세코 한 번도 없다.
내 상식에서는 나올 말도 아니다.
결혼할 때 이런 부분은 생각도 못했던 일이다.
직장인이 교육이 있으면 가야 하는 거지, 필요하니까 교육도 하는 건데 단지 자식 있는 여자는 하룻밤 자고 오면 안 된다는 심보인가? 남자는 되고?
일은 했으면 좋겠고 교육 따위는 안 갔으면 좋겠다는 건가?
그러나 정작 본인은 친구들 만난다고 1박 2일로 놀고 오기도 하는 사람이다.
어느 면에서 꽉 막혀서 말이 안 통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이젠 직장생활도 안 하는데(일을 그만둔 후로 넌덜머리 나게 듣는 말이다.) '감히 가정주부'가 하루 이틀 집을 비운다는 건 그 사람 선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내가 언제 같이 가자고 그랬어? 혼자 가고 싶다고 혼자! 그리고 내가 당장 나간다고 했어? 말도 못 해? 나 혼자 한 소리라고. 들으라고 한 소리 아니라고! 남이야 템플 스테이를 가고 싶어 하든 말든, 출가를 하고 싶어 하든 가출을 하고 싶어 하든 무슨 상관이야? 내가 당신이 친구들 만나고 다니는 거 가지고 언제 간섭했어? 당구 치는 거 가지고 뭐 하러 그런 거 하냐고 이해 안 된다고 한 적 있어? 템플 스테이가 뭐가 그렇게 유난이라고 그래? 본인이 마음에 안 들면 남이 하는 건 다 유난이야? 어차피 같이 가자고 할 것도 아닌데 본인은 안 가면 그만이지 생각이 다 다른 거지, 좋아하는 것도 다 다른 거지. 내가 갔다 와서 뭐 달라지겠다고 각서라도 썼어? '그런 데' 가는 사람이라니? 내가 언제 가기나 했어? 하여튼 내가 뭐 하고 싶다고 하기만 하면 꼭 꼬투리 잡더라. 같이 하자는 말은 안 해, 걱정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