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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Sep 24. 2023

면사무소에 '전어' 출입 금지!

다짜고짜 전어를 사고(2부)

2023. 9. 23.

< 사진 임자 = 글임자 >


"근데, 너 이거 어떻게 할래?"

"네?"

"이대로는 못 먹잖아. 손질을 해야지."

"......"

 

맞다, 생선은 손질을 먼저 하고 먹는 거였지 참.


면사무소에 출근한 지 며칠 되지도 않은 신규자는 (어렵기만 한) 점심 멤버들과 함께 일용할 양식으로 전어 스무 마리를 싸들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해 낸 것에 저 혼자만 기특해하다가 갑자기 막막해졌다.

이내 한 주사님이 전어가 들어 있는 아이스박스를 송두리째 챙겨 가시길래 순진하게도 나는 또 생각했다.

'세상에, 직접 손질해 주실 건가 봐.'

이거 미안해서 어쩐다지?

그나저나 어디서 구워 먹지?

면사무소 마당 구석에서 구워야겠지?

전어 굽는 냄새 맡고 면 소재지의 며느리들이 다 그곳으로 몰려들면 또 어쩐다?

각자 가정의 품으로 돌아가야지 적어도 그녀들이 돌아  올 곳은 면사무소 마당은 아닐 텐데.

우리들만 몰래 구워 먹고 싶은데 말이지.

태곳적부터 계장님  몫도, 면장님 몫도 없는데 어디 남의 집 며느리들이?

그 생선은 면사무소 직원 전용이라 민원인들에게까지 나눠 줄 건 없는데.

더군다나 나눠먹고 싶은 마음도 모래알 하나만큼도 없는데 말이다.


적극적으로 내게서 그것을 인계받은 그분은 곧 자리를 뜨셨다.

그 후로 전어의 행방은 찾을 길이 없었다 물론.

그날 깜박하고 다들 그냥 퇴근을 했는지도 모른다.

어쩌자고 나는 일거리를 들고 출근했을까.

그날은 그렇게 흐지부지 넘어갔고, 맹랑하게도 나는 다음날 누군가가 그 생선을 손질해서 점심때  짠~ 하고 가져오실 줄 알았다.

하지만 다음날 점심시간에도 전어 구경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어제 사 온 전어는 어디에 있는 거죠? 점심시간에 먹으려고 사 온 건데 당최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가 없네요. 혹시 전어 보신 분?"

이러면서 면사무소 직원들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며칠간 나는 전어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는 없었다.

무슨 바람이 들어서 전어를 사가지고는...


참 이상하다.

애초에 나는 집 나간 며느리를 불러들일 의향도 없었고, 그녀들이 면사무소로 들이닥친다고 할지라도 그 전어들을 외부 침입자들로부터 온전히 사수할 마음이었는데 다 어디로 간 거지?

사실,

다 같이 먹어 보자고 사 간 것이었는데.

이럴 수가.

누가 신규자 아니랄까 봐 수령증도 없이 생선을 거저 넘기다니!

그것도 자그마치 면사무소에서...

내 불찰이다.

나는 비로소 다짐했다.

아무리 내가 생선을 좋아한다손 치더라도, 매일 점심 반찬으로 김치 쪼가리만 먹게 되더라도 먼저 손질을 해야만 먹을 수 있는 재료는 직장에 절대 절대, 다시는 사가지 않겠다고.

직접 손질할 것도 아니면서 감히 김칫국부터 무한리필로 마시면서 얼토당토않은 행동 같은 것은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동시에 그런 푯말을 걸어두는 것이 시급하다고도 느꼈다.

외부인 출입 금지의 계보를 이를 '외부 생선 출입금지' 내지는 '전어 출입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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