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는 호들갑을 떨며 새로 구입한 명품에 대해 얼마나 내가 만족을 하는지에 대하여 그이 앞에서 한 말을 하고 또 했다.
"그래? 그게 그렇게 맘에 들어? 괜찮아 보이네. 잘 샀네."
그이도 나의 탁월한 선택에 대해 흡족해하는 표정이다.
"정말 잘 샀어. 평생 써야지."
약간의 과장을 보태 최대한 너스레를 떨었다.
"아이고, 그게 그렇게 좋아?"
"그럼! 얼마나 좋다고! 나 진작부터 이거 사고 싶었단 말이야. 전에 쓰던 거랑 차원이 달라."
"그래? 그럼 하나 더 사! 그거 하면 얼마나 한다고. 내가 하나 더 사 줄게. 그 정도는 사 줄 수 있어, 나도."
"진짜? 진짜 하나 더 사 줄 거야? 진심이야?"
"얼마 하지도 않는데 그거 하나 못 사주겠어?"
"진짜지? 역시, 자기가 최저야!!!"
"그게 무슨 말이야?"
"좋은 말이야. 아무튼 고마워! 역시 자긴 능력자야, 무능력자!"
"또 그게 무슨 소리야?"
"좋은 소리란 것만 알고 있어."
"아무튼 하나 더 사서 비상용으로 뒀다가 나중에 쓰면 되지."
그리하여 나는 명품을 구입한 지 일주일도 채 안돼 또 하나의 명품을 구입했다.
거침없이 굴러가는 네 바퀴, 부드러운 코너링, 짐을 한가득 싣고도 흔들림 없는 편안함, 한 손에 착 감기는 안성맞춤 손잡이,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가 없다.
그렇다,
내겐 그 쇼핑 카트가 최고의 명품이다.
명품은 내가 정한다.
손바닥만한 거, 그거, 달걀 한 판도 안들어가는 아무짝에도 쓰잘데기 없는 거, 그런 가방은 필요없다.
도서관에 갈 때 시장을 볼 때 친정에 가서 로컬 푸드를 챙겨 올 때 한몫 단단히 하는 것이 바로 소중한 나의 쇼핑 카트다. 얼마나 요긴하게요~
전에 쓰던 것은 마르고 닳도록 쓰는 바람에 해지고 찢어져서 새로 구입을 했다.
비싼 금액을 치른 게 아니었으므로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이게 웬걸?
내게 딱이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과거에 마음에 들면 원플러스원으로 구입하던 내 병이 도졌다.
사재기해 두고 싶을 만큼 마음에 쏙 들었던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냥 사실대로 정말 마음에 든다고, 좋다고, 몇 마디 한 것뿐이었는데(맹세코 나는 그것을 하나 더 사기 위해 치밀한 계획 하에 그런 발언을 한 것도 아니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하나를 더 손에 거머쥐겠다고 그이 앞에서 아양을 떤 것도 결코 아니었다) 그이는 흔쾌히 그것을 하나 더 사라는 자비를 베풀었다.
그이가 변심하기 전에 급히 하나를 더 구입한 어느 날이었다.
조카에게 동화책을 물려주기 위해 좀 무리해서 그 카트에 책을 담은 문제의 그날 나의 하나밖에 없는 명품은 허망하게 요단강을 건너고 말았다.
하필이면 바퀴 위쪽이 망가져서 내 손으로 도저히 어찌해 볼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런 걸 고급 전문 용어로 '아작이 났다'라고 한다지 아마?
유사어로는 '작살났다'가 있을 테고 말이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책을 담은 것이 화근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 명품을 새로 구입한 바로 다음날 아작을 내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