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 적절하게 쓸 수 있는 표현이 '이게 웬 횡재냐'겠지? 이에 쌍벽을 이루는 속담으로는 '고생 끝에 낙이 온다'일 것이고 말이다.
나에게 워크숍이란, 그가 나에게 주는 생각지도 못한 커다란 선물, 쉽게 손에 넣기 힘든 리미티드 에디션!
하지만 반드시 쟁취하고 말아야 할 사명을 띠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할 나의 소유물이 되어야 마땅한 것.
나에게 남편이란, 저 낮하늘의 해와 같고 밤하늘의 별과 같이 빛나고 아름다운 분, 말 한마디로 천냥 대출을 한꺼번에 상환해 버리시는 분, 칭송받아 마땅한 분, 세상의 온갖 미사여구로도 치장하기에 부족하신 분!
한마디로 나는 이 순간 '매우 기쁘다' 이 말이다.
남편이 집에 있다고 해서 나를 해친다거나 성가시게 할 일은 없지만(물론 가끔 성가시게 할 때도 있음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한 번씩 일을 핑계 삼아 며칠간 집을 비우면 그렇게 환희심에 넘치지 않을 수가 없다.
왜 그런고 하니... 정확히 그 이유를 댈 수가 없다.
기분이 정말 좋은데, 날아갈 듯 좋은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네.
"그래. 남편들 출장 가서 며칠 안 오면 그것도 좋긴 하지."
라고 말하던 출장이 잦은 큰오빠의 아내인 복 받은 큰 새언니의 말을 근거 삼아 비단 나 혼자만 그런 배은망덕한 마음을 가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너희 남편은 한 번씩 출장이라도 가지, 우리 남편은 출장도 안가. 맨날 집에서 출근해."
라고 한탄하던 친구의 낙심한 얼굴을 떠올림으로써 이것이야말로 뭇 아내들은 남편과 항상 같이 있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방증이 아니겠냐며 혼자만 강력히 주장을 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남편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어쩌면 그들이 더 간절하게 바라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공평한 생각을 쉽사리 지울 수 없다.
사람들에게도 가끔은 떨어져 있는 시간을 갖는 일이 필요하다고 '시카고'도 노래하지 않았던가. 'Everybody needs a little time away(노래 : Hard to say I'm sorry)' 그 일이 얼마나 중요하면 가사 첫마디부터 그렇게 시작했을까. 다만 'a little'보다 'a lot of'로 대체된다면 더없이 완벽하리라 살짝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며 나는 또 생각한다. 미안하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2박 3일 워크숍을 간다'고 말하기는 쉽다.
역시 이런 내 마음은 동양이든 서양이든 사람이라면 누구나 품어 봄직한 것임을 다시 한번 격하게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 그룹의 선견지명에 감탄하며 노래의 첫 소절을 행동으로 옮길 예정인 남편이 기특하기까지 하다.
"혹시, 2박 3일이야?"
나의 간절한 소망을 담아 슬쩍 찔러본다.
온 얼굴로 웃고 있지만 살짝 시무룩하게 물어야 한다.
"응. 2박 3일."
쥐구멍에도 볕 뜰날이 있다더니, 앞으로 12월까지 '언제나 맑음' 예정이다.
"네가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라고 말하던 어린 왕자가 간과한 게 하나 있다.
결혼 12년 째인 부부 사이에서는(어쩌면 나만)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말이다.
난데없이 남편에게 낯간지러운 고백을 한다.
당신이 12월에 워크숍을 간다면 난 두 달 전부터 정말 행복해질 거야.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 견디게 하는 힘, 두 달 빠른 남편의 합법적인 외박, 워크숍이라는 아름다운 외래어, 그것만이 전부다.
꿈에서라도, 해외출장까지 한 번씩 가는 큰오빠와 함께 사는 큰 새언니를 감히! 언감생심! 부러워하지 말지어다. 욕심이 지나치면 화를 부르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