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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Oct 29. 2023

역시 넌 내 아들

잘 교육한 아들 하나

2023. 10. 29.

< 사진 임자 = 글임자 >


"엄마, 자 선물이야."

"이게 뭔데?"

"내가 엄마 주려고 가져왔지."


매일 하교를 하면 학교 앞에서 나눠주는 학원 전단지라든지 특정 종교의 선교활동 관련 홍보물이라도 들고 와서 내게 내미는 아들이 있다.

그날은 일용할 간식이었다.


"엄마, 나 학교 앞에서 무슨 행사하는데 거기서 좀 놀고 올게요."

"행사한다고? 무슨 행사인데?"

"잘은 몰라. 아무튼."

"누구랑 놀 건데?"

"누구누구랑 누구누구도 놀고 또 누구누구..."

"그래, 올 때 차 조심하고, 안전하게 놀아야 돼."

"알았어요."

아들 말에 따르면 교식 밖에서 동창회라도 할 수준의 많은 친구들이 참여할 예정이었다.

요즘 가을이라 여기저기서 행사를 많이 하던데 그런 행사인가 보다 했다.

그런데 보통은 주말에 근처 공원이나 넓은 공간에서 하던데 학교 앞에서 한다는 게 좀 의아하긴 했지만, 도대체 무슨 행사를 굳이 학교 앞까지 가서 하나 싶었지만 대낮에 그것도 학교 근처라니 그냥 지자체에서 약소하게 하는 그런 행사려니 했다.


집에 오자마자 아들이 주머니에서 자랑스럽게 사탕을 꺼냈다.

"자, 엄마, 이게 총 7개거든. 엄마는 두 개, 나랑 누나는 한 개, 그리고 아빠요즘 일하느라 힘드니까 특별히 세 개."

이렇게 말하며 내 몫으로 2개를 떼어 줬다.

"무슨 행사인데 이런 걸 줬어?"

이미 사탕 한 개를 다 먹고 난 후 나는 물었다.

"응, OOO에서 나와서 하는 거였어."

"그래? 근데 이렇게 사탕을 많이 줬어?"

"사실은 이거 받으려면 오래 기다려야 했거든. 내 친구들은 학원도 가고 해야 한다고 다 갔는데 나는 끝까지 남아서 받은 거야."

"아유, 그냥 오지. 이거 받으려고 계속 기다린 거야?"

"응."

"근데 엄마가 이런 거 받아오지 말라고 한 거 같은데?"

"에이, 엄마. 엄마도 맛있게 먹었잖아."

아들 말마따나 이미 하나를 소비한 뒤에 뒷북치면 뭐 하나.

하도 흉흉한 세상이니 혹시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고, 모르는 사람이 주는 물건은 가능하면 받지 말라고, 특히 먹는 것은 더 조심해야 한다고 늘 강조를 해 왔던 나다. 그런데 이제 보니 아들이 준 사탕을 별생각 없이 홀라당 받아먹어 놓고는 이게 무슨 모순이란 말인가. 나도 결국 10살 아들과 같은 사람인가?


"그리고 엄마, 그 사람들이 무슨 진단평가인가 한다고 그러면서 종이 주더라?"

"잠깐! 그래서? 설마 거기에?"

"문제 푸는 거였어."

"혹시 거기다 개인 정보 같은 거 쓰라고 하지 않았어?"

"반 번호랑 이름하고 전화번호 쓰래."

"우리 아들 설마 다 적고 온 거 아니지?"

"에이 엄마는 이 아들을 어떻게 보고?!"

"그럼 그냥 왔어?"

"엄마가 항상 그랬잖아. 개인 정보는 중요하다고, 아무한테나 알려 주면 안 된다고."

"그래서 우리 아들은 안 썼어?"

"당연하지. 그런 걸 함부로 알려 주면 안 되잖아. 그래서 그냥 다시 주고 난 집에 왔지."

"역시 내 아들이야! 잘했어. 그런 식으로 개인 정보가 남한테 넘어가면 잘못해서 또 다른 데로 넘아갈 수도 있고 그러니까 항상 조심해야 해. 네 개인정보는 네가 잘 지켜야지."

"나 잘했지?"

"그리고 아직 너는 어린이니까 그런 판단이 잘 안 설 수도 있잖아."

"OOO 할 거면 엄마 전화번호도 적으라고 했는데 난 안 한다고 안 적었지."

"그랬구나. 엄마 개인 정보까지 알려줄 뻔했네. 엄만 그런 식으로 알리는 거 싫은데. 전혀 그 학습지에 관심도 없고."

"그래서 내가 그냥 왔지. 난 안 할 거라고."

"잘했어. 뭐든 항상 신중해야 해."

"근데 그거 신청하면 점보 도시락을 준다고 하던데?"

"에이, 그거 엄마가 하나 사주면 되지."

이미 기원전 3,000년 경에 내 개인정보가 사방팔방으로 다 퍼져나갔을지도 모를 일인데 나는 또 예민하게 반응했다.

열 살이 물리치기 힘든 유혹이었을 텐데, 그걸 과감히 물리치고 돌아서다니!

이렇게나 뚝심 있는 아들이라니!

물론 본 적도 없는 그 점보 도시락을 사 줄 마음은 딱히 없지만 진심으로 아들이 원한다면 고려해 보기는 할 것이다.


내 아들이지만 어쩜 이렇게 야무질까.

평소 엄마 말을 허투루 듣지 않고 배운 대로 실천에 옮기는 어린이라니!

쉽사리 떨쳐버릴 수 없었을 유혹의 손길을 단칼에 거절하고 눈 질끈 감는 일, 보통의 열 살 어린이라면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어려운 걸 내 아들은 해냈다. 나는 내 아들이 여간내기가 아니란 것을 깨달음과 동시에 다시 한번 확인했다, 여전히 나는 팔불출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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