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정말 작은 일이 아니다, 매우, 대단히, 심각하고도, 중대하고도, 어마어마한 일이다.
13년 동안 기여금을 냈고, 2041년에 내게 준다는 월 57만 원의 내 연금, 생각할수록 겸손한 금액이다.
사람이 썩 겸손하지 못하니 연금액이라도 겸손해야 하는 걸까?
겸손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냥 되바라져도 좋은데, 너무 결손할 필요는 없는데...
"이러다가 나중에 돈 없다고 나 몰라라 하면 어째?"
"설마?"
"지금도 적자인 것 같은데, 국민 연금 봐봐."
"하긴 나도 오늘 뉴스 보니까 국민연금 그 얘기 나오더라."
지난 주말 아침이었던가? 출근은 해야 했지만 주말 아침이니 늑장 좀 부리고 신문을 보는 여유까지 보이면서 현직 공무원이 심각하게 말했다. 마침 그날 전직 공무원도 그 뉴스를 본 참이었다.
내 57만 원, 얼마 되지도 않는 그거, 그것도 줄 돈이 없을까, 설마?
설마가, 정말 연금 재정을 바닥나게 할지도 모를 일이다.
"나라가 어찌 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내 말이."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우리 연금도 못 받는단 소리 나오겠어."
"그거 하나 바라고 다들 다니는데 그럼 안되지."
"당신보다 내가 더 걱정이야. 당신은 이미 그만뒀잖아."
"그래. 그랬지. 매달 주는 연금 얼마 되지도 않던데 말이야."
나는 나왔지만 남편은 아직 발 담그고 있으니 연금 뉴스에 무심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나왔어도, 앞으로 그 겸손한 금액을 내가 과연 만져볼 날이 오기는 하는 걸까 그런 미심쩍은 마음도 없잖아 있기도 하다.
그나마 난 중간에 그만둬서 덜 억울하다고 생각해야 하는 건가?
억울하고 안 억울할 게 뭐가 있을까.
냈는데 왜 안준다는 거지?
말도 안 되는 소리지.
호사스러운 생활은 못하더라도 퇴직 후에도 연금으로 생활해 나갈 만한 수준은 될 수 있으니 한창 공무원 열풍이 불었던 게 아닌가.
"OO 당숙네 아들 이참에 공무원 시험 붙었다더라."
하루는 친정에 갔더니 엄마가 따끈따끈한 최신 뉴스를 전해주셨다.
"잘 됐네!"
라는 말은 내 입에서 안 나왔다.
공무원만 되면 세상을 다 가진 듯한(찰나일지라도) 기분에 휩싸이던 때가 분명히 있었다.(고 어렴풋이 생각한다.)
나야 공직사회가 싫어서 떠난 게 아니니까, 무슨 원한 관계에 있었던 것도 아니니까, 더군다나 적대감정 같은 것은 결코 없으니까 요즘 세태를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염려스럽기도 하고 기분이 묘해진다. 당장 미래의 내 연금과 관련된 기사를 접할 때면 나도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현직자가 우리집 가장으로 있지 않은가.
나도 나지만, 당장 매일 성실히 출근하시는 우리 집 가장도, 주말도 없이(초과 근무 신청하지 말라고 대놓고 은근히 압박하는 통에), 주말에도 종종 무료 봉사를 일삼는 그 가장은?
가화만사성 이전에, 공무원연금이 무사해야 이 가정도 지킬 수 있다.(고 나만 혼자 가만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