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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Nov 04. 2023

나는 1호, 의윈면직 1호

남이 말하길

2023. 11. 3.

<사진 임자 = 글임자 >


"그거 진짜야?"

"또 그 소리야?"

"그렇고 그렇고 그렇다던데?"

"대꾸할 가치도 없으니까 그만 얘기해. 나 그만둔 지 2년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그 얘기야? 지긋지긋하다."


알람이라도 맞춰 두셨나?

이미 다 끝난 일, 다 지난 과거, 그것도 결정적으로 본인들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남의 일에 왜들 그렇게 말들이 많은 걸까?

그렇게 남에 대해 함부로 말하고 찧고 까부는 거 피곤하지도 않나?


"아마, 의원면직 1호일 거야."

작년에 누군가가 내게 했던 그 말이 다시 귓전에 맴돌며 나는 엊그제도 나의 의원면직을 둘러싼 헛소문을 마주해야 했다.

그곳에서 내가 정말 1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그만 둔지 2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흉흉한 소문이 도는 걸 보면 아마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동물원의 원숭이 구경하듯 최초 의원면직자를 구경하며 온갖 억측과 기상천외한 소문이 돌고 돈다.

물론 나는 별로 관심 없다.


다들 업무가 바쁘실 텐데, 정작 힘 기울여야 할 곳은 여기가 아닐 터인데 왜 엉뚱한 곳에 자꾸 기웃거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

차라리 기후 위기에 대하여, 저출산율에 대하여, 취업난에 대하여, 그들이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골똘히 생각해 봐야 할 분야는 그런 것들이지 한낱 전직 공무원의 퇴직 사유를 둘러싼 억측은 아닐 것이다.

공직생활을 접은 나에 대해 적어도 흉악무도한 짓을 벌였다거나, 남에게 해를 끼쳤다거나, 몹쓸 짓을 했다는 그런 내용은 아니니 그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하는 걸까?

작년 한 해, 없었던 일도 있었던 일로 만들고 꾸미고 살을 덧붙이고, 아닌 일도 제 마음대로 생각하고 지어내고 꿰어 맞춰 그만의 상상세계에서 기정사실화해 버리면서 한 사람을 전혀 다른 엉뚱한 사람으로 둔갑시켜 버리는 것을 보고 치가 떨렸다.

사람의 상상력이란 참.

그런 데에 상상력을 동원하는 일은 옳지 않다.

결정적으로 남의 일이 아닌가.

본인들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 아닌가, 나는.

내가 그들에게 전혀 관심 없듯이, 그들도 나에게 아무 관심이 없을 거라는 착각은 정말 나만의 오산이었음이 또 드러났다.


이건 오지랖도 무엇도 아니다.

도를 넘어선 무차별적이고도 비상식적이며 비인간적인 횡포이자 어리석은 지레짐작으로 마구 생각 없이 뱉어내는 '헛소리'일 뿐이다.

내가 내 직업을 그만둔 것인데 왜 이렇게 쓸데없는 소문이 돌아야 하는 건지, 도대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 저희들끼리 이러쿵저러쿵 없는 말까지 지어내는 것인지 한심한 생각까지 들 때가 있다.

다들 자기 앞가림하고 살기도 바쁜데 어쩌면 그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남의 인생에 함부로 말을 뱉고 소문을 만들어 낼 시간이 있을까?

더 이상 직장을 다니지 않는 나도 하루 해가 짧기만 한데, 직장씩이나 다니는 그 사람들은 무슨 시간이 나서 그렇게 잊을 만하면 꺼내고 잊을 만하면 또 꺼내는지...

남을 볼 시간에 나를 한번 더 돌아보기에도 빠듯한 인생인데 말이다.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고 말은 했지만 그렇게 대꾸하는 말조차도 시간이 아까울 지경이다.

인연 없는 중생은 구제하기 어렵다 하셨나니,

스스로 그 구렁텅이에 빠진 이들도 그들이요, 그 구렁텅이 속에서 진흙을 묻혀가고 있는 이들 또한 그들일 뿐이다. 애초에 그 구렁텅이를 만든 사람들 또한 그들 자신이 아니었던가.

굳이 왜 나까지 그 구렁텅이로 몰아넣으려고 하는가?

상관없이 살고 싶다.


내가 달리 어찌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다만,

남의 일에는 제발,

함부로 추측하고 소문내고 부풀려서 떠벌리지 않기를,

그만 멈추기를.

제발,

자신들의 소중한 시간은,

소중한 자신들을 위해 더 많이 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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