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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Nov 05. 2023

결혼은 신중하게, 가족계획은 더 신중하게

너희가 힘들다는 게 아냐

2023. 11. 4.

< 사진 임자 = 글임자 >


"세상에, 애들이 일곱 명이나 된대."

"누가?"

"방금 모닝스페셜에서 나왔는데 어떤 집에 7번째 아기가 태어났대."

"우와, 진짜 애들 많다, 엄마."

"그러게. 아휴, 힘들겠다. 둘 키우기도 힘든데. 대단하다."

"엄마, 엄마는 우리 키우는 거 힘들어?"


아이 키우기란 예나 지금이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니므로, 물론 즐겁고 보람 있을 때도 있지만, 힘든 건 힘든 거니까 그렇게 말한 것뿐인데 딸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엄마가 그렇게 말할 줄은 몰랐어."

딸이 선창을 하자 아들이 뒤를 이었다.

"엄마는 우리 키우면서 힘들었어? 히잉."

아드님도 자못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너희가 잘 몰라서 그렇지 절대 쉽지는 않아. 그렇다고 너희가 엄마를 힘들게 한다는 건 아니야. 아이를 키우는 일이 정말 힘이 드는 일이라는 걸 말하는 거지."

"아, 그래?"

딸은 다소 안도하는 눈치였다.

진심으로 솔직히, 아이 키우는 거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닐까 자주 생각을 한다.

그것도 키워 볼수록 말이다.

단순히 아이에게 의식주만 제공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는 '사람이니까' 사람답게 길러야 할 의무가 있고, 가르쳐야 할 오만가지가 있고, 모범을 보여야 할 숙명적인 과제도 있다. 물론 완벽한 부모가 되기는 힘들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도 않지만(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별다른 준비도, 계획도 없이 부모가 된 많은 사람들에게는 인생 최대의 난관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무리 아이들이 많아도 잘 키우는 사람들은 잘만 키운다.

나는 딸과 아들 달랑 두 명의 자녀만 두었지만, 한글을 떼기도 전에 영어 유치원 같은 곳에 보내려고 안달 난 적도 없지만, 학교가 파하기 무섭게 각종 학원으로 내모는 엄마도 아니고, 남들 하는 것은 무조건 다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도 아닌 데다가 무리를 해서라도 내 아이들에게는 뭐든 다 해주고 싶은 마음 또한 눈곱만큼도 없지만(남들은 가끔 내게 너무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는 기본이 아닐까 싶은 선에서 형편껏 뒷바라지를 하고 지원을 하고 있지만 이것도 보통 고된 일이 아니다.

"우리 때는 그냥 다 컸어."

라고 옆에서 라테 한 잔 만들어 드시는 성인 남성은 애 키우는 게 뭐가 힘드냐고 곧잘 말하지만, 나는 그럴 마다 느낀다. 안 해 본 티를 내는구나.뭘 해 봤어야 알지.

우리 때를 말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지금, 내 아이들에 대해 말하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그러니까 엄마 말은 낳기만 한다고 해서 다 같은 부모가 아니라 이 말이지. 세상에는 정말 좋은 부모도 많지만 가끔 보면 아무 생각 없이 낳기만 하고 나 몰라라 하는 부모도 있고, 자식에게 의지가 되는 부모가 아니라 짐이 되는 부모도 있고, 부모는 부모인데 하는 행동을 보면 전혀 부모답지 않은 부모도 있고 그렇더라고. 자식이 없으면 모를까 일단 낳으면 그 책임감이 정말 크게 느껴지거든. 엄마도 그래. 나중에 너희도 부모가 돼 보면 알게 될 거야. 엄마도 너희에게 썩 좋은 부모가 아니란 걸 알지만 그래도 늘 신경 쓰고 있고. "

나처럼 아이를 예뻐하지 않던 여자도 드물 것이다.

결혼 전까지, 아니 첫째를 낳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아이들을 예뻐하는 편은 아니었다.

어떤 사람은 정말 아이들을 예뻐하는 게 눈에 훤히 보일 때가 있다.

예전에는 아이들을 예뻐하는 사람을 보면 왜 저렇게 호들갑스러울까도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내 자식을 낳고 보니, 남의 자식도 다 예뻐 보이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지나가는 아기가 빽빽 소리를 지르며 울고 있어도 그저 예쁘다.

아주 가끔 이 아이들 말고 자식이 더 있었어도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있다.

지금의 남매를 키우는 일도 절대 만만치 않다고 매일 얘기하면서 이게 웬 뚱딴지같은 소리인지.

딸과 아들을 한 명씩 더 낳는다면 성비도 맞을 것이고 서로 동성끼리 잘 어울려 놀겠지, 하는 막연한 바람을 가져보면서 말이다. 그러나 지금 충분히 두 명으로도 만족스러우므로 굳이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물론.

점점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가 예쁘게 보이기 시작했다.

자녀가 7명씩이나 된다는 얼굴도 모르는 그 부부가 난데없이 샘이 날 지경이었다.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꼬물꼬물 한 그 어린것이 지금 얼마나 예쁠까

하지만 단지 예뻐하는 그 마음 하나만 가지고 자식을 기를 수는 없는 일이다, 결코.

그래서 나는 종종 아이들에게 저런 얘기를 다.


"얘들아, 결혼도 신중해야 하지만 아이를 낳는 일은 더 신중해야 한다. 한번 낳으면 절대 돌이킬 수 없어. 정말 신중하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해. 알겠지?"

내가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반드시 당부하고 싶은 말은 그뿐이다.

물론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으면 육아는 힘들지만, 단지 출산 장려금이나 지원책만으로는...

기본적으로 부부가 뜻을 모아 신중히 결정할 일이지 일시적인 방편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다.

결혼도 출산도 어차피 선택의 문제이고 이왕이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들이 신중히 결정할 일 아닐까.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그런 기본마음가짐이 우선시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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