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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Nov 14. 2023

무자식이 상팔자냐고?

고민거리 없는 사람은 없을걸

2023. 11. 13.

< 사진 임자 = 글임자 >


"산부인과 의사가 가장 싫어하는 말은?"

"글쎄다."

"잘 생각해 봐."

"모르겠는데?"

"무자식이 상팔자."

"그럴 수도 있겠네."

"근데 엄마, 무자식이 상팔자란 말이 무슨 말이야?"


반 학예회에 난센스 퀴즈를 준비하던 딸이 내게 문제를 냈다.

가끔 정말 뜬금없고 황당하고 우습기까지 한 문제들을 심혈을 기울여 간추리다가 우리는 또 그 말의 심오한 숨은 뜻을 파헤치기에 이르렀다.


"무자식이 상팔자란 말은 어쩔 땐 차라리 자식이 없는 게 더 나을 때가 있다 이런 말 같은데?"

"왜?"

"자식이 너무 속을 썩인다거나 힘들게 하면 차라리 없는 편이 낫다는 그런 의미 아닐까? 이것저것 신경 안 쓰고 머리도 안 아프고."

"아, 그런 의미였어? 뭐 그럴 수도 있겠네."

"자식 때문에 너무 힘들면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 자식이 애물단지란 말도 있잖아."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비슷한 의미야. 하지만 어떤 자식들에겐 부모가 애물 단지일지도 모르지."

"그렇구나."

"엄마도 가끔 너희 키우면서 힘들 때도 있지만 너희가 엄마한테 주는 행복은 엄청나지. 절대 값으로 따질 수도 없지."

"당연하지."

"사람이 살다 보면 힘든 일도 있고 즐거운 일도 있고 별의별 일을 다 겪는 거지. 어떻게 좋기만 바라겠어. 자식 키우는 일도 마찬가지지. 자식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다들 나름대로 고충이 있는 것 같더라. 아무리 남 보기에 아무 걱정 없을 것 같은 사람들도 다들 하나씩은 고민거리가 있고 그런 것 같아. 너희들만 해도 고민이 하나 정도는 다 있잖아. 그치? 사람 사는 건 그런 거야. 그 당사자가 되어보지 않고서는 절대 그 사람 입장을 모르지.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말이야. 가족들끼리도."

어쩔 땐 너무 대놓고 아이들에게 적나라하게 얘기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나도 하고 싶은 말은 반드시 해야 했다.

게다가 이런 말은 학교에서 해 주지도 않고 친구들과도 할 얘기는 아닌 것 같았다.


타고난 팔자라는 게 정말 있을까.

이미 정해진 팔자라는 게 있을까.

그저 팔자 탓이려니 하고 사는 일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이다.

상팔자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무사히 무탈하게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면 그만 일 것이다.

무사하지 않더라도 크고 작은 어려움에 부딪치더라도 그러면 그런대로 또 살아내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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