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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Nov 11. 2023

동기가 불순해서 안돼

태도가 잘못됐어

2023. 11. 10  

< 사진 임자 = 글임자 >


"엄마, 깜짝 놀랄 소식이 있어. 이거 봐봐."

"우리 아들이 오늘은 또 무슨 소식을 갖고 오셨나?"

"영어 학원인데 지금이 이벤트 기간이라 오면 선물을 많이 준대."

"그래서?"

"어차피 우리 영어 공부는 해야 하고 마침 그 학원에서 이벤트 중이니까 지금 다니는 게 어때?"

"무슨 선물을 준대?"

"태블릿도 주고 노트북도 주고 드론이랑 게임기랑 준대. 그중에서 고를 수 있대. 근데 선물만 받고 안 다녀도 다시 달라고 안 한대. 진짜 좋지?

"설마 그럴 리가?"

"진짜로 그렇게 말했어."

"과연 그럴까?"

"엄만 왜 그렇게 의심이 많아?"

 

아들은 달떠서 내게 따끈따끈한 원가의 최신 소식을 전했다.

또 진지하게 엄마의 교육 신념에 대해 토킹 어바웃 할 시간이 돌아왔다.

딸도 옆에서 제 동생의 말에 귀가 솔깃해진 듯했다.


"잠깐만, 얘들아. 너희가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학원이 있는 이유가 뭐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학원은 공부를 하려고 가는 거지."

딸이 잽싸게 대답했다.

"그렇지. 학교 공부 말고 더 배우고 싶은 게 있거나 더 많이 배우고 싶거나 할 때 그럴 때 가는 곳이지. 그런데 너희는 단지 거기서 주는 선물에 현혹돼서 가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에이, 엄마. 원래 그런 거지. 어린이들은 공부하는 것보다 그런 거 받는 걸 더 좋아한다고. 그러니까 우리 그 학원 다녀보자."

가만 보니 옆에서 딸이 더 신났다.

내가 이대로 있을 수야 없지.

"아니! 너희는 동기가 불순해서 안돼.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한 엄마는 절대 학원에 안 보낼 거야. 학원은 공부를 하러 가는 곳이지, 선물 받으러 가는 곳이 아니야. 물론 학원 입장에서는 새로 오는 학생들한테 선물 차원에서 그런 걸 줄 수도 있어. 그렇지만 기본적으로는 공부하기 위한 목적이 우선되어야지. 공부도 하고 선물도 받고 그런 거 말이야. 하지만 너희는 공부 같은 건 전혀 안중에도 없고 선물 생각뿐이잖아. 그건 뭔가 좀 아닌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해?"

"엄마, 그러지 말고 우리 한 번 가 보자."

"엄마는 너희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한 절대 안 보낼 거야. 정말 공부하고 싶은 거라면 계획 잘 세워서 엄마한테 말해. 알겠지? 엄마가 보고 잘 생각해서 판단할게. 그리고 어린이가 공부는 무슨 공부야? 실컷 놀라니까."

"그 학원 가보고 싶은데..."

아들이 많이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이 철없는 것들을 어찌하면 좋을꼬?

그렇게 입 아프게 얘기해 왔는데 그깟 선물에 마음을 다 빼앗겨 버리다니!


"거기서 풍선으로 강아지도 만들어 주고 있었는데."

"근데 왜 안 받았어?"

"거기 줄이 너무 길었어. 그래서 그냥 왔어."

"우리 아들이 포기할 건 과감히 포기 잘하네. 그 풍선을 꼭 받아 와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차라리 네가 그걸 배워 봐. 어때?"

"그럼 그럴까 엄마? 그것도 재미있겠다."

"새로운 취미를 가져보는 거지. 우리 아들이라면 잘할 수 있을 거야. 워낙 손재주가 좋잖아. 엄마가 풍선을 실컷 사 줄게."

"알았어. 나 한 번 배워 볼래."

아들은 얼떨결에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거 봐봐. 애들이 여기 가고 싶대. 선물 많이 준다고."

오래간만에 10시 이전에 퇴근한 남편에게 아들이 가져온 학원 홍보지를 내밀었다.

"선물 받으려고 간대?"

"한 달만 다니고 안 다녀도 선물 다시 내놓으라고 안 한다고 했다고 가고 싶다잖아."

"아이고, 선물로 애들 현혹시켰구먼."

"어차피 학원은 안 보낼 거니까. 공부하러 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선물 받고 싶어서 간다는 게 말이 돼?"

"절대 안 되지."

남편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그 선물이 그렇게 탐나면 정말 필요한 것이라면 차라리 학원은 안 보낼지언정 그 선물을 사줘버리고 말지 목적과 전혀 부합하지도 않는 엉뚱한 잿밥 먹으러 학원을 다닐 수야 없는 노릇이니까 말이다.

매사에 말끝마다 부딪치기 일쑤인 우리 부부지만 이런 면에서는 정말 천생연분이다.

아니 이런 면에서만, 어쩌면.


10살과 12살, 아직은 실컷 놀아도 될 나이가 아닌가?

자고로 어린이는 놀아야 한다니까.

학교 다니고 집에 와서 매일 공부하는 것도 있으면서 무슨 공부가 또 그렇게 하고 싶을까?

물론 염불보다는 잿밥에 상당한 관심이, 아니 온통 잿밥에만 마음이 다 가 있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염불과 잿밥은 엄연히 분리되어야 옳다.

부당결부 금지의 원칙,

너희가 혹시 그 말을 들어 봤을지 모르겠다마는 그 잿밥을 그렇게 욕심낼 필요는 없잖아.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이 엄마가 얼마든지 그 잿밥 지어줄 의향이 있다.

하지만, 엄마가 보기엔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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