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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Jan 12. 2024

한번 해 보는 거지 뭐

바람넣고 부추기기

2024. 1. 11.

< 사진 임자 - 글임자 >


"이번 겨울방학 때는 영어 실력을 키워 보는 게 어때, 얘들아?"

  

당사자인 두 어린이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고, 어떤 직장인 혼자만 의욕에 넘쳤다.

방학=놀기,라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 두 어린이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고 나는 느꼈다.)

옆에서 또 내가 바람을 좀 넣어줄 때가 된 건가?


"방학이니까 시간도 많잖아. 이번엔 영어를 더 신경 써 보자. 어차피 영어는 배워 노두면 도움이 될 때가 많으니까. 엄마가 옆에서 도와주고 같이 하면 되니까 화상영어 한 번 시작해 볼까?"

직장인은 다 생각이 있었나 보다.

그냥 영어도 아니고, 전화 영어도 아니고, 자그마치 화상 영어라니!

이런 걸 고급 전문 용어로 '답정너'라고 한다지 아마?

혼자 진작에 다 계획해 놓고, 의뭉스럽기는.

"그래, 그거 재미있겠다. 엄마도 화상영어 해보고 싶다. 아는 거랑 직접 말로 해 보는 건 달라. 어렵게 생각할 거 없어. 처음엔 누구나 다 어렵고 힘들어. 하지만 한번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너희 생각은 어때?"

직장인이 운을 뗐으니 무직자도 시동을 걸어 슬슬 아이들을 부추길 의무가 있었다.

"아빠, 꼭 해야 돼?"

딸은 무조건 저런 말부터 하고 보는 스타일이다.

시작하면 제일 열심히 할 거면서.

이런 걸 고급 전문 용어로 '괜히 튕긴다'라고 한다지 아마?

"우리 합격이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엄마도 옆에서 같이 공부해야지. 너 모르는 건 알려줄 너무 걱정하지 마. 이거 진짜 좋은 경험이 될 거야. 또 알아? 나중엔 영어로 막 수다 떨게 되지?"

쇠뿔도 단 김에 빼고 화상영어도 말 나온 김에 결제하라고 했다, 그것도 당장!

딸이 한다면 아들도 빠질 수야 없지.

남매는 언제나 원 플러스 원이니까.

"우리 아들도 누나랑 한번 같이 해 보자. 우리 아들이라면 할 수 있어."

이제 아들에게 바람을 넣을 차례다.

"음, 그럴까?"

잘만 하면 금방 넘어오겠어.

"우리 아들은 뭐든지 도전하는 걸 좋아하잖아. 가만 보면 도전정신이 강하단 말이야. 뭐든 배우려고 하잖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치?"

이 정도면 안 넘어오고 못 배기겠지?

"그럼 한 번 해 볼까?"

"그래, 우리 아들이라면 잘할 수 있을 거야. 나중에 엄마한테도 알려 줘."

"그래 알았어. 해보지 뭐."

"역시, 우리 아들은 항상 의욕이 넘친다니까. 정말 재미있겠다."

그리하여 남매는 화상영어를 이번 겨울 방학에 시작해 보기로 했다.

시작은 (반강제로) 직장인에 의해서였으나, 끝은 자기주도 학습이 되리라.(라고 나만 또 혼자 김칫국을 들이켰다.)


"정말 좋은 세상이야. 알아보면 기회도 많고 교육환경 좋은데도 많고 말이야. 우리 어릴 땐 이런 것도 없었던 것 같은데 요즘 애들은 진짜 공부하기 좋은 환경이라니까."

그날도 마무리는 부부의 라떼 한 사발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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