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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Jan 18. 2024

자동차세 유죄!

하여튼 말만 했다 하면

2023. 12. 22.

< 사진 임자 = 글임자 >


"자동차세 연납 신청한 거 납부하라고 왔던데?"

"해지된 거 아니었어?"

"금액 보니까 두 대 가격인데?"

"이상하다 작년에 해지된 줄 알았는데. 한 번 알아봐야겠다."

"알아보긴 뭘 알아봐? 맞으니까 왔겠지. 그냥 내면 되지."


넌 왕년의 자동차세 담당자에게 모욕감을 줬어!


이 양반이 정말, 사사건건 간섭이네.

내가 알아본다고 했지 바쁜 댁한테 알아보라고 하기를 했나 당장 자동차세를 내놓으라고 득달같이 달려들어 성가시게를 했나? 내가 아는 것과 좀 다른 부분이 있어서 알아보겠다는 거잖아, 내가 착각한 것일 수도 있고 거기에서 착각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니까.

설사 이상이 없다 하더라도 한 번쯤 알아본다고 해서 세계 평화가 깨지거나 세계 경제가 휘청이거나 하는 그런 일 같은 건 절대 일어나지도 않을 텐데 왜 내가 무슨 말만 했다 하면 저렇게 걸고넘어지나 몰라.

내가 알기로는 연납 신청을 했다가 그 기간에 납부하지 않으면 연납 신청 했던 것이 해지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어쩌면 내가 착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한 번 알아보겠다는 것이다.)

작년에 버젓이 연납 신청했던 자동차세를 전에 자동이체 했던 것이 생각나 그냥 거기서 알아서 때가 되면 빠져나가겠거니 그것만 믿고 안일하게 있다가 한번 당하지 않았던가? 연납 신청한 자동차세는 자동이체와 상관없으니 반드시 고지서에 안내된 계좌로 납부를 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납부 기한 내에 내지 않으면 연납 신청한 것은 도로아미타불이 된다고 출근만 하면 그런 말을 안내하고 살던 시절이 있긴 했다.  이런 걸 고급 전문 용어로 '말짱 도루묵이다'라고 한다지 아마?

그때 생각이 나서 뭔가 좀 이상하다 싶었던 거다.

내가 근무할 때도 그렇게 안내했던 게 생각나기도 했고 이참에 제대로 알아봐야겠다고, 만에 하나 그동안 지침이라도 바뀌어서 다시 연납 신청자로 원상복귀라도 시켜준 것인지 그게 의아해서 한 번 알아보겠다고 했던 것뿐이라고 그렇게 알아듣게 얘기했건만.


"그 사람들이 바쁜데 그런 거 다 일일이 신경 써 주겠어? 만약에 연락이 잘못 나간 거라고 없었던 걸로 하자고 하면 그땐 어쩔 건데?"

갑자기 나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이 양반이 보자 보자 하니까 지금 나랑 한번 해 보겠다는 거야 뭐야?

왜 나한테 그래?

내가 본인한테 뭐 성가신 일 하나라도 하라고 시키길 했나 어쨌나?

그냥 내가 좀 미심쩍은 부분이 있으니 한번 자초지종을 알아보겠다는 거라고 몇 번을 말하는데 말끝마다 시비인지 모르겠다.

왜 나는 또 그 양반 앞에서 저런 말을 뱉었단 말인가.

그냥 듣고 다음날 조용히 전화해서 물어보면 될 것을...

"세상이 오죽 험해? 이거 혹시 사기 문자 아니야? 그 사기꾼들이 보통인 줄 알아?"

급기야 나는 아무 말 대잔치를 시작했다.

하지만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왕년에 사기 좀 당해 본 전과가 있는' 그 양반은 내 말에 급 조용해졌다.

"설마?"

살짝 동요된 게 내 눈에도 보였다.

"그럴 수도 있지."

기왕 이렇게 된 거 밀고 나가자, 그 문자는 사기 문자다.(라고 나도 못 믿을 소리를 하고야 말았다.)

"진짜 이런 정보까지 다 안단 말이야?"

"그러니까 사기꾼이지. 보통 아니야, 그 사람들. 교수도 당하고 법관도 당하고 그랬다는 뉴스도 못 봤어? 그런 세상이야. 충분히 있을 수도 있어."

"진짜 그럴 수도 있겠다."

그 양반은 잊지 말고 연납금을 납부하라고 알림 문자까지 보내준 성실한 직원을 순식간에 사기꾼으로 의심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원흉은 나다.

"옛날에 나 육아휴직 했을 때 갑자기 전화 왔더라니까. 느닷없이 공직자 재산조횐가 뭐 한다고 나한테 개인 정보 제공 동의서 보내줄 테니까 거기 인적사항 다 적어서 보내 달라고."

"그랬어?"

"그랬다니까. 그때도 내가 말하니까 건성으로 듣고. 내가 처음 들어본 이름이었고 갑자기 그런 걸 한다길래 내가 좀 많이 의심했지, 그때. 느닷없이 전화해 가지고 휴직해서 수입도 없는 직원한테 갑자기 그런 걸 왜 하냐고?"

"그래?"

"그래, 그랬다고. 결국 알아보니까 사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알아볼 건 알아봐야지, 안 그래? 조심해서 나쁠 거 뭐 있어?"

"그렇긴 하네."

"1월에 신청하면 제일 할인율이 많고 뒤로 갈수록 점점 적어졌는데."

"어? 진짜네. 어떻게 알았어?"

"옛날에 근무할 때 그랬다니까."


의심도 많고 수긍도 빠른 양반,

속으로는 사기일 리가 없다고 거의 반 이상 믿고 있으면서도 혹시 몰라 나는 이번 일을 상서롭게 넘길 수가 없었다.

대체 언제부터 저렇게 변한 거람?

처음엔 10%였던 것이 올해는 4%까지 떨어졌다나 어쨌다나?

몇 년 사이, 5년 정도 지났으려나?

강산이 변하기도 전에 먼저 자동차세 연납 할인율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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