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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Jan 19. 2024

남의 남편 착시효과

그렇게라도 믿고 싶은 두 친구

2024. 1. 17.

<사진 임자 = 글임자 >


"이번에 남편이 우리 애들 책을 샀는데 싸게 잘 샀더라. 쇼핑을 잘해서 그런지 그런 걸 잘 알아보더라."

"좋겠다. 우리 남편은 그런 거 전혀 안 하는데. 내가 다 알아봐서 직접 사."

"응. 뭐 사는 거 하나는 진짜 잘 알아보더라. 체질인가 봐. 용케 싸고 좋은 책으로 잘 샀어."

"그것도 능력이야. 우리 남편은 뭐 하나를 사라고 하면 그냥 처음에 보이는 거 그걸로 사버려."

"그래도 서 너 군데 둘러보고 비교해 보고 사야 하는 거 아니야?"

"내 말이. 근데 절대 그런 게 없다니까."

"우리 집은 그런 걸 정말 잘해. 그건 나도 인정해. 뭐 필요하다고 말만 했다 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찾아내버린다니까. 그리고 바로 결제하고. 옛날에 내 차 사고 났을 때 폐차해야 하니까 사고 난 다음날 바로 새로 차 사 온 얘기 했지?"

"추진력 하나는 끝내준다. 그런 면은 정말 대단해."

"응, 그런 것 같기도 해."

"얼마나 편하고 좋아? 남편이 그렇게 다 알아보고 사고 그러니까."

"사실 그렇긴 하지."

"우리 남편은 왜 그런가 몰라. 보통 사람들은 좀 검색도 해 보고 이왕이면 비교도 최대한 많이 해보고 사고 그러는데, 다들 그러지 않나?"

"아마 그럴걸?"

"아무튼 너희 남편은 능력자야. 우리 남편처럼 그런 거 귀찮아하면 그것도 별로야."

"그런가?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게 사람이 다 하나 정도는 잘하는 게 있다니까."

"그래, 듣고 보니 또 그런 것도 같다."

"내가 전에 뭐 필요한 게 있어서 한 번 알아보라니까 우리 남편은 진짜 고민도 안 하고 바로 처음 검색되는 걸로 사버리더라니까. 내가 깜짝 놀랐잖아."

"그럴 수도 있나?"

"응. 있더라, 살아 보니까. 아무튼 너희 남편은 능력자야."

"그런가?"

"그렇게 여기저기 검색해 보고 비교해 보는 거 은근히 귀찮잖아. 그게 귀찮아서 대충 해버리는 남자들도 많아."

"그렇기도 하겠다."

"아무튼 넌 좋겠다. 그렇게 남편이 먼저 나서서 다 해 주니까."

"말은 똑바로 하자. 무조건, 다는 아니야, 엄밀히 말하면."

"아니야. 그 정도면 엄청 양호한 거야. 우리 남편 봐 봐. 뭘 시키면 귀찮아하고 건성으로 일을 한다니까."

"설마 다음에 또 시킬까 봐 귀찮아서 미리 차단하려고 그러는 걸까?"

"아마 그런 것일 수도 있지."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정말 너희 남편 같은 남편도 없어."

"정말 그렇게 생각해?"

"딴 건 모르겠고 그런 점은 좋지, 네가 일일이 다 신경 안 써도 되고."

"아니, 넌 딴 걸 알아야 해."

"무슨 소리야?"

"너도 알다시피 남편이 쇼핑을 좋아하잖아."

"대충은 알지."

"그냥 뭘 알아보고 사고하는 게 좋은가 봐. 얼마나 적극적인지 몰라."

"그래도 너보고 다 알아보라고 하고 성가시게는 안 하잖아."

"겪어보니가 천성이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 같아. 호모 쇼피엔스."

"하긴, 네 말 들어 보면 어쩔 땐 좀 과한 것 같긴 하더라."

"출장 때 비상식량으로 쓴다고 구운 계란을 한꺼번에 90개나 샀어. 곧 여름이 되어 가는 시점에. 어떻게 생각해?"

"장사 나가려고?"

"응, 아마도?"

"한꺼번에 뭐 하러 그렇게 많이 샀대?"

"세일한다고."

"비상용이라고 우산을 6개나 샀더라. 집에 이미 거의 10개가 있는데 말이야."

"정말?"

"응, 마침 세일 기간이었대."

"본인이 간식으로 먹는다고 건빵 50 봉지인가 산 적도 있어. 우리 아빠도 갖다 드리라면서."

"그런 걸 뭐 하러 그렇게 많이 사."

"특가 기간이었대."

"직구로 사면 싸다고 전지가위랑 손톱깎이랑 손전등이랑 초미니 우산도 샀어. 전지가위는 쓸 일도 없고 나머지는 다 이미 집에 서 너 개씩 있는데 말이야."

"굳이 있는 걸 왜 또 사? 그리고 집에서 전지가위 쓸 일이 뭐가 있다고?"

"우리 아빠 갖다 드리래. 혹시 필요할지 모르니까. 그렇게 효심이 지극한 사위야."

"그래도 뭘 그렇게 자꾸 사?"

"그때가 해외 직구 땡처리 기간이었거든."

"그래도 그렇지, 좀 지나치다."

"최근엔 염색 샴푸를 한꺼번에 8개씩이나 샀어."

"뭐 하러?"

"해가 바뀌면 물가가 오를 거고 마침 그게 그 해 마지막 세일할 때였거든."

"한 개만 사서 써 보고 결정해도 될 건데."

"내 말이."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좀 아닌 것 같은 게 아니라 많이 아니야."

"그렇네, 진짜."

"사실 몇 년 전에 탈모 샴푸도 많이 사서 안 쓰고 지금도 남아 있는 게 있어. 그때도 8개인가 10개 샀어."

"스케일이 크네."

"그렇게 사야 싸대."

"사서 안 쓰면 결국 버리는데 싼 게 아니지."

"내 말이. 쓰레기를 돈 주고 산 셈인 거지."

"좀 그렇다."

"그다음엔 대용량 샴푸를 두 개나 샀어. 난 숙박업소 차리려고 그러는 줄 알았어. 소분해서 방마다 넣어주려고 그러나 보다 했지."

"가정집에서 보통은 그렇게 안 사잖아."

"대용량이 싸다고. 그거 스려면 매일 하루에 네 식구가 100번씩 머리를 감아야 할 것 같아."

"아이고 어쩌냐?"

"약은 없는 것 같아."

"사람이 다 장, 단점이 있구나."

"그러게."

"너무 쇼핑 좋아하는 것도 별론데."

"어때? 물건 비교 검색은 잘 하지만 쇼핑에 사족을 못쓰는 남편이 더 나아? 아니면 비록 비교 검색에는 소질 없지만 지나친 쇼핑을 안 하는 남편이 더 나아?"

"둘 다 딱히..."

"그렇지?"


"세상에는 필요할 때만 비교 검색을 잘해서 물건도 싸게 잘 사면서도 너무 쇼핑에 빠지지 않은 그런 꿈의 남편은 정말 없는 걸까?"

"있어도 없어. 그런 남편은 이미 다른 여자들하고 진작에 결혼했어."

"그렇겠지? 먼 나라 이웃나라 남편들이겠지?"

"응, 그래도 너희 남편이 쇼핑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나마 비교 검색이라도 잘해서 좋은 물건은 잘 사니까 뭐."

"그래, 너희 남편이 귀찮아서 이리저리 알아보고 물건 사는 일에는 소질 없지만 그래도 지나치게 쇼핑을 즐기는 건 아니니까 뭐."

"그래도 비교 검색도 안 하고 맨 처음에 보이는 걸로 바로 사버리면서 쇼핑에도 사족을 못쓰는 남편보다야 우리 남편들이 낫겠지? 그나마?"

"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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