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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Jan 25. 2024

외벌이에게 1월은 잔,인,한, 달

차가 애물단지

2024. 1. 24.

< 사진 임자 = 글임자 >


"1월에는 돈 나갈 데가 너무  많네."

나도 안다.

하지만 잠자코 있어야만 하리.

괜히 어설프게 한 술 더 뜨다가는 본전도 못 찾을 거다.

우리 집 가장이 연초부터 제법 되는 지출에 시름겨워할 때면 보태주지는 못할 망정 초는 치지 말아야 한다.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정리 정돈해서는 아니 되리.


그날따라 왜 그렇게 일찍 기상하셨는지 일요일인데도 8시밖에 안 된 것 같은데 거실로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왔다.

그리고 소파 자리를 다 차지하고 누워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한마디 하는 것이었다.

"자동차세 한꺼번에 나가고 자동차 보험료도 나가고 이것만 해도 얼마야?"

걸핏하면 차 가지고 한소리씩 하는데 이쯤에서 내가 한마디 해 말아?

거짓말 조금 보태서 요즘 거의 매일 하다시피 하는 소리가 바로 저 소리다.

자동차세, 자동차 보험료 이런 차 관련된 이야기 말이다.

"차가 있으니까 자동차세가 나오는 거지. 차가 없으면 세금이 나오겠어?"

내가 하고도 이게 무슨 하나마나한 소린가 싶었다.

"그러네, 당신 말이 맞네. 차가 있으니까 자동차세가 나오는 거지. 그래."

"자동차 보험료도 보험을 들었으니까 나오는 거지."

"맞네. 그것도 그러네."

웬일로 내 말에 바로 수긍을 바로 하시다니.

하긴, 내가 생각해도 맞는 소리만 했지 않은가.

내친김에 한 마디만 더 하자.

"내기 싫으면 차를 없애면 되지."

짝 아무 말 대잔치가 아닌가 싶었지만 이미 쏘아버린 화살이었다.


"차가 그냥 굴러가는 거 아니야."

라고 또 나에게 말하고 싶은 걸까?

내가 언제 그냥 굴러간다고 'ㄱ'이라도 발음 한 적 있었던가 언제라도 단 한번?

차는 기름을 넣어야 굴러가는 거니까 기름을 넣는 것이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자동차 보험을 드는 것인데 차를 산 사람도 본인이고 자동차 보험을 든 사람도 본인이데 왜 자꾸 내 앞에서 그 타령을 멈추지 않는 것일까.


근무지가 걸어가도 될 만큼(물론 내 생각에서만이다.) 가까운 거리라고 나는 생각하지만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 내가 직장생활을 했을 때 그의 근무지 근처로 집에서부터 걸어간 적이 있다. 교육차 어떤 기관을 방문했을 때 집에서 고작 15분 정도였다. 산책 삼아 걷기 딱 좋은 시간이다, 그 정도면. 내가 교육을 받은 장소와 그의 현재 근무지는 바로 옆이다.

그 말인즉, 그 사람도 집에서 걸어서 출퇴근을 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겠다 싶은데 그 사람은 별로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항상 그만의 이유는 있었고 어디까지나 본인의 선택사항일 뿐이니까 내가 나설 입장은 아니지만 말이다.

거의 이동시에는 항상 운전을 하다시피 하므로(걸어서 5분 정도 걸리는 가까운 집 앞 당구장도 굳이 운전을 해서 갔던 사람이다, 마땅히 주차할 공간도 없는 곳을 하필 왜 운전까지 해서 가는지 이해 불가지만 그건 그 사람이 알아서 할 일이니 내가 뭐라고 할 것도 아니긴 하다) 내가 보기엔 그 정도 15분은 애교로 걸을 만할 것 같은데 그에게 그 정도의 시간은 길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운동해야겠다, 좀 걸어야겠다 말로만 하지 말고 출, 퇴근하는 시간만이라도 걸으면 괜찮을 것 같아 몇 번 권해보았으나 항상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이유는 있었던 것이다.


단지 1분을 운전하더라도 차를 움직이면 기름은 소비된다.

너무 당연한 이치 아닌가.

물론 걸어서 15분 거리이니 운전을 해서 가면 고작 몇 분일뿐이라고 해명을 하지만 자꾸 차를 굴리니까 돈이 든다는 말을 시도 때도 없이 해서 내가 하는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차란 것은 요망한 물건이어서 뭔가를 집어넣어 주지 않으면 절대 그냥은 굴러가지 않을 터인데.

기름이든, 수소든, 전기든 그 어떤 것이라도 먹어야 차도 일을 할 것이 아닌가.

공기만으로도 주행이 되는 그런 자동차라도 나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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