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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Feb 12. 2024

아들의 치사랑

2024. 2. 8.

< 사진 임자 = 글임자 >


"엄마, 내일이 드디어 내 생일이네."

"어? 정말 그렇네."

하교한 아들이 내 등뒤로 조용히 다가오더니 한 말이었다.

정말 나는 요즘 아무 정신이 없어서 아들 생일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생일이고 뭐고 마음에 여유가 조금이라도 있어야 기억나는 일이었다, 내게는.

거의 2주가량 몸져누워 생활하다 보니 내 정신도 내 정신이 아니었다.

솔직히 아들 생일도 내 안중에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아들아, 미안하다.)

갑자기, 혼란스러워지고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일이 최근에 있었다.

아들의 생일도 전혀 생각 안 날만큼 말이다.


"내 생일인데 엄마는 뭘 해 주시려나?"

아들이 짐짓 들뜬 표정으로 내 옆으로 다가와서 나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아, 엄마가 우리 아들한테 뭐 해줘야 하는 거였어?"

"내 생일인데 뭘 살까, 엄마?"

단단히 한몫 잡아 보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아들이 자꾸 내 옆에서 서성댔다.

"엄마한테 사랑을 사 달라고 할까?"

어쩜, 이렇게 애교 만점인 아들이라니!

"그럴까 아들? 엄마가 어디 가서 사랑을 사서 우리 아들한테 줄까?"

"아니야, 엄마. 사랑은 돈으로는 못 사."

"그래도 돈 많이 주면 살 수 있지 않을까?"

"아니라니까. 그건 돈 주고도 못 사는 거야. 그리고 엄마는 평소에 우리한테 사랑을 많이 줬기 때문에 안 사줘도 돼."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럼. 엄마가 나한테 선물 안 해줘도 돼."

그럴 줄 알고 아무것도 준비 안 했단다, 아들아...


"어머니, 여기에 과연 뭐가 들어 있을까요?"

개학 전날 필통을 챙기다 말고 아들이 갑자기 내게 물은 적이 있다.

네모난 쪽지 접힌 것을 내게 들어 보이며 스무고개라도 하자는 표정으로 말이다.

"글쎄, 그게 뭐야?"

"과연 뭐 같아?"

"엄만 모르겠어."

"자 한번 봐 볼까? 여기에 뭐라고 쓰여 있네. 짜잔, '엄마 사랑해요'라고 쓰여 있네."

어쩜 내 아들이지만 이렇게 사랑스러울까?

전국 애교 어린이 선발대회가 있다면 떼어 놓은 당상이라고, 우리 아들이 아니면 그 뉘라서 그 1등 자리를 차지하겠느냐고 나는 전국 팔불출 대회라도 나갈 수 있을 지경이었다.

아들이지만 얼마나 애교가 철철 넘치는지 모른다.

마치 뭐라도 아는 사람처럼 최근의 충격적인 일에 엄마를 위로하기 위해 더 애쓰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눈물겨웠다.

아들의 애교로 지금 이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자식을 보고 있는 그 순간만큼은 다 잊을 수 있다.

어쩌면 절망스러울지도 모르는 지금이, 너무 시련을 주지 않으려는 신의 선심이나 된 듯이...


설거지를 하는데 누군가 등뒤로 다가왔다.

아들이 나를 꼭 안아 주었다.

"엄마, 사랑해요."

예고도 없이 갑자기 사랑고백하는 아들이라니.

"엄마! 잠깐만!"

갑자기 나를 급히 불러서 돌아보면 제 누나와 함께 하트를 만들어 흔들고 있다.

"엄마, 나는 세상에서 엄마를 제일 사랑해. 엄마, 항상 고마워요."

이렇게나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이 흘러넘치는데, 할 수만 있다면 나는 죄다 쓸어 담아 모아두고 싶다.

"엄마, 난 전생에 복을 많이 지었나 봐. 러니까 이렇게 좋은 엄마를 만났지."

이런 말을 듣고 있으면 나는 너무 행복에 겨워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아마도,

나는 전생에 전 인류를 구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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