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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Feb 13. 2024

땡! 헛다리 짚었어

뉘 집 맏며느리인지 참 착실해

2024. 2. 11.

< 사진 임자 = 글임자 >


"새언니한테 전화 왔더라."

"왜?"

"생일 축하한다고."

"누구?"

"누군 누구야, 내 생일이지."

"당신 생일 아니잖아?"

"아니긴 뭐가 아니야? 생일 아니어도 생일이야!"


하루는 첫째 새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평소에도 내게 전화를 자주 한다.

내가 먼저 전화하기보다 새언니가 먼저 전화를 많이 하는 편이다.

나는 무뚝뚝한 시누이지만 새언니는 애교도 많고 붙임성도 좋은 '따(뜻한)도(시) 녀'이다.

그러면 안 되지만, 남자 형제만 셋인 내게 새언니는 남이라기보다 가까운 남의 집 언니처럼 살갑게 대해줘서 나는 가끔 착각을 하곤 한다, 새언니를 내 언니라고 말이다.

솔직히 큰오빠보다는 새언니가 더 좋은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새언니를 내가 친언니처럼 생각한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우리 친정 가족에게 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아가씨, 오늘 무슨 날인 줄 알아?"

"날은 무슨 날?"

"정말 모르는 거야?"

"아이고, 손여사, 또 무슨 일로 전화했을꼬?"

"아가씨 생일이잖아."

"내 생일이라고?"

"맞잖아? 오늘이 며칠이야?"

"아, 내 생일 오늘 아닌데."

"이상하다. 내가 달력에 체크해 놨는데. 내가 항상 아가씨 생일에 전화했잖아 최근 몇 년 동안."

"헛다리 짚었어. 내 생일 음력으로 쇠는 거 몰라? 손여사, 안 되겠구먼. 나랑 상담 좀 해야겠어."

"어머, 그랬어? 내가 착각했네, 호호호."

비록 시누이가 음력 생일을 쇤다는 점을 깜빡하긴 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내 생일이 다가오면 새언니는 꼭 내게 전화를 한다. 당연히 축하도 한다.

"손여사, 지금 내 생일 착각해서 전화한 거요? 내가 음력이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말이야. 어허!"

"아이고 난 그걸 생각 못했네, 아가씨. 호호호."

"그래도 고맙소, 역시 언니 밖에 없어. 아직도 집 안 나가고 우리 오빠랑 살아주고 고마워."

"나도 아가씨한테 고맙지."

새언니는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저렇게 예쁘게 하는 사람이다.

"너는 시누이짓 하지 말아라."

큰오빠가 새언니를 소개한다고 했을 때부터 나를 저렇게 단속했던 엄마 말씀이 아니었더라도 나는 그런 몹쓸 짓 같은 건 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시누이고 새언니고 서로 대우를 해 줘야지 어떤 '짓'을 해서는 아니 된다. 그저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하면 그만이다.


새언니에게 전화를 받았다고 남편에게 얘기했더니 한다는 소리가 가관이었다.

"당신 생일 아니잖아. 음력으로 쇠잖아. 아주버님은 알지도 못하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전화 했구만?"

"뭐라고? 모르긴 누가 뭘 몰라? 내 생일이라고 달력에 표시까지 해 두고 전화해서 축하해 준 사람한테 그게 무슨 말이야?"

"할 거면 정확히 알고 해야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전화하네."

"시끄러워! 부인 생일이 언제인지도 모르는 남편보다는 백 배 천 배 나아. 어디서 나서고 있어? 우리 새언니 같은 사람 요즘 없어. 우리 애들 생일도 기억하고 있는데."

"생일도 아닌데 전화하니까 그렇지."

"생일인지 아닌지는 하나도 안 중요해. 그 마음이 중요한 거지. 제발 가만히 보고나 있어! 어차피 음력으로 쇠니까 곧 내 생일 되는데 미리 축하받은 셈 치면 되는 거지."

정말 중요한 건 마음이지 착각한 날짜 그런 게 뭐가 그리 중요한가.

뭐 하러 입 아프게 내가 남편에게 그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나보다는 고작 한 살 더 많은 큰 새언니, (우리 집에서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는데도) 맏며느리 역할 한다고 항상 우리 친정일에 신경 쓰고 마음 써주는 언니가 나는 진심으로 고맙다.

오빠가 그래도 아내 복은 있어서 저런 새언니를 만난 것이려니, 우리 부모님이 며느리 복은 있어서, 나도 새언니 복은 있어서, 우리 애들도 외숙모 복은 있어서 저렇게 귀한 좋은 사람이 우리 집에 왔구나.

"아가씨, 난 아직도 오빠를 사랑해."

라고 낯간지러운 말도 내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새언니,

"아니, 이 아줌마가 큰일 날 소리 하네!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잡혀갈 수도 있어. 자꾸 그러면  내가 신고할 거야!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 그러면 못써! "

고마운 마음에 나는 자꾸 새언니에게 하나마나한 소리만 한다.

손여사, 내가 손여사한테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알지?

제발 집만 나가지 말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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