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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Feb 09. 2024

며느리 놔두고 시어머니가 상을 차리는 법이 어디있어?!

이번엔 첫째 시누이다

2023. 12. 22

< 사진 임자 = 글임자 >


"엄마! 며느리가 있는데 왜 엄마가 상을 차리고 있어? 합격이 엄마가 해야지. 엄마는 가만히 있어. 자기 생일에 직접 상 차리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어!"

큰 시누이가 저렇게 말했을 때 나는

"아니, 형님! 어머님 딸들이 둘이나 있는데 왜 며느리가 상을 차려요? 딸들이 차려야죠! 처가에는 코빼기도 안 비치는 형님 동생 같은 사람도 있는데 여기까지 온 것도 고마운 줄 아세요! 명절에도, 우리 부모님 생신에도 가기 싫어가지고 거짓말하고 어떻게든 빠지려고 하는데, 어쩌다 한 번 갔다 오면 사람구실 하고 살기 힘들다고 불만인 사람도 있는데 형님은 욕심이 지나치시네요."

라고 말을 했어야 했다.

너무 느닷없는 상황이라 나는 할 말을 잃었을 뿐이다.

너무 어이가 없는 상황이 생기면 할 말을 잃게 된다더니, 그런 경험을 다 해봤다.


어머님 생신을 앞두고 시가 사람들이 모두 모였을 때다.

평소에 자주 오지도 않던 큰 시누이가 그날따라 일찍부터 시가에 도착했다.

평소처럼 어머님과 내가 상을 차리고 있었다.

어머님이 반찬을 상에 놓으려고 움직이자 큰 시누이가 벌컥 화를 냈다.

자신의 어머니에게였는지 나에게였는지, 그도 아니면 두 사람 모두에게였는지.

"엄마 생신인데, 생신날 상 차리는 사람이 어디 있어? 합격이 엄마 있잖아."

그러는 본인은 없나?

생신날 상 차리는 사람 우리 집에도 있는데, 우리 엄마도 당연히 같이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아니, 차라리 며느리들은 빠지게 하고 그냥 엄마 혼자 하는 게 편하다고 하시는데) 며느리, 딸들하고 같이 상 차리는데? 그건 우리 친정 상식인데?

시어머니라고 무조건 근본도 없는 권위 내세우며 며느리 부려 먹으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며느리는 남의 자식이니까 더 어려워하며 최대한 많은 걸 우리 엄마가 다 하시려고 하는데? 자식들이 오는 게 좋고 반가워서 그냥 밥 한 번 해 먹이고 싶어서 자식들에게 차려주는 것뿐인데? 나도 엄마의 며느리들은 최대한 하지 말라고 하고 내가 더 나서서 일하는데?

시누이들이 완전 내 상식 밖의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그제야 새삼 또 깨달았다.

다른 면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며느리는 시가에서 일하기 위해 오는 사람'으로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누가 차리면 어쩌냐, 같이 차리면 되지."

"그런 게 어딨어, 엄마! 엄마 생신인데 며느리 놔두고 시어머니가 상 차리는 집이 세상에 어디 있어? 이게 말이 돼? 세상에 어느 시어머니가 생신날 상 차리고 있어? 그런 법이 어딨어? 합격이 엄마가 뭐가 돼?"

참, 들을수록 어이없는 말이었다.

내가 뭐가 되냐니?

지금 이 상황에 그게 맞는 소린가?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난 아무것도 되지 않을 예정인데?

해년마다는 아니었어도 시부모님 생신이면 집에서 전, 나물, 미역국 이런 것들을 준비해서 시가에 가져갔고, 여의치 않을 때는 시가에 가서 내가 먼저 나서서 생신상을 차리곤 했는데?

저렇게 말하는 큰 시누이는 부모님 생신이라고 물 한 그릇 떠오는 것도 못 봤는데?


"그렇게 불만이면 형님이 직접 차리세요. 남도 아니고 형님 엄마잖아요. 딸들이 둘이나 있는데 하나밖에 없는 며느리가 생신상 차리는 법이 세상에 어디 있어요? 그게 말이나 돼요? 여기서 제가 지금 상 차리면 형님이 뭐가 되겠어요? 자식 놔두고 며느리가 나서는 거 아니잖아요?! "

라고 말을 했어야 했다고 두고두고 분했다.

기만 보면 두 시누이는(나는 그들에게 억하심정은 없다, 다만 그들과는 다른 내 생각을 말하고 싶은 거다. 그들의 사고방식이 좀 답답하다.) 나를 그 집 일꾼으로 알고 있는 거 아닌가?

무슨 건수만 생기면

"큰아들이니까, 맏며느리니까 당연히 해야지."

이런 말을 달고 산다.

내가 여러 번 말하고 싶었지만,

"동생하고 같이 사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줄 아세요!"

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그들은 알기나 할까?

솔직히 제 동생의 실체를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면서 나한테 바라기만 하는 건 너무 뻔뻔한 거 아닌가?

본인들이 같이 살지 않기만 하면 다인가?

정작 같이 살면 그 실체는 더 어마어마한데?

엄마가 결혼 전에 시누이가 두 명 있다고 했을 때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있다고? 아이고."

한숨 쉬던 때가 생각났다.

엄마는 겪어 보지 않고도 미래를 내다봤는지도 모른다.

"요새도 시누이짓 하는 사람도 많단다. 하나도 징한디 둘이나 있다고? 아이고."

라고 했을 때 나는 콧방귀도 안 뀌었었는데.


그날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남편에게 이 사건에 대해 말했다.

"누나가 옛날 사람이라 그래. 나이가 많잖아."

"누나 나이가 많으면 얼마나 많다고 그래? 나보다 100살 더 많아 1,000살이 더 많아? 그래봤자 10살 차이도 안나잖아, 나랑."

"어쩌겠어, 옛날 사람인데."

"이게 옛날 사람인거랑 무슨 상관이야? 옛날 사람 타령 좀 그만해. 사고방식의 문제지, 옛날사람 요즘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고!"

"당신이 이해해. 누나 시대에는 다 그렇게 살아서 그렇지."

"다 그렇게 살지 않았어. 일반화시키지 마. 내 주변에서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 큰 누나 밖에 없어. 내 상식에서는 이해도 안 되는 소리고, 누나 시대라고 다 그렇게 살지도 않았어. 우리 엄마만 보더라도 지금 내일모레 칠순이어도 그렇게 안 살아. 우리 고모는 지금도 집에 오시면 엄마 도와주려고 거드셔."


시어머니 생신상은 무조건 며느리가 차려야 한다는 법은 어디에 나와있는 것일까?

분명 말도 안 되는 소리라 법에도 안 나와 있을 거다.

혹시 장모님 생신은 사위가 차려야 하는 건가, 그럼?

그런 생각을 가지고 딸들을 키웠을 텐데 그 딸들은 괜찮을까?

(큰 시누이는 딸만 둘 있다.)


또 이 사건을 여성 지인들에게 들고 갔다.

"본인은 딸이면서 왜 자기 엄만 생신인데 남보고 차리라고 해?"

"그러는 큰 누나는 뭘 얼마나 준비해 왔어?"

"세상에, 그런 사람이 진짜로 있어?"

"어쩜  같은 여자면서 그렇게밖에 말 못 할까?"

"누가 차리면 뭐 어때서 며느리한테만 그러는 거야?"

역시나 좋은 반응은 아니었다.

또 남편에게 여론을 전달했다.

"사람들이 그러더라. 한번 출근해서 여직원들한테 물어봐,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는 정말 다른 사람들 생각이 궁금해. 내 상식에서는 이해가 안 돼서 말이야."

"그런 걸 뭐 하러 물어봐?"

"못 물어볼 거 아니잖아? 진짜 너무 너무 궁금해서 그래. 나는 지금 큰누나의 사고방식하고 말하는 방식에 대해서 말하는 거야."

물론 남편은 며칠 동안 그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 안 했다.


"내가 큰 누나라면 절대 그렇게 말 안 해. 평소에 친정 일에 관심도 없고 협조도 안 하면서 어디서 갑자기 시누이노릇 하려고 그래? 본인은 친딸이면서 자식이 돼서 엄마 생신에 빈손으로 와서 달랑 어머님이 다 해 놓은 음식만 먹고 바리바리 싸가기나 하면서 누구보고 상을 차리래? 큰 누나가 언제 설거지 한 번이라도 해 봤어? 그런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이 세상에 있다는 게 신기하다. 어떻게 남의 딸한테 이래라저래라 그래? 정작 본인도 아무것도 안 하면서? 본인이 먼저 모범을 보이든지. 나 같으면 창피해서라도 아무 말 못 하겠다. 내가 할 도리를 하고 남한테도 바라야지 이게 뭐야? 내가 내 부모한테 잘하면서 그렇게라도 말하면 몰라. 내가 그동안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어이없던 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 알아? 손위 사람이라고 걸핏하면 어른 대접만 받으려고 하고. 대접받을 행동을 하면 하라고 안 시켜도 알아서 다 대접해 줄 거야. 본인 행동을 먼저 돌아봐야지 무조건 남한테 강요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남편은 아무 말이 없었다.

무조건 누나를 이해하라고만 했다.

누가 그 누나에 그 동생 아니랄까 봐 답답한 소리만 한다.

이해 자체가 안되니까 내가 그러는 거 아닌가.

"올케, 어머니 생신이니까 오늘은 우리가 같이 상 차릴까?"

말이라도 이렇게 했더라면

"아휴, 형님, 당연히 같이 해야죠."

라고 말했을 것이다.

말이란 게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평소 남편에게 입 아프게 말했는데 큰 형님에게도 이렇게 말해봤어야 했나?

물론 그럴 필요성도 못 느끼지만 말이다.


겪을수록, 갈수록 이해 안 되는 시누이들이다.

굳이 이해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겠지만 최소한 내 생각은 남에게 강요는 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내가 맞을 수도 있지만, 내가 틀릴 수도 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남은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말하는 방식이다.

서로 원수 지고 살 일도 아니고 그럴 일도 없지만 말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나를 먼저 돌아보는 일이, 가장 필요하고도 중요하고 어려운 일 같다.

다만 나는 또 다짐하게 됐다.

나는 저렇게 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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