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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Feb 08. 2024

가방을 선물 받고 명절 다음날 시어머니가 병나셨다

가방이 원흉이 될 줄이야

2024. 2. 7.

< 사진 임자 = 글임자 >


"엄마 혼자 다 하다가 쓰러졌잖아. 지금 병원에 입원하셨어. 너흰 와보지도 않아?"


또 느닷없이 시누이가 통보했다.

마치 우리가 어머님을 쓰러뜨리기라도 한 것처럼 밑도 끝도 없이 말이다.

우리가 어머님이 쓰러지셨는지 일어나셨는지 말 안 해주면 무슨 수로 안단 말인가?

그러니까 가방이 문제였다.


"아들, 며늘아. 이번 내 생일에는 가방을 하나 사줄래? 가방이 오래돼서 하나 사야 되겠다."

언젠가 시가에 갔을 때의 일이다.

"엄마, 생신 때 뭐 필요한 거 있으시면 사 드릴게요. 이왕이면 엄마가 필요한 걸로 사면 좋잖아요.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라는 남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어머님이 그렇게 대답하신 거다.

너무 망설임 없는 대답이었기 때문에 나는 깜짝 놀랐다.

평소 뭘 갖고 싶다고 대놓고 말씀하시는 분도 아니었거니와 사드린다고 해도 손사래치실 분인데 말이다.

그러면서 어머님은 아들 내외에게 확인이라도 하게 하시려는 듯 예의 그 낡은 가방을 가지고 오셨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낡긴 낡았다.

마침 잘됐다 싶었다.

해년마다 선물을 뭘로 해야 하나 고민됐는데 저렇게 어머님이 딱 꼬집어 알려주시니 세상 편하다.(고 눈물 나게 고맙기까지 했다, 그때는.)

"아, 잘 됐네요, 어머님. 그럼 이번에 저희가 사드릴게요."

그 자리에서 우리는 어머님께 생신 선물을 약속했다.

품목도 구체적으로 어머님이 원하시는 가방으로.

그때까지는 순조로웠다.


다시 시가에 가서 어머님을 모시고 아웃렛 매장에 갔다.

어머님의 목표물은 가방이었으므로 일단 가방 매장을 하나씩 둘러보기 시작했는데 들어가는 매장마다 어머님이 바로 패스를 하시는 거였다.

"어머님, 천천히 둘러보세요."

이렇게 내가 말해도 어머님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입장과 동시에 퇴장하는 분위기였다.

다 어머님 마음에 안 드시나?

그래도 그렇지 좀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살펴보면 좋을 텐데 왜 거들떠도 안 보시는 거지?

"왜 어머님 마음에 안 드세요?"

"으응. 다른 데 가 보자."

이상하게 그날따라 어머님은 거의 모든 가방 매장을 무심히 지나치셨다.

이러다 가방을 살 수 있기나 할까 싶었다.

그때였다.

한 가방 매장에 다다랐을 때였다.

어머님이 바로 어느 한 곳을 향해 직진하셨다.

그리고 곧바로 가방 하나를 집으셨다.

거의 동시에 말씀하셨다.

"며늘아, 나 이거 사 주라."

남편과 나는 어리둥절해졌다.

정말 그 가방을 본 지 1초 만에 어머님이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엄마, 다른 것도 더 둘러보시죠?"

"아니다, 나는 이 가방이 좋다."

어머님은 확고하셨다.

별 일도 다 있다. 어머님 성격에 저렇게 빨리 결정해 버리시다니.

하지만 그런 어머님의 태도보다 더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한 건 따로 있었다.

계산을 하려고 가격표를 봤을 때였다.

평소 우리가 취급하던 그런 액수의 가격대가 아니었다.

물론 그 가방은 대폭 할인 중이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만찮은 가격이었다.

나라면 절대 사지 않을 그런 액수 말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비싼 가방은(비싸다는 말을 하기도 민망하지만) 5만 원도 안 한다.

원래가 그런 것에 관심도 없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그런 일에 둔감하고, 결혼할 때도 가장 비싸고 유일한 예물로 20만 원짜리 반지를 받은 게 다였으므로 어머님이 고른 그 가방의 가격은 차라리 충격 그 자체였다.

그건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0'을 하나 잘못 본 줄 알았다.

대폭할인을 해서 그 가방은 거의 50만 원이었다.

원래 가격은 거의 100만 원을 다 했고 말이다.

남편과 나는 잠시 멍해졌다.

어머님이 이런 가방을 사시겠다고?

한두 푼짜리도 아닌데?

나라면 절대 사지 않을 그런 가방을?

어머님이 가방을?

평소랑 너무 다르신데?


어머님은 그 가방을 득템 하시고 그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었다.

"우리 엄마라면 50만 원이 아니라 5만 원짜리도 비싸다고 절대 안 샀을 거야."

"나도 우리 엄마가 그럴 줄 몰랐어."

"생각해 보니까 어머님이 다른 가게를 다 패스한 이유가 있었어. 진작에 저걸 봐 두셨던 거야."

"정말 그랬나 봐."

"500만 원 짜리도 아니고 50만 원 정도는 어머님한테 선물할 수도 있지. 물론 우리 둘 월급 합쳐봐야 얼마 되지도 않지만, 평생에 한 번 정도는 뭐."

물론 나는 어머님 선물이 돈 아깝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거짓말이 아니라 500만 원도 5,000만 원도 아닌데, 50만 원정도는 아들 며느리가 생신 선물로 해 드릴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세뇌했다, 평생에 단 한 번 뿐일 거라고, 그게 마지막일 거라고.

하지만 자꾸 친정 엄마 생각이 났다.

우리 엄마는 (기본적으로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을 사람이고) 정말 5만 원도 비싸다고 벌벌 덜 사람인데...


그 가방을 선물 받고 사달은 났다.

"며늘아, 고맙다. 잘 쓸란다. 이번 설에는 너 신경 아무것도 쓰지 말아라. 내가 다 준비할란다."

어머님이 의욕에 넘치셨다.

평소에도 나는 명절에 어머님이 미리 음식 준비를 많이 해 두시는 편이라 가면 전 몇 가지나 부치고 생선이나 굽는 정도로 간단히 했었다. 그때는 어머님이 정말 나보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당신 혼자 다 하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정말 모든 걸 당신 혼자서 거의 다 하셨다.

나는 가서 밥하고 상 차리고 설거지하는 정도만 했다.

그런데 가방을 선물 받고 너무 기쁜 나머지 어머님이 모든 걸 다 도맡아 하시겠다고 하다가 명절이 끝나자마자 몸살이 나서 병원에 입원하신 거다.

또 자세한 속사정은 모르는 둘째 시누이는 우리에게 불통을 튀겼다.

"너희는 왜 그렇게 꼭 명절 하루 전날 와서 엄마 혼자 다 하게 해서 병나게 하는 거야?"

라는 말 같지도 않은 비난의 말을 피할 수 없었다.

"누나, 말이 좀 이상하네. 엄마 보고 하라고 한 사람 아무도 없어. 엄마가 하신 거 가지고 왜 나한테 그래? 누나는 왜 말을 그렇게 해?"

그날도 남편과 시누이는 다퉜다.

쯧쯧, 엄마 앞에서 다 큰 자식들이...

어머님 가방 사건 같은 것은 전혀 알 리가 없는 시누이는 나를 마치 명절에 손가락 하나 까딱 않고 세상 편하게 지내면서 시어머니만 부려먹은 며느리 보듯 했다.

자세한 내용은 알지도 못하면서.

"형님, 알지도 못하면 가만히나 계세요. 내가 언제 어머님 보고 다 맡아서 하라고 했어요? 어머님 혼자 저렇게 하신 거잖아요? 어머님이 좋아서 하신 걸 가지고 왜 엉뚱하게 여기서 이러는 거예요? 내가 언제 어머님 보고 다 하시라고 하기를 했어요 어쨌어요? 어머님이 가방 사줘서 정말 고맙다고 혼자 다 하시겠다고 혼자 하신 거예요. 누구 시킨 사람 하나도 없어요! 나서려거든 뭘 좀 제대로 알고나 나서라고요!"

라고 말할 기회 따위는 내게 주지도 않았다.


전화를 받자마자 당장 우리는 어머님이 입원하신 병원으로 달려갔다. 시누이의 태도는 어이없었지만 그런 건 무시하고 우선은 어머님을 뵙는 게 도리라 생각했으므로.

어머님은  말이 없으셨다.

"어머님, 그러게 뭐 하러 그렇게 힘들게 고생해서 병까지 나셨어요?"

"내가 너한테 고마워서 내가 다 하려고 하다가 그랬지 뭐냐. 앞으로는 안할란다."

"어머님, 요즘 못 먹고사는 사람들 없어요. 앞으로는 최소한만 해요. 어머님 연세도 있으신데."

"그래, 그러자."

병원을 떠날 때까지 둘째 시누이의 차가운 눈총을 받으며(내가 잘못한 게 도대체 뭐가 있다고? 다 어머님이 하신 거지 내가 억지로 시킨 것도 아닌데?) 어이없는 상황에 놓였다.

가방을 선물 받고 교회에 가실 때마다 들고 가셔서 자매님들에게 아들, 며느리가 사준 거라며 그렇게 자랑을 하셨단다.

주위 사람들이 추켜 세워주는 소리가 좋아 자꾸만 자랑을 하셨단다.

한동안 나에게도 가방 사줘서 고맙다고 고맙다고 그 말씀을 몇 번이나 하셨는지 모른다.

그게 화근이었다.

어머님 나름대로 내게 일을 안 하게 하고 싶어서 당신 선에서 다 준비하려다 아무도 원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가끔 보면 어머님은 너무 의욕이 넘쳐서 문제다.

은근히 음식 솜씨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도 잘 안다.


그깟 가방이 뭐라고.

그 가방 때문에 이 사달이 났는데...

나는 다짐했다, 다시는 어머님께 그런 과한(?) 선물을 하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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