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4학년이 받아쓰기를 해야 하는가, 할 수도 있는가, 4학년이면 이제 받아쓰기 정도는 졸업혀야 마땅하지 않은가 하면서 말이다.
나도 받아쓰기는 저학년 때에나 하는 거라고 생각해 온 터라 아들의 말에 처음에는 낯설었다.
"합격아, 받아쓰기는 학년이 올라간다고 해서 그만해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특히 한글은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도 어려운 편이잖아. 어른들도 잘 틀리거든. 엄마도 어쩔 땐 너무 헷갈리더라. 한글을 평생을 공부해도 띄어쓰기를 완벽하게 하기 힘들다고 옛날에 교수님이 그러셨어. 엄만 지금도 띄어쓰기는 자신 없어. 영어는 단어 단위로 띄어 쓰지만 한글은 좀 복잡한 게 있잖아. 평생 배워도 잘 모르겠더라니까. 그러니까 1학년인지 4학년인지는 중요한 게 아닐 수도 있어. 어차피 사람은 살면서 평생 배우잖아. 너도 알다시피 지금 엄마도 그렇고."
"하긴, 그렇긴 하네."
나도 모르게 구구절절 진심이 나왔다.
딸도 잠자코 내 말을 듣고 있었다.
어쩔 땐 아이들이 받아쓰기해 온 시험지를 보고 내가 틀릴 때도 더러 있었으니 받아쓰기 예찬론자까지는 아니어도 받아쓰기나 맞춤법 공부는 꾸준히 해봄직하다고 생각해온 터였다.
"그래, 엄마. 한글이 어렵긴 하지."
딸은 내 말에 당장 수긍했고 '받아쓰기'화제는 일단락 됐다.
그런데 느닷없이 아드님께서 또 출동하셨다.
"한글이 뭐가 어려워? 얼마나 과학적이고 훌륭한데! 세종대왕님이..."
요즘 아드님은 학교에서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배우시는 중인가 보다.
내게도 며칠 전에 저런 말을 했었다.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재잘재잘 잘도 읊어 댔다.
철없는 것, 아직은 그렇게 생각할 나이이긴 하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 굳건히 믿고 살 나이이긴 하다.
하긴 아직 얼마 안 살았으니까.
더 살아보면 언젠가는 알겠지.
세상이 얼마나 복잡하고 얽히고설키고 대단한 것인지.
이대로 자라는 걸 그만 멈춰 주었으면, 평생 저 귀여운 것들을 내 옆에 두고두고 끼고 살았으면 하다가도 내가 지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가 싶어 화들짝 놀랄 때가 많다.
아직 잠든 두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가고 당장 볼을 비벼대지 않고는 못 배기는 엄마는 저렇게나 예쁜 아이들을 내가 낳았다니 혼자만 감격스러워 오늘도 그저 흐뭇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