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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May 07. 2024

어버이날은 왜?

쉬지 않는 어버이날의 뫼비우스의 띠

2024. 5. 6.

< 사진 임자 = 글임자 >


"엄마, 어버이날 쉬는 거 아니었어?"

"안 쉬는데."

"진짜로 안 쉬어?"

"응."

"정말?"

"그래."

"왜?"

"그러게나 말이다."


아드님이 3일간의 연휴를 잘 보내시고 어젯밤에 갑자기 부엌으로 헐레벌떡 뛰어 오더니 다짜고짜 내게 하는 말이었다.

뭘 그런 걸 가지고 숨 넘어가게 호들갑을 떨면서 그러시나 했지만 아들 입장에서는 놀라운 일이었던가 보다.(고 나만 생각했다.)


"엄마, 어버이날에 안 쉰다는 게 그게 사실이야?"

"우리 아들이 그걸 어떻게 알았지?"

"누나가 알려줬어."

"그럼 우리 아들은 여태 어버이날 쉬는 걸로 알고 있었던 거야?"

"응."

"생각해 봐. 작년에도 안 쉬었고 재작년에도 안 쉬었고 쉰 적이 없잖아, 평일인 어버이날에."

"그랬나?"

"그랬나가 아니라 그랬어."

"왜 안 쉬어?"

"엄마도 모르겠네. 왜 안 쉬는 건지."

"어린이날은 쉬잖아. 근데 왜 어버이날은 안 쉬는 거야?"

이거 이거 잘하면 국민신문고에라도 열변을 토하며 한 줄 올릴 기세인걸?

"그러게 말이야. 엄마 아빠도 그날 하루 쉬면 좋을 텐데. 정작 쉬어야 할 사람들이 엄마 아빠인데."

"어린이날에 쉬니까 어버이날도 쉬어야지."

"그러게. 그러면 오죽이나 좋을까."

"정말 왜 안 쉬는 거야?"

"우리 아들은 어버이날에 쉬면 좋겠어?"

"당연하지."

"왜?"

"쉬면 좋지."

그러니까 쉬면 뭐가 좋은지 그걸 물어보고 있는 거잖니 지금, 이 어머니께서.


"너 혹시 어버이날 쉬면 하루 학교 안 가도 되니까 그래서 쉬면 좋겠다는 건 아니겠지? 그날 엄마 아빠를 위해 뭔가 계획해서 그러는 거지? 하루 종일 엄마 아빠에게 효도하려고 작정하고 하는 말은 아니겠지, 설마?"

라고는 차마 대놓고 물어볼 수는 없었다.

얼마 후 딸이 제 방에서 나왔다.

"합격아, 네 동생은 어버이날 쉬는 줄 알았나 봐."

"내가 안 쉰다고 알려 줬어."

"그날 안 쉰다고 아쉬워하는 눈치더라?"

"그러게. 왜 어버이날은 안 쉬나 몰라."

"부모님도 어버이날에 푹 쉬면 좋을 텐데. 어린이날 어린이들이 실컷 놀고 쉰 것처럼 말이야."

"하긴, 부모님이 어린이날 고생하긴 하지. 선물도 사주고 같이 놀아주기도 하고."

"너희가 어떻게 추진해 봐라. 어버이날도 쉴 수 있게."

그러나 딸은 내 말을 귀담아듣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는 눈치였다.

"그래서 우리 아들은 어버이날에 쉬면 좋겠어?"

"아니."

"왜?"

"어차피 엄마는 쉬는 날에도 못 쉬잖아."

"그래, 그렇긴 하지.(=너라도 빨리 군대에 가면 쉴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부모를 위해서 하루의 쉼을 주고 싶은 마음이라기보다, 하루 학교 안 가는 그 일에 남매가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 같은 이 느낌적인 느낌이라니.

하긴, 그러니까 애들이지.

어린이날도 어린이를 위한 날, (만에 하나 어버이날도 쉰다면) 어버이날도 (학교를 가지 않으니까) 어린이를 위한 날, 게다가 이번 스승의 날에 딸의 생일이 겹쳤으니 스승의 날도 어린이(딸)를 위한 날, 5월은 온통 어린이 세상이네?

5월은 가정의 달이라기보다 그냥 (특히 우리 집) 어린이의 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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