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임자 May 08. 2024

그렇게 헛소문는 단련되어 가고

간헐적 혹은 주기적

2024. 5. 7.

<사진 임자 = 글임자 >


"OO이가 갑자기 당신은 요즘 뭐 하냐고 그러더라. 그냥 집에서 애들 키운다고 했어. 근데 또 그 얘기하는 거 있지."

"요즘 한가한가 보다. 할 일이 그렇게 없을까? 남의 일에 웬 관심이 그렇게 많아?"

그러니까 내가 일을 그만둔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말이다.

이젠 그 얘기 그만할 때도 됐단 말이다.


내가 사직서를 내자 온갖 흉흉한 소문이, 정확히는 헛소문이 돌았고, 헛소리들을 했으며, 근처에서 근무하는 그 양반의 지인들은 시치미를 떼고 과연 내가 왜 그만두었는지를 캐내려고 안달이었다.(고 나는 늘 느꼈다. 정도가 지나치다 싶을 만큼. 남의 일에 그들이 도대체 무슨 상관인데? 그럴 만큼 말이다.)

그러다 말겠지, 원래(원래라고 말하는 것도 말이 안 되긴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냥 남의 말하기를 워낙 좋아하니까, 없는 말도 만들어 내고 소설을 잘도 쓰니까.

내가 이렇게 저렇다 대꾸도 하지 않았던 이유는 단순하다.

너무 어이없고 황당해서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처음엔 그 양반도 적당히 대답하고 말았는데 끈질기게 '남의 아내가 일을 그만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밝혀내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이 잊을만하면 한 번씩 툭툭 꺼내는 통에 질렸다고 했다.

나는 당사자니까 그렇다 치고 그 양반은, 아무 상관없는(나는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애꿎은 그 양반은 중간에서 무슨 죄람? 그러다가 괜히 그런 말을 듣고 오면 내가 일을 그만둔 것을 굳이 끄집어내고 티격태격하게 되고 싸우기도 하게 되는 것이다. 싸울 일이 뭐가 있다고? 그게 싸울 거리나 돼서?

그쯤 되면 나는 가정의 평화가 깨지는 일은 가족 사이의 관계 때문이 아니라 아무 상관도 없는 오지랖 넓은,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주위의 사람들로 인한 게 크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라고 나는 느낀다, 그것도 거의 매번)


관심과 간섭과 오지랖, 그 확실하지 않고 딱 경계 짓기도 힘든 그 사이, 그 사이에서 많은 유쾌하지 못한 일들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지 숱하게 겪어보지 않았던가,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물론 나도 어리석은 사람이라 잠시 남의 일에 발 들이고 이러쿵저러쿵 살짝 오지랖을 펼치려고 할 때가 있긴 하다 여전히. 하지만 적어도 나는 자세히 알지도 못하는 남의 집 사정에 대해 함부로 찧고 까불고 다니지는 않는다. 아무리 아무 상관없는 이라지만, 만날 일 없는 사이라지만 적당히 할 줄도 알아야지, 그만 멈출 줄도 알아야지.

관심이라고 생각하기에는 헛소문에 질린 지 오래라 도무지...


우리는 얼마나 할 일이 많고 바쁜 사람들인가.

그 바쁜 와중에  쓸데없고 아무 영양가도 없으며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수도 있는 남의 가정사는 과감히 걸러 냈으면.

특히 사실도 아닌  일을 마치 다 아는 척하며 나서서 신나게 떠드는 일, 남의 일에 오지랖을 펼치기보다 당장 내 일이라도, 내 가정이라도 살피기를, 그러기를.

남보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이니까, 남의 일보다 더 급한 건 내 일이니까.

작가의 이전글 어버이날은 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