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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Jun 01. 2024

무모한 도전 뒤에 당첨될 날 온다

운수 좋았던 날

2024. 5. 31.

< 사진 임자 = 글임자 >


"오늘 엄마 무모한 문장 도전한 거 당첨됐어."


텅 빈 거실에 누구에게라도 말을 하고 싶어서 딸에게 문자를 보냈다.

어차피 그 효도폰은 진작에 꺼진 지 오래겠지만 말이다.

아주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내가 나름 머리를 써서(?) 만든 문장이 소개도 되고 선물까지 받게 된다니 아침부터 운수가 참 좋다고 느낀 날이었다.


"오늘도 엄마 도전해 봐야지. 너희는 이 문장을 어떻게 만들 거야?"

아이들이 큰 관심은 없는 것 같았지만, 그날도 나는 여느 때처럼 '모닝 스페셜'을 들으면서 '무모한 문장'을 어떻게 영작할까 요리조리 머리를 쓰고 있었다.

매일 아침 들으면서 꼬박꼬박은 아니어도 종종 도전하고 있다.

참고로 '무모한 문장'은, '무조건 도전하면 좋은 모닝 스페셜의 한 문장'의 약자이다.

또 참고로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EBS 라디오에서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방송된다.

헤드라인 뉴스를 다루면서 매일 청취자들에게 '무모한 문장'을 도전받는다.

한글로 한 문장을 문제로 내고 영어로 받는 식이다.

그날은 원래 함께 하시던 선생님 대신 2주 연속 '자넷 리' 선생님이 나오신 날이었다.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싶더니 'Easy English' 성우로 활동하시는 분인데 처음에 '최수진' 선생님이 내가 반디로 보낸 도전 문장을 읽어 주셨을 때 자넷 선생님의 반응이 좋았다.(고 나는 분명히 느꼈다.)

영어는 잘하지 못하지만 재미있으니까, 모르는 걸 알게 되면 즐거워서 매일 듣다 보니 20년이 넘었다.

평소에도 '무모한 문장'에 여러 번 도전했는데 소개는 되긴 했지만 당첨까지는 안 됐었다. 그래도 되든 안되든 내 생각대로 영작해서 무조건 도전해 보는 그 용기를 (나만) 높이 사며 틀리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줄기차게 도전하던 중이었다. 어쩔 때 내가 생각해도 너~무 어설프다 싶은 영작 문장도 친절한 두 분 선생님들이 다 뜯어고쳐 주시기 때문에 전혀 창피하지도 않다. 아니 가끔은 좀 창피할 때가 있긴 하다, 솔직히.

하지만 도전해 보지 않으면 내가 어느 부분을 틀렸는지 확실히 알 수 없으니 일단 도전하고 보는 거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조신하게 아침밥을 먹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한마디 해 보는 거다.

"이 문장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엄마는 이렇게 만들어봤어? 어때? 의미가 통할 것 같아?"

라고 내가 겸손한 영어 실력으로 영작을 하면 가뭄에 콩 나듯이 아이들이 내 영작을 평하기도 하는 것이다.

"엄마, 그거랑 이거랑 좀 안 맞는 것 같은데?"

"엄마, 난 이렇게 해 봤어."

어쩔 땐  (분명히 내가 누구를 지적할 실력은 못되나) 너무 얼토당토않은 문장을 아이들이 말할 때면 어이가 없으면서도 그래도 입 한 번 뻥끗했다는 점을 높이 사며 옆에서 자꾸 한마디 해보라고 부추기는 일도 잊지 않았다 물론.


"엄마, 축하해. 역시 엄마야."

딸은 수업이 다 끝나고 핸드폰을 켜고 내 문자에 답장을 보내왔다.

그리고 그 양반이 퇴근하고 집에 오자 호들갑스럽게 속보를 알렸다.

"아빠, 엄마가 오늘 '무모한 문장' 당첨됐대!"

모닝 스페셜이 뭔지는 알아도, 사귀기 시작할 때부터 내가 그렇게 들으라고 세뇌시키다시피 했어도 콧방귀도 안 뀌던 사람이라 그 방송의 정체는 알지만 '무모한' 문장'씩이나, 그건 대체 뭔 소린고 했을 것이다.

아무튼, 당첨됐다는 그 말에 뭔가 좋은 일이라고 지레 집작하고 딸보다 더 호들갑을 떨어 주셨다.

"다음엔 아빠도 한 번 도전해 보라고 하자. 어때, 얘들아?"

그러나 당사자는 정색을 하며 거절하셨다.

"자, 엄마가 오늘 도전해서 당첨된 문장이야. 들어 봐."

라면서 친히, 적극적으로 동기부여를 해 주겠다는 데도 시큰둥하기만 했다.

이 좋은 걸, 내가 오래간만에 좋은 것 좀 공유해 주시겠다는데 말이다.

불현듯 나는 생각하게 됐다.

'정색을 하며 거절하다'라는 말은 영어로 어떻게 표현을 할까?

그리고 그렇게 기분 좋은 날, 고급 전문 용어로 '계 탔다'라고 하는 그 표현, 그건 또 영어로 뭘까?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부지런히 배워야지.

공자님은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하셨지만 나는 다시금 깨달았다.

'배우고 도전해서 당첨되면 더욱 즐겁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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