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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Jun 02. 2024

 때려줘야 올라오는구나

설마설마했는데 역시나

2024. 6. 1.

<사진 임자 = 글임자 >


"이게 또 안 올라오네. 큰일 났다. 어떡하지, 얘들아?"

"엄마, 내가 한번 해 볼게."

딸이 먼저 나서고, 다음 타자로 아들까지 나서서 매달렸지만 그것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런, 또 사달이 나고야 말았군.

너무 오래돼서 그런가?


"엄마, 안되는데. 어떡해? 고치러 가야 하나?"

"일단은 한번 해보자.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 봐야지."

"아빠한테 해달라고 하자. 아빠가 고치는 거 잘하잖아."

아니, 고치기 전에 잔소리만 한 시간은 할 거다, 아마도.

그리고 내게 전과가 있으니까 어떻게든 해보면 되긴 될 거야.

되겠지?

되어야만 해.

안되면 큰일 나.


또 조수석 창문이 말썽이었다.

지난번에도 한번 끝까지 내려서 안 올라가는 바람에 애를 많이 먹었는데 한 번 당하고 또 같은 실수를 하다니.

그때도 앞으로는 조심해야지 최대한 건드리지도 말아야지 했는데, 수많은 영상을 찾아본 후에야 그 양반이 집에 들이닥치기 전에 해결하느라고 나 혼자 얼마나 진땀을 뺐는데 다시 이러기야?

"그래도 우리 셋이 어떻게  해보면 될 거야. 계속해 보자."

지난번에는 붓으로 먼지만 살짝 털어줬는데 너무나 허망하게 바로 창문이 올라왔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쉽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난리 법석을 떨어도 창문은 지하 밑바닥까지 내려가서 올라 올 생각을 안 했다.

곧 장마인데 저렇게 다닐 수 없는 노릇인데.

당장 주차를 하고 난 후도 문제다.

차는 잠그나 마나일 거고 보란 듯이 누구라도 들락날락하라고 대놓고 광고하는 셈이 될 터였다.

성인 몸이 충분히 들어갔다 나갔다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정말 뻥 뚫려 버렸다.

"저기 저 차 좀 봐. 뻥 뚫린 차는 태어나서 처음 봐."

마침 비가 안 와서, 한겨울이 아니라서, 살짝 더워지기 시작해서 한쪽 창문이 없는 채로(거의 그것에 가까웠다) 도로를 질주했다.

한 초등학교 앞에서 신호가 걸려 잠시 정차해 있는데 지나가던 초등생들이 저렇게 말하는 거다.

"엄마, 우리 차보고 뻥 뚫린 차 처음 본다고 그러는데? 신기하게 쳐다봐."

하긴, 대놓고 벌써부터 창문을 저 밑바닥까지 내리고 달리는 차는 내 차 말고는 없었다.

게다가 신호에 걸려 정차 할 때마다 옆 차선의 차들이 자꾸만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다른 쪽 창문은 다 닫혀 있는데 조수석 창문만 아예 통째로 빼버린 것처럼 휑하니 눈길을 받지 않을 수 없었는지도. 평소엔 창문을 내렸다가도 옆 차가 쳐다보는 것 같으면 잽싸게 올리곤 했는데, 올리고 싶어도 올릴 수 없는 이 운명의 장난이라니.

이게 오래돼서 그런가, 왜 자꾸 말썽을 일으키나 몰라.

그래봤자 15년에서 20년 사이밖에 안 된 차인데.

아직도 난 몇 년은 더 탈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말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조수석 창문이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안 되겠어. 얼른 너튜브 좀 찾아보자."

급히 나는 마지막 수단으로 그것을 애타게 찾았다.

내가 믿는 구석은 오로지 그뿐이었다.

그 양반에게까지 바통 터치를 하고 싶지도 않았다.

다급한 마음에 영상 중 맨 처음 발견한 것을 재생했을 때, 너무나도 어이없게 이번에도 황당하리만치 쉽게 창문이 올라왔다.

지난번에는 먼지를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해결됐는데 이번엔 창문 버튼을 당긴 상태에서 차 문을 때리라고 알려줬는데 정말 순식간에 숨어있던 창문이 빼꼼 올라오는 것이었다.

나도 때려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단순히 때리기만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었다.

버튼을 당기면서 동시에 때려 주는 것, 그게 바로 비결이었다.


"아빠, 오늘 있었던 일 재미있는 거 얘기해 줄까?"

집에 오자마자 아드님은 제 아빠에게 어떤 보고를 하셨다.

"그랬어? 앞으로 엄마는 가능하면 그 창문은 손 안대는 게 좋겠다."

아무렴, 나도 진작에 그렇게 다짐했다, 기원전 2,000년 경에.

이젠 그 창문은 손도 안 댈 거야,

한 번만 더 손댔다가는 정말 조수석 창문은 요단강을 건너버리고 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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